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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생명체를 향한 지구인의 손짓 - 홍승수

2008.04.05.

외계 생명체를 향한 지구인의 손짓-홍승수

최초의 사람이 밤하늘의 별을 보는 순간 우주적 이웃을 향한 인간의 손짓은 시작됐을 것이다. 달에 계수나무 다듬어 초가삼간 지으려던 소박한 염원에서도 우리는 인간의 우주적 고독과 만나게 된다. “외계 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까?” 인류는 우주에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세대를 거듭하며 이렇게 되물어왔던 것이다.

태양계의 모습:

지구형 고체 행성과 목성형 거대 행성은, 평균 밀도, 질량, 자전 주기, 위성의 개수, 태양계 내부에서의 위치 등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지구형 행성이 고체 표면을 갖는데 비하여 목성형은 기체 덩어리이고, 내행성계에 자리 잡은 고체 행성들이 경량급인데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외행성계를 도는 기체 행성은 중량급이다. 태양계의 주요 구성원들은 매우 얇은 평판을 이루면서 동일한 방향으로 궤도 운동을 하고 있다. 개중에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위성의 모행성母行星 주위 공전이나 자전 운동이 모행성의 태양 주위 공전과 같은 방향이다. 태양도 물론 이들의 운동과 같은 방향으로 자전한다.

별과 행성의 탄생:

행성과 위성들의 공전과 자전 운동뿐 아니라 그들의 화학 조성도 태양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으로 보아 태양계가 단 하나의 회전 성간운에서 태어났음을 확신할 수 있다. 회전하던 성간운이 자체 중력의 작용으로 수축하면 회전 속도가 증가한다. 마치 스케이트 선수가 넓게 벌렸던 두 팔을 몸통에 가까이 가져오면 더욱 빨리 돌 수 있듯이, 성간운도 중력 수축을 겪으면서 덩치는 감소하지만 회전 속도가 빨라지므로 원심력이 세기가 증가한다. 적도 방향으로는 원심력이 중력을 일부 상쇄하여 수축 속도가 감소하지만, 회전축 방향으로는 회전의 방해를 받지 않게 되므로, 구형으로 시작한 성간운이라고 하더라도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얇은 회전 원반체로 변해 간다.

원반체의 중앙은 밀도가 주위보다 높게 마련인데 중력수축에 걸리는 시간이 밀도가 높을수록 짧기 때문에, 원반 한복판에서 원시 태양이 제일 먼저 태어나게 마련이다. 한편 온도가 높은 회전 원반의 안쪽 지역에서 Si, Ca, Fe 등을 주 성분으로 하는 내화성 광물질의 미세 고체 입자가, 온도가 낮은 바깥에서는 C, N, O와 H 성분의 휘발성 얼음 입자들이 응결된다. 그 경계가 지금의 소행성대다. 이렇게 응결한 ㎛ 규모의 고체 입자들이 서로 엉겨 붙어서 크기 km 수준으로 성장한 것을 미행성微行星이라 부르고, 미행성이 다시 충돌 병합하여 103 km에 이른 천체가 원시 행성이다. 성간운에는 휘발성 원소가 내화성에 비하여 약 20배 정도 많기 때문에 회전 원반에는 얼음의 분수령을 경계로 고체 밀도의 불연속이 생긴다. 따라서 분수령 안쪽에는 지구 정도의 질량을 갖는 고체 원시 행성이 만들어지고, 바깥쪽 원시 고체 행성은 지구의 10배에 이른다. 바깥쪽 고체 핵은 자신의 막강한 중력으로 주위의 H와 He 기체를 끌어 모아 목성형의 거대 기체 행성으로 성장해 간다.

그러므로 회전 원반체의 출현과 행성의 생성은 별의 생성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각종 광물의 온도에 따른 응결 순서를 성간운의 화학 조성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지구형과 목성형 행성들이 갖는 성분의 차이뿐 아니라 이들의 위치와 질량의 분포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회전 원반체의 발견:

별 주위에서 회전 원반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은 인공위성에서 적외선 관측을 하게 된 1980년대 중반부터다. 처음 발견된 것은 오랫동안 회전 원반의 존재가 점쳐지던 MWC 349에서였으나, 가장 극명한 예는 적외선천문위성 IRAS가 찍은 화가畵架자리 β별의 적외선 화상이 보여줬다. 적외선은 중심별보다 원반이 더 많이 방출하므로, 원반 찾기에는 적외선이 유리하다. 적외선 관측으로 원반의 존재가 알려지자 광학 천문학자들은 중심별을 살짝 가리고 그 주위를 면밀히 관찰하는 인공 엄폐掩蔽의 기법을 광학 망원경에 도입하여, 지상 가시광 관측으로도 원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광도 분포를 여러 파장 대역에서 비교 분석하여, 크기가 수 ㎛에서 수 cm에 이르는 고체 입자들이 β Pic 원반에 널리 흩어져 있음을 입증했다. 이 사실은 미세 고체 입자들이 한데 엉겨 붙어 미행성이 만들어진다는 행성 성장의 현대 이론을 강력히 뒷받침 하는 것이다.

회전 원반은 적외선뿐 아니라 전파電波도 방출한다. 특히 일산화탄소 분자들이 내놓는 밀리미터파의 선복사線輻射는 회전 원반의 역학적 특성과 구조를 밝히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1980년대 말부터 전파천문학자들은 황소자리에 있는 변광성 HL Tau에 회전 기체 원반이 있음을 눈치 채기 시작했다. 구경 10.4m짜리 전파 망원경 세 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전파 간섭 관측의 기법으로 이 별에서 회전 원반의 존재를 결정적으로 보여준 것이 1991년이었다. HL Tau에서 회전 원반의 발견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MWC 349나 β Pic의 경우에는, 중심별이 태양보다 무겁기 때문에 이들의 주계열主系列 수명은 짧다. 따라서 회전 원반에서 행성들이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문명이 잉태되어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 중심별은 폭발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HL Tau은 질량이 태양과 비슷하다. 신생 항성 주위에서 회전 원반을 발견함으로써 태양계의 현실에 기초한 행성계 형성의 이론 모형이 태양 이외의 별에도 적용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의 시선을 외계의 행성계로 돌릴 차례다.

목성형 행성의 검출:

천문학자들은 별의 도플러 편이를 측정하여 그 주위에 행성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한다. 별과 행성은 자신들의 질량 중심을 마주보며 돌고 있기 때문에 중심별도 행성과 같이 일정한 주기의 궤도 운동을 한다. 그러므로 중심별의 대기에서 만들어진 흡수선의 중심 파장은, 별의 운동이 관측자의 시선과 평행하게 되는 궤도 양쪽 끝에서, 기준 파장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관측된다. 중심 파장은 별이 관측자에게 다가올 때 짧은 쪽으로, 멀어질 때 긴 쪽으로 옮겨간다. 중심 파장의 이와 같은 주기적 변화를 관측함으로써 그 별 주위에서 돌고 있는 행성의 질량과 궤도에 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이 방법은 1990년대 중반에 와서 겨우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에 벌써 150 개 이상의 행성체가 이 방법으로 검출됐다. 아직 태양 행성계와 유사한 예는 찾지 못했고 행성이 하나 이상 발견된 별도 20여 경우에 불과하다. 측정된 행성의 질량도 목성 규모이거나 이보다 훨씬 무겁다. 태양계에서는 행성들이 거의 원에 가까운 궤도를 그리고 목성형 행성들은 태양에서 5AU 이상 떨어진 외곽부에 주로 자리하는 데 반하여, 외계 행성들은 중심별에 매우 가까운 곳에서 심하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리며 돈다. 수성 궤도의 안쪽에서 목성형의 거대 행성들이 발견된 셈이다. 그렇지만 수성 궤도 내부의 제한된 공간에 그렇게 많은 양의 물질이 들어 있을 수 없으므로, 외계에서 발견된 거대 행성들은 중심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어나 중심을 향해 이주해 온 것이라고 판단된다.

태양계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이와 같은 차이는 검출 방법의 선택 효과 때문일 것이다. 질량이 크거나 중심별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행성이라야 중심별을 흔들기 용이하고, 많이 흔들려야 도플러 편이를 측정하기 쉽다. 또한 주기가 장반경의 3/2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도플러 기법은 장반경이 짧은, 그래서 단기간에 결과를 알아낼 수 있는 행성 계에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태양계가 ‘괴짜’인 것이 아니라,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는 검출 방법이 중심별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되도록 무거운 행성들만을 선별적으로 찾아 놓은 것이다.

최초의 직접 검출:

행성에서 출발한 광자를 붙잡는 것이 직접 탐사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중심별이 워낙 많은 수의 광자를 퍼붓기 때문에 수신된 신호에서 별과 행성의 성분을 분간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대형 망원경의 광축 방향을 인공 엄폐 장치Coronagraph로 가려서 중심 별빛을 차단하는 한편, 능동광학Adaptive Optics의 기법으로 망원경의 주 경면을 세밀하게 조정함으로써 분해능을 회절 한계까지 높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출신인 송 인석 박사를 포함한 8명의 국제 공동 연구진이, 칠레 소재 유럽남반구천문대의 VLT 망원경에 이 방식을 채택하여, 세계 최초로 외계 행성의 직접 검출에 성공한 게 바로 지난 4월 29일이었다. 갈색 왜성을 모성으로 하는 이 행성의 질량은 목성의 5배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형 행성의 탐사:

도플러 관측 기법으로 측정할 수 있는 최저 속도가 ~3 m/s인데 비하여, 지구에 의해서 태양이 흔들리는 속도는 겨우 9 cm/s다. 도플러 방법으로 지구 규모의 행성은 검출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목성 질량이 지구의 320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구형 행성의 탐사가 현대 천문학이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도전은 이미 깊숙한 경지에 이르렀고 성공의 전망은 밝다. 그 한 가지 예가 앞에서 얘기한 Coronagraph + AO 기법으로서, 이 방법도 지구형 행성 발견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상의 대형 망원경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공동 추진하는 SPICA 적외선 우주선 망원경에도 이 방식이 채택될 전망이다. Coronagraph를 이용하여 외계 행성의 직접 검출에 도전하는 인공위성 계획은, 우리의 SPICA 이외에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TPF-C, ECLIPSE와 EPIC 등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이 5~10년 안에 거의 모두 실현될 예정이므로, 인류는 멀지 않은 장래에 지상과 우주에서 지구형 행성의 직접 검출에 성공할 것이다.

미세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하면 지구형 행성의 검출이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미세 중력렌즈 현상을 겨냥한 우주선 발사를 서두르고 있어서, 검출될 외계 행성의 범위가 거대 기체 행성에서 지구형 고체 행성으로 곧 확장될 전망이다. 서브밀리 파를 검출하는 대형 전파 망원경을 수십 대씩 연결하는 일본 주관의 ALMA 계획은 외계 행성의 직접 검출뿐 아니라 원시 행성계 원반의 내부를 탐사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ALMA의 성공이 외계 생명체의 발견으로 이르는 첫 관문을 열어 줄 것이다.

외계 생명 현상과 문명 활동의 확인:

외계 행성체의 검출은 발견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행성에 서식할지 모르는 생명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나의 행성에서 생명이 발생하고 이들이 지적 능력을 갖춘 생물체로 진화하면서 거기에 고도의 과학기술 문명을 이룩하려면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이러한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는 항성은 주로 태양과 비슷한 G형별들인데, 우리의 은하수 은하 안에 이런 별이 약 14억 개 정도가 들어 있다. 행성 검출의 다양한 방법이 이들에게 선별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발견된 행성이 일단 지구형으로 판명되면 생명 활동의 증거가 될 수 있는 H2O, CH4, O2, O3 등의 분광학적 사인을 확인하는 데 우리의 노력이 집중될 것이다. 그 다음에 생명 활동이 의심되는 행성들만 골라서 우리의 ‘전파 귀’를 전자파의 물구멍Water Hole이라 부르는 2~20GHz 대역에 기울여 그들의 문명 활동을 ‘염탐’할 것이다.

천체까지의 거리가 SETI 계획의 대상 선정에 거의 유일한 판단 기준이었다. 지구형 행성들이 직접 검출되면 우리는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와 교신 대상을 SETI에서 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외계 행성의 직접 검출은 인류의 우주 대장정에 주요한 이정표를 긋는 일이다. 그 날이 오면 인류는 자신의 우주적 이웃에게서 핵전쟁의 공포와 환경악화의 위협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 지 한 수 배울 수도 있겠고, 또한 지구인의 처지를 그들에게 기꺼이 알려 주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