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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규정하지 말아요

2011.07.18.

리아자트 보나테 교수 사진

“혈통은 카자크족, 국적은 아프리카 모잠비크, 종교는 무슬림, 남편은 흑인, 학문적 고향은 영국. 현재는 대한민국 공무원이자 서울대 교수.”
리아자트 보나테 (Liazzat J. Bonate) 교수를 설명할 수 있는 말들은 다양하다. 43세에 서울에 상륙하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다양한 삶을 경험했을 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다민족 도시인 런던의 사람들도 나를 규정하려다가 번번이 실패하곤 했죠. 얼굴 보고 중국인이라고 생각했다가 종교가 무슬림인 걸 알고 고개를 젓고, 명문 대학 석사과정 학생인 걸 알면 더 놀라서 스테레오타입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곤 했죠.” 보나테 교수는 정형화된 삶을 벗어나면서 살았던 지난 여정을 담담하게 묘사했다.

그녀는 카자흐스탄 자치지구에서 아시아계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카자크어를 하는 마을에서 성장기를 모두 보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는 소련 연방의 영향으로 러시아어로 러시아적인 전통을 가르치는 대학 교육을 받았다. 대학에서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고향을 지배하던 거대 공산주의 연방의 정체와 그들의 언어를 힘들게 조금씩 배웠다고 한다. 대학에서 모잠비크에서 유학 온 아프리카인 남편을 만났다. 당시 사회주의 국가였던 모잠비크는 그와 같은 우등 학생을 소련으로 유학 보내었다. 두 사람은 붕괴되는 소련을 뒤로 하고 공부를 마치자마자 함께 아프리카로 떠났다.

결혼을 통해 알게 된 모잠비크의 사회는 독특한 곳이었다. 식민지였던 포르투칼의 영향이 남아, 지배층에서는 부계 문화와 포르투칼 언어를 강요했지만, 현실 사회는 여전히 모계 이슬람 사회로 남아 있었고, 사람들은 무슬림 추장의 말을 따르고 싶어 했다. 먼 곳의 문화와 토속문화가 독특하게 공존하는 이 사회는 그녀가 자랐던 카자흐스탄 자치지구를 연상시켰다. 이 독특한 사회는 보나테 교수의 평생에 걸친 연구 주제가 되었다.

보나테 교수는 아프리카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로 가장 앞서 가고 있던 런던 대학 소아즈 (SOAS)에 진학해 아프리칸 무슬림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시작한다. 서구 사람들은 모잠비크 지역민들에게까지 파고들지 못해서 생생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모잠비크에서 살면서 관찰한 아프리카 무슬림 사회에 대한 생생한 연구를 세계에 내어 놓았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을 거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그녀는 모잠비크의 몬드레인드 대학 교수로 부임했다.

모잠비크에서 18년의 교수 생활 동안 그녀는 충실한 사회 분석가였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했고, 현지인들에게 물어 물어 그들의 진짜 생각을 이해해 내었다. 그렇게 해서 아프리카의 종교와 여성에 관한 주옥 같은 논문을 쏟아 내었다.

보나테 교수 부부는 올 해 초 아이를 데리고 함께 서울에 왔다. 오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서울대 전임 교수로 임용된 것이다. 그녀는 처음 와 보는 서울에 대한 꿈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학생들도 아프리카 연구에 대한 꿈을 가져 주기를 부탁했다.

“젊은 영국 학생들에게 아프리카를 연구하라고 하면 도서관에 가고 박물관에 갑니다. 하지만, 오랜 식민 생활로 정서가 이분화되고 문서화된 자료가 없는 아프리카에서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자신과 같이 9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는 서울대 학생들이 어떻게 사람 만나는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아프리카에서는 모든 세대가 나와서 춤을 추는 댄스 파티를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정해진 틀이 없이 농담을 즐기며 사는 열린 곳입니다. 실용적인 의미에서도, 학문적인 의미에서도 아프리카는 블루 오션입니다. 꼭 내 손을 잡고 뛰어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서울대는 새로운 정체성과 새로운 학문을 연구하는 외국인 신임교수를 '규정'하려 들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대학이 되었다.

2011. 7. 18
서울대학교 홍보팀 조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