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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안정의 반대말-안철수 동문 (1986년 의학 졸)

2008.06.12.

삶이란 안정의 반대말

우리에게 벤처계의 신화적 인물로 잘 알려진 안철수씨는 사실 알려진 직함이 굉장히 많다. 보통 사람들이면 두 세장으로 정리될 이력서가 안철수씨의 경우엔 일곱 장이 넘는다. 그의 이력서는 대부분 그간 받아왔던 상과 다이내믹한 경력들로 채워져 있다. 의학박사부터 시작해서 안철수연구소 전임 대표 이사,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안철수연구소 최고학습책임자(CLO)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안철수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직업은 바로 ‘학생’이다. 그는 총 27년,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학생의 신분으로 살아온데다가 바로 얼마 전에는 미국 와튼 스쿨에서 창업경영학을 공부하고 왔다.

“공부 욕심이 많다기보다는 간접 경험을 최단 시간 내에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학생이 되는 것이에요.” 공부가 제일 쉬웠냐는 질문에 그는 멋쩍은 듯 말을 이어간다. “청강보다는 학생의 신분으로 수업을 들으면 교수님이 저를 굉장히 괴롭혀 주시죠.(웃음)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공부하다 보면 그 힘들던 공부가 내 피와 살이 되니까요.”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신호라며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스스로가 정상에 있다고 느낄 때는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 내리막길에 서 있는 때입니다. 제가 CEO이면서도 공부를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의 공부 인생에는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안철수연구소의 창업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경력이 있다. 바로 서울대 의대 출신이라는 것. “사실 의학 공부를 안한 지 꽤 오래되다 보니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네요.(웃음) 하지만 대학 다닐 때 가졌던 마음가짐 등은 그대로 지니고 있죠.” 안 동문은 대학 다닐 때 의료 봉사를 많이 다녔다고 한다. “아마 저처럼 비효율적인 삶을 산 사람도 없을 거예요. 14년 동안 배웠던 의학은 하나도 쓰지 못하고 있고, 12년 동안 몰두했던 백신 프로그램 연구도 지금은 모두 접었으니 말이죠. 그러나 오히려 지금까지 변치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대학 때 무의촌에서 봉사했을 때의 마음가짐, 새벽마다 일어나 공부 했던 열정이에요. 대학 때의 그 모든 것이 녹아 지금의 제가 됐습니다.” 그에게 열심히 산다는 것은 지식이나 효율의 문제가 아닌 삶의 태도의 문제였다.

점차 학생들이 안정적인 직업과 진로를 원하고 또 앞만 보며 달려가는 현실에 안 동문은 도전하는 정신을 잃어버린 서울대생들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삶이란 안정의 반대말입니다. 세포가 억지로 자신의 변화를 꾀하며 살아가는 것만을 보아도 그래요. 세포, 생명, 삶 자체는 바로 불안정을 만들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세상에 진실로 안정하고 안주할 수 있는 직업은 없다. 스스로가 자신 인생의 주인 된 입장에서 변화를 찾는 것이 오히려 더 당당한 셈이 된다. 타자가 부여하는 변화 속에 빠지는 것보다는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인생을 사는 것이 실로 더욱 매력적이지 않은가.

디지털의 최첨단을 달릴 것 같은 안철수 동문은 하루에도 메모를 A4 용지로 서너 장씩 하는 메모광이다. 이 메모들은 고스란히 그의 백팩에 넣어지는데, 양복에 백팩을 매는 모습이 그리도 잘 어울릴 수 없다. “이 메모는 내 고민의 무게입니다. 컴퓨터에 저장해 다니는 것이 더 편하겠지만, 전 이 메모의 무게가 좋아요.” 주변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갈 길을 가는 모습은 백팩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울대인에게 남기는 메시지로 그는 자신이 어떻게 변화무쌍하고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고, 또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세요. 다른 것은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이 세 가지만 보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2008. 6. 12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송첫눈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