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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미학자의 꿈과 스타 작곡가의 현실

2012.02.27.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방시혁 동문(미학과 91)

백지영 ‘총 맞은 것처럼’, ‘내 귀에 캔디’, (이상 2009년), 다비치 ‘시간아 멈춰라’, 2AM ‘죽어도 못 보네’(이상 2010년)의 공통점은? 모두 MBC ‘위대한 탄생’의 ‘독설’ 멘토, 방시혁(미학과 91학번) 동문이 작곡한 곡이다. 하지만 그가 음악을 시작한 동기는 망언(妄言) 목록에 추가돼야 할 만큼 의외였다. “사실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음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스타 미학자의 꿈

방 동문은 민망해했다. ‘당시 산업의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고, 커다란 꿈이 있었고’ 류의 소위 ‘있어 보이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소극적인 성격을 고쳐볼까 싶어 어머니께서 쥐어 주신 기타가 취미가 되었고, 밴드활동까지 할 정도로 빠져들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때 성적이 떨어지자 이내 그만두고 공부에 매진했어요. 대학에 와서 재미있는 건데 버리긴 아깝다는 생각에 다시 시작하게 되었죠.”

대학교 때 희망은 한국의 스타 미학자. 실제로 그는 대학원 준비와 유학 준비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고, 인문대를 차석으로 졸업을 했을 정도로 성적도 좋았다. 그러나 대학교 3학년이었던 1995년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을 타며 음악과 다시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었다. 당시 데모테이프로 만들었던 몇 곡이 박진영 매니저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후 스타 작곡가의 길이 열렸다.

스타 작곡가의 현실

“협상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비지니스를 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죠.” 그런데 그런 그가 현재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비지니스로서의 음악 산업이다. 2AM, 임정희, 에이트 등이 임동문 회사의 스타들. 시사 이슈와 미디어 비평지, 그리고 기사 댓글들까지 체크하면서 어떻게 시장을 읽고, 진출해야할지를 분석한다.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사 대표로서 음반 시장이 축소되며 부정적인 분위기로 바뀐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음악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는데 음악이 예술이고 보편적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엘빈 토플러 역시 ‘아무도 보편적인 것들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죠.”라며 음악 산업의 형태와 구조의 전환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는 플랫폼으로서의 콘텐츠에 있다고 봐요. 이제 콘텐츠를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 콘텐츠로 사람들을 얼마나 유입시켰는가가 중요해지는 거죠. 물론 이 방향으로 갈수록 콘텐츠의 질은 점점 더 좋아져야 합니다.”

전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K팝 한류에 대해, “물론 지금도 개발되고 있고, 더 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아직 시장이 알려진 것만큼 크지는 않아요. 또한, 어느 순간에 이르면 누구나 자신들의 언어로 이야기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코리안 웨이브라는 것은 없어질 것입니다.”라며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다만,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의 질과 수준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의 시장전망은 여전히 밝을 것이고, 비록 한류가 간다 하더라도 브랜드 자체로도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진실된 열정과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

한국의 음악 산업을 이끌어가는 그가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장르는 무엇일까. “특정한 장르를 생각하고 있다기보다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게 잘 대처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얼마 전 그는 한 인터뷰에서 좋은 ‘수입상’으로 남고 싶다고 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적이라는 개념에 대해 철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반문했다. “서양 음악이 국내 대중음악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발전하거나 진화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인, 더 빨리 변화하는 해외 음악 시장의 것들을 한국인이 듣기 좋은 방향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이지요.”

방시혁 동문은 후배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이에 대해 겁먹지 말고 먼저 뛰어들기를 바란다고 했다. “진심과 열정이 담기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을수록 당신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지만, 꿈을 이루는 데에는 그 모든 것 이전에 의지와 끈기,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울러 그는 차가운 머리도 강조했다. 대학생들에게 비판적인 사고를 키울 것을 주문했다. “대학이라는 지성의 공간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자기 생각에 대한 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적인 사고의 출발은 자기와의 대화이고, 이를 통해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