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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운다, 문화를 배운다

2011.07.06.

서울대 교양 강좌로 16종의 다양한 언어들 가르쳐

학생들"새로운 문명에 눈 뜨는 계기"


아랍어, 힌디어, 터키어, 희랍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스와힐리어(아프리카 동부 언어)..... 생소하지만 모두 서울대에서 정규 강좌로 가르치고 있는 언어들이다. 서울대는 이들을 포함해 16종의 다양한 제2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이 전공으로 19종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서울대가 교양 언어 강좌는 더 다양하게 개설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대의 제2외국어 수업은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고교 교과과정에서 배울 수 있고, 관련 학과가 서울대 내에 있는 언어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라틴어, 희랍어 강의가 서양고전학 관련으로 개설된 것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2000년 이후 서울대는 ‘다양한 언어를 통해 다양한 정신을 체험하게 하자’는 취지로 ‘외국어와 외국문화’ 교양 섹션의 폭을 대폭 넓혔다.


다양한 언어를 연구·교육하는 언어학과에서는 2002년 아랍어, 흰디어(인도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신규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스와힐리어(2003), 터키어 (2006), 몽골어 (2006) 등을 개설하였다.


<서울대 제2외국어 강좌 개설 현황>
서울대 제2외국어 강좌 개설 현황
개설년도 언어
1990년 이전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라틴어, 희랍어
2001년 일본어
2002년 힌디어, 말레이이도네시아어, 아랍어
2003년 수와힐리어
2006년 터키어, 몽고어
2010년 포르투칼어


요즘 대학생들이 ‘스펙 쌓기’에만 열을 올린다고 하지만, 서울대 학생들 중에는 이런 지적 사치를 즐기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보통 20명 정원의 제2외국어 강좌에는 매 학기 꾸준히 학생이 차고 있어 수강자 미달로 폐강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스와힐리어와 아프리카 문화’ 수업을 수강 중인 표영준 학생 (생명과학부 4학년)은 강의시간이 기다려진다. “대학시절이 아니면 접해보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늦게나마 수강했어요. 막연히 큰 동물원 정도로 생각하던 아프리카에도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고 이런 걸 먹고 사는구나 하는 걸 깨달아 가는 게 재밌어요.” 그는 이제 유창한 스와힐리어를 무기로 아프리카 구석구석을 여행할 꿈을 꾸고 있다.


‘몽골의 언어와 문화’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유인한 학생 (법학과 4학년)은 “한국어는 우랄-알타이 어족에 속하며..”로 시작하던 고교 시절에 배운 국어학 이론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몽골어는 크릴 문자를 사용하지만 그 문장구조는 한국어와 흡사하다고 한다. 단어만 익히면 문장을 바로 구사할 수 있어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강태승 학생 (영어영문과 3학년)은 라틴어 1, 2 과목과 희랍어까지 수강한 학구파이다. 신입생 시절 이재영 교수가 “라틴어와 희랍어를 터득하면 무얼 공부하든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라틴어 1을 수강했는데, ‘모든 것이 헷갈리는 시기’를 지나가니 ‘모든 것이 명확해 지는 시기’가 와서 라틴어가 입에 붙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대 로마 시절 쓰여진 명문들을 교재로 하는 옥스퍼드 라틴코스라는 교재를 강독하면서 로마 사회를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것이 배우는 재미를 더해준다고 한다. 내친 김에 희랍어까지 수강했는데 알파, 베타, 오메가, 파이 같은 수학 용어들을 알파벳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 전했다.


희소 외국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고교시절에 배우고 들어오는 제2외국어들은 실력에 따라 불평등하게 배우게 되지만, 다 같이 새로운 언어를 처음 시작하면 평등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점에서 즐겁다고들 입을 모았다.


학생들의 이러한 경험은 언어학 교육의 본질에 가서 닿는다.


“언어는 민족 문화의 정수입니다. 외국어 학습을 통해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본질에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우리 학생들이 아직도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강대국 위주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소수 언어를 학습함으로써 다양한 민족을 접하고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갖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2011.7.5
서울대 홍보팀 조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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