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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 아름다운 움직임

2010.11.12.

마으으로 그리는 그림 서울대학교 미술 동아리, 미동

이미 창고로 쓰인지 오래 된 것 같은 어두운 주차장. 메마른 담쟁이 넝쿨만이 감싸고 있는 지저분한 담장. 아이들이 뛰어 놀고 공부를 하는 공부방의 풍경이라기엔 믿기지가 않는다.

찌는 듯한 무더위와 뜨거운 햇빛을 뒤로하고 그렇게 땀 흘리며 그리기를 몇 시간... 어느새 어두웠던 담장과 주차장은 동화 속에서 본 듯한 알록달록 색색의 그림들과 세라믹 타일의 동물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변하였다.

미동 활동 사진, 벽을 장식하고 있는 미동‘미동’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지만 순수하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서울대학교 미술 동아리이다. 2003년부터 활동한 미동은 현재 작곡과 오희숙 교수님의 지도아래 총 50명~60명 정도의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활동하고 있다. 취미로 만든 동아리이지만 순수 미술에 대한 열정은 화가 못지않다.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그리는 그림이지만 그림에 대한 남다른 열정 때문인지 프로의 향기가 느껴질 정도로 작품성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이들의 그림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동아리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그들의 선행 때문일 것이다.

‘미동’의 회원들은 해마다 방학이 되면 동아리 방이 아닌 붓과 페인트, 세라믹 타일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서울대 동아리와 관악구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Co-Co-Vol(코코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Co-Co-Vol(코코볼) 프로그램이란 함께 자원봉사를 하면서 함께 꿈을 이뤄나가자는 내용인 ‘Co-volunteering, Co-dreaming Volunteer’의 약자로 관악구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자원봉사 특화 프로그램이다.

대학생들에게는 학기보다 더 바쁜 방학이지만 ‘미동’ 은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회원들을 모집하여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사회복지시설이나 공부방, 지저분한 옹벽 등에 벽화를 그리는 자원 봉사 활동을 한다.

미동 활동 사진, 벽을 장식하고 있는 미동올해도 어김없이 붓을 들고 서울미술고 학생들과 함께 관악구 공부방 벽화 그리기 자원봉사 활동에 나섰다. 한 번이라도 왔다간 회원들만 해도 벌써 20명이 넘었다. 그만큼 회원들의 참여율과 관심이 뛰어나다. 기후 조건이나 재료의 특성 때문에 한 장소에 투여되는 시간은 길어야 5일. 5일 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코 끝을 찌르는 페인트 냄새, 땀 냄새를 견뎌가며 하루에 8시간씩 땡볕에 서서 작업을 해야 한다. 날씨도 벽화 봉사활동의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다. 김진실 학생은(건설환경공학 3학년) “힘들게 작업했는데, 도중 비라도 오면 그림이 망가질까봐 걱정 돼요” 라며 일기예보를 빠짐없이 듣는다고 덧붙였다.

‘관악의 동피랑 만들고파’ 현재 ‘미동’의 회장을 맡고 있는 송지나 학생(작곡과 2학년)은 “가장 힘든 것은 아무래도 날씨인 것 같아요. 그리고 봉사활동 하는 곳이 보통 외진 곳이나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서 페인트나 타일 같은 재료들이 많이 무거워서 들고 가는 것도 힘들죠” 라며 솔직하게 고충을 털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보람된 일을 해서일까. 오늘도 몇 시간째 더위와 싸우며 작업을 하고 있던 그녀의 얼굴에선 결코 고단한 기색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벽화를 그리고 나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저도 덩달아 신이나요. 사실 벽화를 그리러 오는 곳이 아동복지시설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같은 곳이에요. 아이들을 위한 곳인데도 높은 곳에 있어서 어둡고 삭막한 곳이 많아요.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파요. 벽에 그림 하나만 그려도 아이들이 밝아지고 신나하는 것을 보면, 환경만 변화해도 아이들의 정서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비록 작은 노력이지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는 마음에 뿌듯해요.”

‘미동’의 벽화그리기 봉사 활동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늘 지나다니는 골목길에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워지니 어른들도 기분 좋기는 마찬가지이다. “저희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칭찬해주시며 아이스크림도 사다주시고 가시고 먹을 것도 가져다주시곤 해요”라며 최영빈(물리학과 4학년)학생이 이야기 한다.

봉사활동을 하면 학점이 주어지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누가 상을 주는 활동도 아니지만 ‘미동’의 벽화그리기 자원 봉사 활동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윤이은 학생(응용생물학부 2학년)은 아직도 관악구 곳곳에 그릴 수 있는 거리의 도화지가 너무도 많다며 수줍게 웃는다.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작은 어촌 마을에서 이제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버린 통영의 ‘동피랑’ 마을처럼 서울대 학생들의 아름다운 선행으로 관악구가 제2의 동피랑 마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대 사람들> 23호 (2010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