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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이란 -이상묵 교수

2008.05.22.

인간다운 삶이란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가장 인간다운 삶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보았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고대 그리스인들처럼 많은 생각을 해본 민족이 없었다고 한다. 많은 고대 철학자들이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안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한 사람은 바로 소크라테스가 아닌가 싶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 말 아테네에서 태어났다. 그가 한 일은 동네 사람들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떠들고 토론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 것도 글로 남기지 않았다. 우리가 그의 생각에 대해 그나마 아는 것은 플라톤을 비롯한 다른 철학자들이 남긴 글을 통해서다. 많은 서양 철학자들이 그들의 사상의 원류로 여기는 소크라테스는 과연 가장 인간다운 삶에 대해 어떠한 해답을 제시했을까? 사람들은 그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그는 철저히 생각해보고 되돌아보지 않는 삶(unexamined life)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좋은 직장을 가지고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풍요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시련에 부딪쳐 그것을 이겨내고 자기 삶을 뒤돌아보는 삶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이다. 둘째, 우리 인간은 기존에 알고 있는 토대 위에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너뜨리고 또 다시 쌓고 하는 반복된 비판과 검증 속에서만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실제는 허상이라는 점을 드러내곤 했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모든 사람이 교육과 가르침에 의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좋은 교육과 환경을 강조하였고 그것들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그의 확고한 믿음은 나중에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스스로 독배를 마시게 하는 데 이른다.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다음 비로소 내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전에는 나도 남들처럼 소위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직업적 성공에 매달려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친 후 얼마나 나의 존재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고, 내 스스로가 얼마나 행운아인가를 깨달았다. 최소한 소크라테스 기준에서 볼 때 첫째, 교통사고는 나의 삶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었고, 둘째,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자연과학이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실도 다시 뒤집어 생각해본다는 점에서 나는 이미 소크라테스적 방법을 실천하고 있었다. 과학은 비록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많은 질문들에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해 제한적이지만, 우리가 무엇에 대해 뭔가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건 오직 관찰과 실험을 통한 경험론적 접근방법과 시도 때문이란 사실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의학적 한계에 실망한 나머지 근거없고 비합리적인 데에 매달리고 있어 이 점이 가장 아쉽다. 그래서 나는 미국에서 다친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긴다. 만약 한국에서 다쳤다면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가족들이 솔깃해 내가 각종 민간 의술의 실험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대학교수라는 직업 자체가 교육을 통해 올바른 인격을 가진 사회인을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라서 나는 이 세번째 요건도 충족하고 있었다. 어쩌면 다친 다음에야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요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2008. 5, 12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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