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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 ‘불편한 진실’의 난처한 진실 - 김경렬

2008.03.25.

과학과 사회 불편한 진실의 난처한 진실, 김경렬(자연과학대학)

지난 2월 2일 야경을 자랑하던 파리의 에펠탑과 로마의 콜로세움은 5분간 야간 점등을 중단하였다. 이날 IPCC의 WG(Working Group)1이 파리에서 가졌던 기자회견 때문이었다. 금년 11월 발표될 4차보고서 "기후변화 2007"에 전지구인들이 심각한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연말이면 주간지 ‘Time’은 올해의 인물을 선정 발표한다. 그런데 1988년 올해의 인물대신 올해의 행성으로 이를 대체하고, 지구를 수상자로 뽑으면서 더구나 ‘멸종위기에 처한(endangered)'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놓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홍수나 가뭄이란 항상 있어온 자연 재해의 하나이다. 그러나 1988년 당시 발달했던 강한 엘니뇨로 인해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극심한 가뭄과 큰 홍수가 일어났으며 그 피해 또한 엄청났다. 더욱이 방안에 앉아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샅샅이 볼 수 있었던 방송 매체 덕분에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방방곡곡의 기상재해를 보면서 지구가 총체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구호의 모든 식구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해 6월 미국 상원에서는 “온실효과와 기후변화에 대한 제1차 공청회”가 열렸으며 NASA 고다드의 한센은 “지구 온난화가 분명히 일어나며 지구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언을 함으로 기후 변화에 관한 사회적 공론을 불어 일으켰다.

물론 이런 상황이 1988년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1985년 인류는 남극대륙 상공의 거대한 오존구멍 사진에 큰 충격을 받아 1987년 오존층 파괴 물질의 사용을 금지하는 ‘몬트리얼 의정서’를 채택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해에 지구 기후마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 해에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기상기후(WMO)는 기후관련 연구에 종사는 과학자들의 모임 IPCC를 결성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진실을 밝히는 연구를 시작하도록 독려하였다. 이후 IPCC는 1990년의 1차보고서를 시작으로 하여 1995, 2001년에 3차에 걸친 보고서를 발표하였으며, 금년 11월 4차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며, 지난 2월 2일 ‘과학적 평가’를 다루는 1차 기자회견을 가졌던 것이다. 4차 보고서의 중요한 결론은 ‘지구기후시스템의 온난화는 명백한 사실이며, 변화속도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며, 더구나 ‘그 원인의 중심에 사람들의 활동이 깊이 관여되어 있는 온실기체의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고대 로마에서도 나무를 때면서 나오는 연기가 건물들을 검게 만들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네로황제의 스승으로 유명한 세네카는 짓누르는 듯한 연기와 부엌의 요리냄새로 가득 찬 로마를 떠나자 자신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B.C. 1000년 경 석탄이 연료로 이용되기 시작했으며, 유럽에서도 적어도 12, 13세기에 이르러서는 꽤 활발했던 것 같다. 1300년경 영국의 에드워드 I세는 부인 엘레노아의 건강을 위하여 “왕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거리 이내의 궁정주변에서 석탄을 태우는 자는 그의 목을 잃는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포고까지 냈던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어디까지나 연료를 사용하는 주변의 오염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석탄의 사용이 지구규모의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논의가 시작된 것은 벌써 1세기가 넘는다. 1897년 당시 받아들여진 빙하시대의 원인을 대기 중 탄산가스의 농도변화에서 찾기 위해 연구를 하던 아레니우스는 석탄의 사용으로 대기 중의 탄산가스의 양이 증가할 수도 있으며 이 것이 지구 온난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계산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아레니우스 자신은 이런 일, 즉 사람이 지구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일이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담론이 꽤 있었던 1930년대에 영국의 캘린더가 사람들이 방출한 탄산가스에 의한 지구가 더워진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과학자들은 없었다. 과학자들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큰 KEY WORD는 바로 ‘바다를 가지고 있는 지구의 거대한 자정능력’ 이었다. 사람들이 조그마한(?) 말썽을 치더라도 고마운 바다는 이를 다 수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자정능력의 희망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심각성을 처음으로 지적한 것은 2차대전 이후 바다의 화학을 공부하던 뤼벨(Revelle)이었다. 이에 UN이 정한 국제지구물리의 해 (IGY, International Geophysical Year)인 1957년 마우나로아 3,400m 고지에서 뤼벨의 박사후 연구원 키일링이 대기 중의 탄산가스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지구기후환경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료로 손꼽는 자료가 이렇게 탄생하였다.

물론 키일링 곡선의 의미를 두고 많은 담론이 있었으나, 1988년 마침내 사람들의 마음속에 “60억이 넘는 인해전술을 동원하여 마음만 먹으면 사람도 지구를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지구의 자정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이런 문제로 한 때 미국의 대통령이 될 뻔도 했던 정치가가 주연으로 출연하여 영화 “불편한 진실”을 만들며 또 이 영화는 작년 다큐멘터리 부분의 최우수 오스카상을 수상하였다. 물론 최근의 모든 세계정상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빠질 수 없는 주제이다.

해수면의 상승을 위시하여 지구가 더워지면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projection)’되는 많은 문제들을 볼 때 지구온난화는 분명히 문제는 문제임이 틀림없다. ‘예측(prediction)'이라는 표현이 불가능한 것은 특히 사람들의 행동과 관련된 많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줄이기 위한 해결 방안이 쉽지 않다는 것이 난처한 진실의 핵심이다. ‘교토의정서’의 지지부진한 진행 상황은 오존구멍이 발견된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체결된 ‘몬트리얼의정서’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문제는 온실기체가 바로 우리 생활에 빼어놓을 수 없는 ‘에너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 난처한 것은 지구호의 탑승자들에게 이를 이해시키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이 문제가 우리들이 피부로 급격하게 다가오지 않는데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난처한 것은 이 문제가 앞으로 지구에 살아가야 할 우리들 후손의 문제라는 것이며, 이 것이 바로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낸 이유일 것 같다.

탄산가스의 전지구적인 배출경로를 보면 약 1/3정도는 석탄과 석유를 태워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1/3정도는 사회적인 기반구축, 공공 및 산업활동중에 방출된다. 그런데 남은 1/3은 바로 우리 개개인의 생활 과정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 부분이 흔히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환경친화적인 깨끗한 에너지원의 개발, 좀더 에너지 효율적인 공공기반 구축, 산업구조의 개선 등은 열심히 정치가, 과학자, 기술자, 기업인들이 하나가 되어 노력해야하는 부분이다. 그리고도 모자라는 부분이 바로 우리 개개인의 생활과 관련된, 지극히 작아 보이는 바로 나의 탓인 것이다. 우리 개개인의 생활에서 줄이는 에너지가 바로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중요한 방법인 것이다.

자식을 위한 부모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특히 돋보이는 요즈음의 세태이다. 그런데 그렇게 키워 논 자녀들이 앞으로 어쩔 수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유일한 삶의 터전이 지구가 망가져 간다면 이를 어쩌나?
금년부터 3년간(2007-2009)은 유엔이 정한 지구의 해(IYPE, International Year of Earth Planet)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지구를 더 알고, 지구의 처한 위기에 더 관심을 가지며, 에너지를 절약하는 생활의 실천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바로 우리가 가장 아끼는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