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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수 사태와 연구윤리 - 홍영남

2008.04.06.

황교수 사태와 연구윤리 - 홍영남

예견된 황우석 사태

지난해 말은 황우석 신화의 몰락으로 온 국민이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신화는 시대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황우석 교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음해세력이니 시샘을 하는 집단의 무의미한 끌어내리기라고 주장하며 황교수를 띄워 국민적 영웅과학자로 떠받들어 국민을 우롱한 집단은 없었는가? 여기에는 유감스럽게도 ① 정부의 맹목적인 의생명공학 육성지원 ② 정치권의 무비판적인 지지 ③ 재계와 기업의 무분별한 후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과학적 업적을 스포츠 기사 다루듯 한 언론에 있다고 생각한다.

온 국민이 허탈해 하다못해 공황상태가 되도록 관계기관과 언론은 무엇을 했는가. MBC PD 수첩에서 황교수의 생명윤리의 문제를 방영했을 때 그 외의 언론은 무엇을 했는가? 황우석 죽이기라며 황우석 성역을 만드는 듯 했다. 국익을 외치는 자들로부터 위협마저 느끼는 상황이 벌어져 여론의 폭풍을 MBC는 맞았다. 이어서 YTN의 특종보도가 공작방송이었다는 사실이 들어나면서 다시 한번 언론의 취재윤리는 철퇴를 맞고 황우석 살리기는 언론에서 더 이상 취재거리가 되지 못했다. 다행히 이를 계기로 과학보도지침의 필요성과 취재윤리 문제가 불거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취재윤리 때문에 진실마저 사라져서는 안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것은 어떻게 아직도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희망을 찾아 헤매는가? 거짓에 무슨 희망이 있다는 말인가. 이번 사태의 피해자는 대다수 선량한 국민이다. 과학은 빨리빨리 달리기 위해서 고속도로를 만들 수 없다. 과학은 단계적으로 진화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정부나 과학기술인 중에는 세계 최초, 최고를 꿈꾸며 과학을 환상 속에서 키우려 했다. 실은 황우석 교수 사태는 예견됐던 것이다.

황교수를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자로 만들어준 사건은 1999년 2월에 세계 최초로 복제젖소 영롱이의 탄생과 두 달 뒤인 4월 2일에 발표한 한우 진이의 탄생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영롱이의 탄생을 검증할 자료를 황교수가 이사과정에서 잃어버렸다는 웃지 못할 발표는 황교수의 과학자로써의 자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을 유명하게 해준 연구자료를 어떻게 소홀히 다룰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00년 8월 8일에는 36세 남자의 체세포로 복제한 배아를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호세 시벨리 박사가 1999년 6월 같은 내용으로 이미 특허 출원을 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어났다. 2002년 8월 5일 형질전환 돼지 복제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성공했다는 주인공은 탄생후 곧 죽었다. 2003년 12월 10일에는 광우병 내성소와 무균돼지 개발을 했다는 내용을 발표했으나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구내용의 진위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드디어 2004년 2월 12일 황교수는 세계가 깜짝 놀랄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유명저널 「사이언스」의 표지를 장식한 이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이야말로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한 쾌거임에 틀림없었다. 생명윤리의 문제가 제기됐으나 황교수의 이름은 지상을 장식하면서 우리나라의 생명공학이 세계의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이제와서 보면 이 연구내용은 줄기세포가 체세포이식이 아닌 처녀생식으로 생성됐다는 가능성이 밝혀짐으로 논문조작이 확실시 됐다. 1년만에 또 다시 「사이언스」에 표지 논문을 실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황교수는 11명의 환자 체세포를 18명의 여성한테서 기증받은 난자 185개에 핵이식해 11개의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황교수는 모든 불치병 환자의 구세주가 되었다. 이같은 성공확률이라면 경제성이 있다고 전문가들도 믿었으며 황교수팀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거짓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진리를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했겠는가! 내부 고발자에 의해 문화방송 PD수첩에서 2005년 11월 22일에 ‘황우석 신화의 난자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취재 발표함으로써 황우석 왕국은 무너지고 말았다. 참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2,000개가 넘는 난자를 사용해서 줄기세포를 하나도 얻지 못했다니 어이가 없다. 황교수의 연구진행과정을 보면 어떻게 이 많은 내용을 단시일내에 수립할 수 있었는지 초인간적인 성과이다. 일차적으로 초인적 연구내용이 한 연구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왜 의문을 품지 못했는가. 여기에는 여러 분야의 총체적인 지원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황우석 파문이 주는 교훈

왜 유독히 황교수는 기자들을 몰고 다녔는가? 그는 국민들 앞에서 항상 이벤트성 발표로 국민을 최면에 걸리게 한 것 같다. 어떻게 황교수는 직접 연락하고 대통령과 독대하는 거물인사가 되었는가? 왜 연구지원과 관리를 하는 과기부를 들러리로 만들었는가? 이 모든 황교수의 행보는 과학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숙달, 연구비, 참을성 그리고 행운이다. 그런데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황교수 팀에는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숙달된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황교수의 주장대로 배반포기까지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했다면 그것이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지 않는가. 과학자라면 황교수는 국민앞에서 호소하는 듯한 행동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왜 과학계를 넘어 검찰수사까지 가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황교수에게는 다만 엄청난 연구비지원만이 있었다. 그 연구비 지원내용을 보면 광우병 내성소 개발, 복제돼지 연구, 줄기세포 연구등 한 명의 교수 연구팀에 집중적으로 지원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연구비의 필요성, 용도, 나아가서 황교수의 연구비 집행의 재량권등 이 모두가 베일에 싸여있다. 더욱이 황교수의 연구 업적이 논문으로 게재된 것이 거의 없는데 무엇을 보고 연구비를 지원했는가.

그보다 중요한 참을성의 결여에 따른 성과과욕이 사회적 혼란을 불러왔다. 과학은 결과보다 중요한 것이 결과를 얻기까지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이 과정은 원하는 대로 된다는 보장이 하나도 없다. 연구수행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을 때 일수록 과정의 하나하나를 검증하고 또 검증해서 재현성을 확보해야 한다. 과학적 성과는 미리 계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참을성 못지않게 행운도 따라야 한다. 황교수는 언젠가 항상 눌려 살아온 우리민족에게 천운이 내려 기를 펴고 살라는 것 같다는 화려한 어법으로 국민을 현혹시켰으나 실제로는 운이 따르지 않은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의 파문은 필요한 것을 다 갖추지 못한 가운데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연구결과의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황교수의 가파른 학문적 성과에 대한 아무런 검증도 하지않고 정부와 언론이 올인하여 한 과학자를 영웅화하며 감당키 어려운 짐을 씌워 압박감 때문에 희망이 아니라 환상에 사로잡히게 한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왜 1호 최고과학자로 선정하는등 황교수 띄우기를 서둘렀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부족한 연구비를 주면서도 과제를 심도있게 심사하고 평가하던 과기부는 이 엄청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어떤 심사와 검증 그리고 평가를 했는가? 진정으로 황교수팀에 지원된 연구비의 철저한 심사과정과 검증노력이 있었는지 아니면 편법지원이었는지 청와대와 정부관계자들은 침묵하지 말고 밝혀야 한다.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려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황교수를 보고 과학자의 꿈을 꾸던 청소년에 대해 우리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만약 정상적인 검증과정이 이루어졌다면 이 황당한 논문조작은 피할 수 있었다고 본다. 우리의 과학계가 진정으로 자정능력을 갖고 있었는가! 이제야 말로 자정능력을 키우고 진정성을 높여야만 세계 과학계로부터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학계가 다시 진실 앞에 바로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로부터 발생한 젊은 과학자들의 문제제기는 참으로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지금이라도 황교수는 모든 것을 밝혀 추측이 난무하는 소비적 논쟁을 멈추게 해야 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성공사례라고 발표하는 것은 위험하다. 황교수는 아직 이번 사태의 핵심이 논문조작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허망된 열정이 과학자들을 함정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과학자의 연구윤리

과학계의 엄격한 감시와 윤리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비행, 연구결과 조작, 그리고 실험조작에 대한 사례는 적지 않다. 명예와 존경을 얻고자하는 갈망은 모든 학자에게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날조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 획기적인 연구결과로 인정돼 유명한 잡지에 실린 논문이 신빙성 문제로 검증받은 사례는 많다. 그렇기 때문에 황교수팀의 논문이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그것이 인위적 실수인지 조작인지를 과학계에서 검증절차를 밟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제는 조사결과에 대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황교수가 진실을 밝히고 책임지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황교수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황교수 스스로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감스럽게도 황교수는 다음과 같은 바람직한 과학자의 행동윤리원칙을 따르지 않았다.

첫째, 과학자는 연구과정의 모든 것이 객관적이고 비편향적이어야 한다. 즉, 연구 데이터나 연구결과를 조작, 위조 또는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이 원칙은 과학의 가장 중요한 규칙으로 이를 어길 경우 과학연구의 필수적인 협력과 신뢰는 깨지고 말 것이다. 오직 과학의 목적을 성취하려면 정직성의 바탕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황교수는 없는 줄기세포를 있는 것처럼 조작하고 위조해「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둘째, 과학자는 실험적·방법론적·인위적 오류를 피해야 하며 자기기만·편향·이해갈등을 가져서는 안된다. 이에 대한 조심성의 결여는 부정직만큼이나 과학지식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응용연구, 의학, 그리고 공학에서 발생하는 이같은 오류는 막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처럼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황교수는 엄청난 자기기만으로 사교의 교주처럼 난치병 환자에게 불가능한 꿈만을 안겨주었다.

셋째, 연구데이터, 연구결과, 연구방법, 아이디어, 기법, 그리고 도구는 공유해야 하며 연구내용에 대한 심사를 허용해야 한다. 더욱이 다른 과학자의 비판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 동료심사제(peer review system)는 바로 개방성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개방성이야 말로 과학의 독단적이고 무비판적이며 편향화를 막는 역할을 담당한다. 과학자간의 협력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연구의 모든 내용은 개방되어야 한다. 황교수의 연구는 베일에 싸여 있었고 언론을 통해 이벤트성 보도만이 있어 왔다. 넷째, 과학자의 연구는 자유롭게 수행되어야 한다. 자유는 과학자의 새로운 아이디어 추구와 창의성을 키우며 과학지식의 타당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원들에 의하면 황교수는 그들의 연구실에서 오직 군림하는 자였으며 웃지 못할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시간에 쫓기는 초조감 속에서 새로이 충전해야할 시간도 없이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기계처럼 일만했다. 이처럼 폐쇄된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섯째, 명예는 마땅히 그것이 주어져야 할 사람에게 주어져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져서는 안된다. 이 원칙이 작동하지 않으면 과학자는 연구의 동기가 약해질 뿐만아니라 정보의 공유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 이 명예는 자신의 연구에 대한 책임을 질 때에만 과학자에게 주어진다. 황교수의 「사이언스」논문의 저자들은 무임승차한 사람들이 있으며 그중 문제가 됐던 것이 바로 그 당시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었다. 여섯째,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고 연구내용을 솔직하게 일반대중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이 사회적 책임을 언론, 정치가, 그리고 일반대중에게만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황교수는 어떠했는가 오로지 이벤트성 보도만을 위해 이곳 저곳 강연을 하고 다녔으며 연구와 논문작성은 뒷전이었다.

일곱째, 과학자는 연구지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과학자가 연구업적을 늘리기 위해 하나의 논문으로 보고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여러 편의 논문으로 나누어 출간하거나 동일한 결과를 다만 미세한 수정을 통해 상이한 논문들에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같은 행위는 연구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며 비윤리적인 일이다. 황교수팀은 한가지 결과를 여러 논문에 중복하여 게재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위를 일삼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서 연구윤리와 관련된 내용을 거의 교육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서 과학 전문학회에서도 과학의 기만행위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다룰 윤리위원회를 두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황교수 사태’이전에 국내에서 연구 부정행위가 쟁점이 된 적이 없으며 부정행위가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현황파악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진실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는 국민적 정서가 근본적인 윤리문제를 논의할 수 조차 없게 하였다. 2004년에 제정된 ‘과학기술인 헌장’은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며 2005년에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가 실치되었으나 어딘가 법적 공백이 있는 것 같다. 이제야말로 연구윤리 및 연구 진실성 확보를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법규정을 정립하여 연구부정 방지를 위해 연구자의 윤리를 감독할 공식체제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과학윤리적으로 부끄러운 나라가 되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