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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그리고 미래의 웹 - 이상구 교수

2010.11.29.

스마트폰, 그리고 미래의 웹
글: 전기컴퓨터공학부 이상구 교수

'스마트 충격'에 휩싸인 우리 나라
지난 해 11월 Apple사의 iPhone이 국내에 출시된 이후로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충격’에 휩싸였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책 수립에 여념이 없고, 통신사들은 새로운 시장 환경을 읽느라 분주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우리가 자랑했던 ‘IT 강국’이란 별명이 허구가 아니길 바라면서 연일 다양한 의견과 정책, 사업을 쏟아 내고 있다. 기업과 정부 뿐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교수들 모임에서도‘iPhone 가진 자’들끼리 재미있고 유익한 앱(app, application) 정보를 주고 받거나 자랑하는 것이 대화의 중심이 되기가 일쑤이고, 약속시간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혼자 멀뚱한 시간을 때워야 할 때나 지하철 역에 내려 처음 가는 식당 을 찾아갈 때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걱정이 없게 되었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는 올 2 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대비 50.4%나 성장했고 2011년이면 일반 휴대폰 판매량을 앞설 것이라 한다.

스마트 폰의 성공 요인은 이동성
스마트폰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따지자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노트북 PC 가 ‘운반할 수 있는(portable)’ PC였다면, 현재 의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사용하는 이동성(mobility)을 갖추었는데, WiFi나 3G 데이터통신을 통해 인터넷에 항시 연결되어 있어 언제 어디서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이동성을 실현시켰다. iPhone 이전의 PDA phone 등에서는 웹 브라우징(Web browsing) 등의 기능이 너무나 불편해서 사용할 수 없었던 반면, iPhone 이후의 스마트폰들에서는 즉시적이고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불편없이 이용이 가능하여, 정보를 소비하는 면에서는 제대로 된 PC에 버금가는 사용경험을 제공한다는 점 또한 빼놓지 못할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다.

웹 환경의 발달이 있었기에 스마트 폰이 가능했던 것
하지만, 본고에서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환경적 요인을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2000년대 후반의 성숙된 웹 환경은 스마트폰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환경적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웹은 단순한 웹페이지들 의 모임이 아니라 사람들간의 소통매체이기도 하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담고 있는 그릇이기도 하다. (인터넷(Internet)과 웹(Web)은 일반적으로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협의로 사용할 때는 전자는 TCP/IP 등 네트워크 환경을 의미하고 후자는 그 위에 구현되는 서비스와 컨텐츠를 의미한다.) ‘참여, 공유, 개방’등으로 특징 지어지는 Web 2.0의 각종 서비스와 기능들을 향유해온 사용자들에게 스마트폰 위의 새로운 소 프트웨어와 서비스들은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Daum.net) 지도 위에 표시된 맛집 정보를 보아온 우리에게 스마트폰 카메라 화면 위에 식당 위치를 표시 해주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서비스는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며, iPhone 출시 이전에 벌써 수많은 사람들의 소통매체였던 Facebook(www.facebook.com) 이나 Twitter(www.twitter.com) 같은 서비스들은 스마트 폰 위에서 더욱 그 가치를 발휘하면서 스마트폰의 효용성을 높여 준‘killer app’ (killer application: 어떤 기술이나 기기의 핵심가치를 잘 보여주는 서비스나 응용 프로그램)의 역할을 하였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중요성
사용자 수용성이란 측면 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도 성숙한 웹 환경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현재의 웹은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와 서비스를 섞고 조합 하여(mashup) 새로운 서비스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소프 트웨어 개발 플랫폼(platform)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정한 도시의 날씨를 스마트폰 화면에 아이콘으로 보여주는 앱 은 Weather.com에서 제공하는 날씨 데이터를 이용하면 쉽게 만들 수 있지만, 그런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사이트가 없다면 개인이 해내기 어려운 작업이다. 2010년 8월말 현재 Apple의 App Store에는 25만개의 app이 등록되어 있으며, Android 용 앱 또한 10만개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많은 앱들이 얼마되지 않는 기간동안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소프트웨어 부품 창고’로서의 웹이 있었기 때문이다. 앱 개발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은 개발 도구를 포함한 편리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다. 약간의 프로그래밍 경험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앱을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체계적인 개발 환경과 도구들이 제공되어 소프트웨어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Apple은 iPhone 개발을 위해 Xcode 통합개발환경(IDE; 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을 제공하며 Android는 Java 개발에 널리 사용되는 Eclipse IDE를 채택하고 있다.) 실지로 지난 7월 컴퓨터공학부에서 실시한 iPhone 개발 자 교육과정과 8월의 Android 개발자 교육과정에서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능력을 가진 교육생들이 3주간의 교육만으로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춘 app을 개발할 수 있었다. 물론 서버 쪽의 비중있는 기능 구현을 위해서는 고급 프로그래밍 능 력이 필요하겠지만 단말기상의 클라이언트(client) 기능 구현은 그만큼 쉬워졌다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재사용 (reuse), 컴포넌트 기반 개발(CBD; component based development) 등 소프트웨어 품질과 개발 생산성을 높이려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축적된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웹과 현실세계의 통합
웹이라는 사이버세계는 이제까지는 우리가 숨쉬고 움직이 는 실세계와는 구분되어 존재해 왔다. 즉,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만이 웹에 ‘접근(access)’ 하게 되는 것이지 아침에 커튼을 열고 커피를 마시고 운전을 할 때는 별 상관이 없는 저쪽 세계였던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그것을 조금씩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걸어가면서 실세계의 내 위치를 파악해 지도에 표시하고 웹에서 받은 데이터로 주변 상점들을 표시해주기도 하고,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라면의 바코드를 카메라로 찍으 면 웹상의 상품정보를 검색해 가장 싼 곳의 가격과 위치를 알려준다. 내가 숨쉬고 움직이는 세상과 웹이라는 사이버 세상이 조금씩 섞여 돌아가는 것이다. 이렇듯 스마트폰은 웹이라는 거시적인 컴퓨팅 환경 과 불가분의 관련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웹의 발전 방향을 함께 예상해 보기로 하자. 앞으로는 모든 가전, 기계, 기기, 도구 등에 통신 모듈이 탑재되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들의 웹(Web of Things) 이 실현되고, 실세계의 기기와 웹상의 기능을 결합해 만들어 지는 서비스들이 새로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내 일정과 일기예보를 참조해서 아침에 커튼이 열리고, 방에 누가 있는가를 고려해 TV가 프로그램을 필터해 줄 것이다. 모든 사물이 서로 통신이 가능하므로 출근할 때 스 마트폰만 들고 나가면 자동차 키, 오피스 출입카드, 신용카드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기기와 센서들이 연결되어 내가 처한 상황을 더 정확히 인지할 수 있으므로 상황인지(context-aware) 서비스 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이다. 이는 컴퓨터가 더 지능화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지능적인 컴퓨터를 구현하는 일은 컴퓨터의 탄생시점부터 계속되는 우리의 숙제이다. 컴퓨터가 인간처럼 인지하고 추론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노력도 계속되겠지만, 엄청나게 쌓이는 데이터를 새롭게 이용하는 방향의 노력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컴퓨터에게 의미있는 웹을 만들려는 시맨틱 웹(Semantic Web)을 위한 노력도 이 방향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 컴퓨터가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더 많이 더 풍부하게 제공하는 프로젝트들이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http://linkeddata.org)

소셜 네트워크의 가능성
Facebook의 창업자 M. Zuckerberg는 지난 4월 Open Graph(http://opengraphprotocol.org)라는 웹 규약을 발 표하면서 웹 전체를 SNS(social network service) 기반 위에 재정립하여 새로운 질 서를 만들어 나갈 것을 주장했다. 일면 황 당해 보이기는 하나 SNS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 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실지로 기존의 검색 방식(예, Google 검색)에 비해 SNS를 이용해 내 친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찾아주는 방식의 검색이 더 우수한 결과들을 낳고 있다. ‘사물들의 웹’시대가 도래하면 사람들 간의 소셜네트워크 뿐 아니라 사람과 사물, 그리고 정보자원 모두가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인터넷 스타 기업을 기대하며
스마트폰은 고급 통신 기기가 아닌 내 몸에 지니는 개인 컴퓨터다. 그것이 거대한 인터넷에 연결되고 또 인터넷은 우리 주변의 모든 기기들과 연결되게 된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고 스마트폰(그 때는 다른 이름으로 불릴지는 몰라도)은 그 중심에서 나의 대리인 또는 내 분신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결코 먼 미래의 얘 기가 아니라 몇 년 뒤의 모습이라 생각되는데, 어떤 형태의 서비스가 생겨날지 또 우리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지 벌써 기 다려진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환경에서 태어날 새로운 인터넷 스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서울공대 소식지> 79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