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과학이야기

[새로 나온 책] 에드워드 윌슨, 최재천·장대익 옮김,『통섭: 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북스, 2005 - 오철우

2008.04.05.

[새로 나온 책] 에드워드 윌슨, 최재천·장대익 옮김,『통섭: 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북스, 2005 - 오철우

‘세상을 설명하는 진리는 여럿인가?’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이자 학문통합과 통합과학의 길을 줄곧 제시해온 에드워드 윌슨(79, 미국 하버드대학 생물학과 석좌교수)이 자신의 역작 『통섭: 지식의 대통합』(영어 초판 1998년)에서 던지는 가장 큰 물음이다. 하나의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이, 자연과학과 인문학에서 다르고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 다르다면 진리는 여럿이 될 수 있느냐고 그는 반문한다. 그의 대답은 자연과학이든 인문,사회과학이든, 예술이든 인간 지식은 본디 ‘통일성’을 지니므로 당연히 “지식의 대통합”도 가능하며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인간 정신의 가장 위대한 과업을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이라고 바라보는 윌슨은, 이 책에서 세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 애썼던 고대 그리스 문화의 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그리고 윤리와 예술의 세계까지 오가며 지식 대통합의 가능성에 문을 두드린다. 학문이 걸어가야 할 새로운 미답지는 통합의 조건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인간의 조건은 자연과학의 가장 중요한 미답지이다. 역으로 자연과학에 의해 드러난 물질세계는 인문사회과학의 가장 중요한 미답지이다. 그렇다면 통섭 논증은 다음과 같이 압축될 수 있다. 두 미답지는 동일하다고.”

과학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통합’을 열쇠말로 삼고 있다. 지은이 윌슨은 이 책에서 20세기 말 자연과학은 우주만물의 복잡계에서 새로운 발견을 위하여 통합이라는 탐구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음을 통찰한다. 그동안 전문화하여 잘게 쪼개진 환원주의 학제들 사이에 비어 있던 미답지는 “물리학의 최종 통일, 살아 있는 세포의 재구성, 생태계 구성, 유전자와 환경의 공진화, 마음의 물리적 기초 그리고 윤리와 종교의 뿌리 깊은 기원”을 탐구하는 과학자의 노력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은 이제 자기 학제의 울타리 안에만 존재하지 않고, 실재의 세계를 항해하는 “마젤란의 항해”에 나서고 있으며 ‘통섭의 탐험’은 끝없는 바다를 가로지르며 계속되리라.

자연과학이 예술·윤리와도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지식 통합론은 과학의 길이 위태로워 보이는 현대사회에서 더욱더 필요해진다. 그는 유전자 조작의 시대에 대해, 그리고 갈수록 자연에서 멀어지고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세태에 대해 따끔한 경고를 던진다. “…마치 신이나 된 것처럼 착각하고 오래된 유산을 방기하며 진보라는 이름 아래, 도덕, 예술, 가치를 내동댕이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이다.” 그는 “이기적 자유지상주의”인 미국 보수주의 운동과는 다른 “진정한 보수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통합은 학문하는 사람들에게만 절실한 게 아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지식의 단가는 점점 낮아져 지식정보의 유통이 넘쳐나는 시대에 통합과 종합은 더욱 귀중한 가치가 된다. “대답은 분명하다. 종합이다.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지혜의 빈곤 속에 허덕이고 있다. 따라서 세계는 적절한 정보를 적재적소에서 취합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중요한 선택을 지혜롭게 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돌아갈 것이다.”

윌슨은 올해로 꼭 30년 전인 1975년 학계에 반향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회생물학』이란 책을 펴내어 인간을 생물학과 진화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사회생물학’이라는 학문 영역을 개척한 바 있다. 생소한 책 제목인 ‘통섭’(通攝·統攝, consilience)은 그의 제자인 최재천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가 장대익(서울대 박사과정·과학철학)씨와 함께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찾아낸 말이다. 그는 옮긴이 서문에서 “내가 원하는 우리말 단어를 참빗으로 이를 잡듯 이른바 ‘서캐훑이’를 1년 넘게 한 끝에 찾은 단어가 통섭”이라며 ‘사물에 널리 통함’과 ‘경계를 넘나듦’이란 통섭의 뜻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