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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 혼합 선발의 대안

2012.04.09.

서울대는 현재 광역 모집으로 선발하고 있는 인문대, 사회대, 사범대의 신입생들을 2013년부터 70%는 학과별, 30%는 단과대별 지원 후 2학년 때 전공진입을 하는 방식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학부제 전환 후 11년 만의 변화이다. 과연 지난 10여 년의 학부제 실험은 어떤 평가가 가능한지 당사자인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사회자: 바쁜 시간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먼저 선생님들은 어떻게 입학하셨는지요.

주경철 교수: 저는 79학번입니다. 그 당시에는 인문대, 사회대 이런 식으로 뽑아서 2학년에 올라가며 과에 진입했습니다.

이강재 교수: 저는 83학번입니다. 저희 때에도 역시 계열별 모집을 했습니다. 학부제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 인문 1계열로 입학하여 2학년 때 중문과에 진학했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김상배 교수: 저는 85학번입니다. 저는 입학할 때부터 외교학과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재작년에 제가 있던 외교학과와 정치학과와 통합하여 정치외교학부가 되었습니다.

학부제…고등학교 4학년, 학과의 파편화

사회자: 학과제와 학부제가 반복돼 왔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학부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강태승: 장점이라면 전공 탐색 과목을 들은 후 전공을 정할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귀는 사람의 폭이 넓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입학 후 7~8개월이면, 일종의 새로운 입시를 거치게 되어 학생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김수현: 가장 큰 경험은 다양한 과의 친구를 통해서 친구들의 전공과 자치 조직에 대해 들으며 시야가 넓어진다는 점입니다. 내 전공 공부를 할 때 어떤 전공에서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아는 것이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점으로는 전공 교육이 부실해지는 것과 학점 경쟁이 심화된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광역 모집에서 1학년 때부터 경제학에 뜻을 두고 인문사회계열을 위한 수학, 통계학 과목 등을 듣게 되면 좋은 학점을 받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 보니 경제학과에 진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위험한’ 선택을 피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강재 교수: 그 문제는 과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중어중문학과의 경우 전공 진입생을 선발할 때 총점을 보지 않습니다. 학점 잘 주는 과목들은 제외하고 산정하고, 중어중문학과 진입에 꼭 필요한 전공을 듣지 않은 학생들은 제외합니다. 사실 인문대에서 학부제는 도입 이후로도 계속해서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김상배 교수: 한국 사회의 특징상 대학은 교육의 역할 외에, 사람들이 서로 네트워킹을 하는 장이라는 의미도 갖는데, 지난 10년동안 그 부분과 관련해서 굉장히 취약합니다. 학부제 본래 취지대로 다양한 사람과 인연을 맺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분절화되고 파편화되고 있습니다.

주경철 교수: 어떤 제도이든지 원래 의도했던 효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게 마련입니다. 처음에 부작용을 맛보고 바꿀 때쯤 원래 효과가 나오는데 그 때마다 바꾸기 때문에 계속 쓴 맛을 보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드는 제도도 여태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또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인데 혼란이 예상됩니다. 진입한 다음의 문제, 졸업의 문제 등 우려가 많습니다.

자유전공학부의 실험,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자: 인균씨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해주신 학생들에 비해 자유전공학부는 전공진입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김인균: 전공 진입의 경우 마음대로 전공을 고를 수 있어서 다들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러면서도 부담이 되는 것은, 전공탐색 과목이 따로 없고 나중에 그것을 전공학점으로 산입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교양 과목을 44, 45학점 들어야 하고 전공을 두 개씩은 하다 보니 이수해야 할 학점은 많고 전탐은 인정되지 않고 해서 졸업할 때에는 150학점 이상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자치 활동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특수성을 잘 살려서, 이과 문과를 섞어서 다양하게 사귀는 편입니다. 다만 처음에는 좋은데, 자기 전공하는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주경철 교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공하는 학부의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그 곳 졸업생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우리 자전에서도 이중으로 역할을 하라는 것인데, 학생 입장에서 부담스럽긴 할겁니다. 실제로 그쪽에 들어가서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학생별로 차이가 큽니다. 어떤 학생은 과의 행사에 연락을 전혀 못 받는 경우도 있고, 거기 가서 과대표 하는 학생도 있고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강태승: 오히려 인문대에서는 사회대처럼 학점으로 잘라서 전공진입을 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이 정도의 정량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합격하지 못했고, 더 낮은 학점으로 전공 진입에 성공한 학생이 있다고 하면 좋지 않은 소문이 날 정도입니다.

김상배 교수: 사회대 입장에서는 인문대가 부럽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1지망으로도 인원이 꽉 차는 학과가 있는가 하면 4지망까지 가서야 인원이 차는 학과들이 있습니다. 4지망에 가서야 전공 진입된 학생들이 그 전공에 얼마나 애정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지망 인원이 적은 학과에서 학과제로 이행하자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입니다.

이강재 교수: 2002년의 학부제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졌고, 바꿔 가는 것 역시 긴 관점에서 연구를 하고 바꿔가기보다는 너무나 즉흥적이고, 그 개별 학과나 단위의 이해에 의해서 빨리 바뀌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자전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있지만, 논의과정만큼은 기다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학부제도 98년도에 이미 이야기가 되어서 2002년에야 시작되었는데 그것을 1년에 한 번씩 바꾸었습니다. 제도 내 개선을 시도하지 않고 제도 자체를 바꾸다 보니까 부작용의 연속만 만듭니다.

학부제의 대안 모색

사회자: 그렇다면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요.

김인균: 학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공탐색 과목과, 전공 진입 이후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야 학생들이 전공 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전공을 학생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전도 쏠림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서울대의 모든 전공에 거의 다 갔습니다. 하나는 하고싶은 것, 하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것으로 고르게 해주면 친구들이 그나마 자유롭게 전공을 정할 수 있게 됩니다.

강태승: 좀 더 근본적으로는 소위 비인기학과라는 곳에서 자기 전공과 이후 진로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리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수현: 복수전공, 부전공, 심화전공 셋 중 하나를 반드시 해야 하는 제도가 08부터 시작되어서 사실상 관악에 경제/경영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 않았을 학생들까지 상경계열 부전공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학생의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되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김상배 교수: 학과 차원에서도 문제가 생깁니다. 매우 많은 사람이 수강하는데 그걸 감당할 역량이 안 되는 것입니다. 학생이 오면 지원을 해줘야 하고 따라서 학교에서 지원하는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학생만 들어오니까 학생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 급급하게 됩니다.

주경철 교수: 한 쪽에 쏠리는 것은 학생들이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학생들의 고민 중 가장 많은 것은 내가 뭘 원하는지 나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대학에 들어와서 해결하기에는 조금 촉박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부모님이 원하는 것에 지배 받게 되는 것이 지대합니다. 1학년 과정에서 학문적 차원이든 생활상의 무엇이든 케어가 지금보다는 훨씬 탄탄해져야 모든 제도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학생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2013년의 혼합선발, 대안은 무엇인가

김상배 교수: 하지만 내년만 되어도 상황은 매우 많이 바뀔 것으로 봅니다. 30%만이 광역 모집으로 선발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학문이 현실에 변화해 발맞춰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본적 유닛으로 될 수 있는 학과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서 칸막이를 만들고, 그 칸을 딱딱하게 갈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을 학내에서 다 합의하고 토론한 상태에서 일이 진행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강재 교수: 한편 저는 동경대에서 하는 것처럼 새로운 캠퍼스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 유연성이 떨어지는 대학조직 때문에 자기 자리 지키기에 너무 연연합니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과 체제를 유지하는 한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장기적으로 자전은 좀 더 지원을 하면서 지켜보고 크게 키워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경철 교수: 현재 이 상태에서 출발한다면 자전의 실험을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최소한 10년 정도는 가면서 결과를 놓고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혼합선발제의 경우 과반의 문제가 다시 증폭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2013학년도를 그렇게 뽑는다고 하니 최대한 노력해서 과와 반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부작용을 안 이상 이것을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무엇보다도 광역모집 하는 학생들을 처음에 반으로 나누어 첫 출발을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사회자: 긴 시간 동안 진솔하게 이야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