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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국의 갯벌: 환경, 생물, 그리고 인간, 고철환 엮음 - 이두갑

2008.04.06.

[서평] 한국의 갯벌: 환경, 생물, 그리고 인간, 고철환 엮음 - 이두갑

1960년대 이후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노력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레이첼 카슨의 책 '봄의 침묵'을 시작으로 인간의 생물학적 생존을 위협하는 광범위한 환경파괴에서부터 자연으로부터의 소외와 같은 인간 자신의 내면의 파괴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문제들이 밝혀지면서 인간은 그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새로운 시각을 바라봐야 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 후로 환경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낭만적인 운동가들은 산업문명을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함을 역설했고, 경제학자와 정책입안가들은 자본주의가 지닌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각종 경제, 세제 정책을 입안했다. 급진주의자들은 자연을 착취함으로써 거대해져가는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의 결합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왔다. 이들 모두는 자신들이 환경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찾았다고 생각했고, 남은 것은 자신들의 주장을 실현시키기 위한 실천이라고 단정지어 왔다.

그렇지만 실제 문제의 해결은 쉽지가 않았다. 우선 ‘환경’이란 자연, 인간의 사회, 기술로 만들어진 인공물 등 매우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곳이었다. 자연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그곳 역시 순수한 ‘자연’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의 문명이 결합되어 있는 곳이라는 점을 깨달았고, 환경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자 했던 이들은 이러한 계산이 매우 다양한 정치, 경제적 고려가 필요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라는 점을 시인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이 환경에 적대적이라는 주장 역시 지나치게 논리적인 주장이며, 사회주의권의 엄청난 환경파괴와 과학기술이 환경의 질을 개선해준 사례들이 밝혀지면서 역사적으로도 유지되기 힘든 가정임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때문에 1990년대에 들어서며 사람들은 점차 환경문제를 접근하는데 다양한 시각과 방법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

고철환 교수가 편집한 ‘한국의 갯벌: 환경, 생물, 그리고 인간’은 갯벌이라는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의 광범위함과 방법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총 8부로 이루어진 방대한 이 책은 해양학자, 생물학자와 같은 자연과학자들로부터 역사학자와 경제학자, 인류학자와 같은 인문, 사회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갯벌이라는 환경에 결합되어있는 생물들의 생태와 인간들의 삶으로부터 시작해서, 간척이 갯벌환경에 가져온 생물상의 변화와 어민들의 삶의 모습과 사회구조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환경’이라는 것을 자연과 인간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총체적인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저술에 참여한 연구자 모두가 자신들의 분야가 지닌 환경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을 잘 살려내며 갯벌이라는 환경을 이해하고, 이의 보존과 향상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을 제안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예들 들어 시화호의 개발을 둘러싼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 자연과학자들은 간척이 지닌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을 통해 간척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며 보다 주의 깊은 자연변화가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사회학자와 인류학자들은 간척이 가져온 어민들의 삶의 변화와 피폐화, 지역발전의 환상에 대해 경고하며 자연친화적이며 주민위주의 발전양식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역사학자들 또한 간척이 조선을 수탈하려는 식민지 시대의 산물인 ‘공유수면매립법’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정책이 변화되어가는 시대에 적절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새로운 국토개발방식이 필요함을 암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이전까지 다소 피상적인 시각과 단편적인 방법을 가지고 이루어진 환경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뛰어넘는 역작이다. 부분적으로 과학의 역할이나 경제논리, 문화의 보존과 같은 이슈들에서 자연과학자와 인문학자들간의 긴장이 곳곳에 내재해 있지만, 이 긴장은 창조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건강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갯벌, 나아가 환경의 보존과 지역의 발전에 관심이 있으나 자신의 분야가 지닌 단편적인 시야와 방법론에 매몰될 우려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러한 한계를 타개하고자 고민하는 과학자, 정책입안자, 경제학자, 인문학자들 모두에게 커다란 도움과 자산이 될 것이다. 이후 한국에서 환경관련 연구를 행할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과 접근방식의 중요성을 경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