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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기숙사 만족도 96%

2010.12.24.

외국인 학생 장기자랑에 참석한 학생들

외국인 학생 기숙사 만족도 96%


서울대의 학생 기숙사 ‘관악사’에는 재학생과 교환학생 등 외국인 1,091명이 거주하고 있다. 50 여 개국에서 온 다양한 인종들의 '동거'생활은 어떨까? 

지난 10월 관악사 행정실에서 외국인 사생 198명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실시한 결과, 63%가 “기숙사 생활에 아주 만족한다”고 대답하고, 33%가 “대체로 만족한다”고 하는 등 외국인들의 기숙사 생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룸메이트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61%가 “룸메이트가 너무 좋다”고 응답해 화기애애한 기숙사 분위기를 반영했다. 관악사는 룸메이트를 자의로 선택할 수 없도록 규정을 정해 두고 나이와 국적, 소속을 불문한 무작위 메이팅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외국인 사생들의 81%는 “룸메이트와 갈등을 겪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관악사가 이렇게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실제로 관악사에 거주하는 각 국 외국인 학생 5명과 한국인 룸메이트들을 만나 보았다.

교실보다 기숙사에서 더 많은 친구 사겨

사생들은 하나 같이 “학교 수업에서보다 기숙사에서 훨씬 더 많은 친구를 만났다.”고 대답했다.

“기숙사에서는 밥먹고 학교 가고 하는 생활 패턴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동질감을 느끼는 거 같아요. 학교 수업에서는 모여서 같이 수업 듣고는 다시 확 흩어지니까 연결되기가 쉽지 않아요.” 밀라노의 보코니 대학에서 온 비토리오 칼라브레제 학생이 말했다.

“기숙사 친구들은 밥먹으면서, 세탁실가면서, 또 글로벌 하우스에서.. 보기 싫어도 계속 마주치니까 말 건내기가 쉬워요.” 몽골에서 온 볼로루투야 학생이 덧붙였다.

대화에 참가한 사생들

이들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기숙사 내의 까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도 몇 명의 학생들이 어깨를 툭툭 치며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까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대부분과 눈인사를 나누던 니콜로 모로시 학생은 자신만의 친구 사귀기 비법을 전했다.

“제일 성공적인 장소가 기숙사 편의점이에요. 뭐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한테 가서 메뉴를 추천해 주다 보면 금방 대화가 트여요.”

실제로 외국인 학생들이 사교를 위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기숙사 내의 24시간 편의점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저녁식사라고 하면 8시는 되어야 시작하데, 여기서는 5시 반에 시작해서 7시면 학생 식당이 닫아 버리니까, 밤에 늘 배가 고파서 편의점으로 몰려가요.” 루시에의 말에 다들 동의를 표하며 웃었다.

이런 식으로 관악사 편의점은 외국인 학생들을 만나는 명소가 되었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 기숙사 편의점 앞의 옹색한 플라스틱 테이블 주변에는 밤마다 각양각색의 외국인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놀더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룸메이트는 라이프 메이트

이렇게 만나는 친구들을 방에는 데려가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한다. 룸메이트를 위한 배려인 것이다. 아무리 기숙사 시설이 좋아도 룸메이트와 갈등이 있으면 고통이 시작된다고 이들은 말한다.

한국인인 이지예 학생과 몽골에서 온 볼루루투야 학생은 ‘모범 룸메이트’로 행정실에서 꼽을 정도로 우애를 자랑하는 ‘룸미’ 들이다.
“지예는 저를 엄마처럼 챙겨줘요. 공부하고 있으면 부모님이 보내 준 간식을 내게도 챙겨서 내밀어요. 저희 엄마도 실제로 이렇게 챙겨주신 적은 없었는데 말이죠.” 

프랑스의 명문 사이언스 포에서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어 두 학기 째 관악사에 머물고 있는 루시에 비르텔 학생은 나이 차이가 나는 한국인 신입생과 룸메이트가 되었는데 “더 이상 잘 맞을 수가 없다”고 한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신입생인데도 영어를 너무 잘하고 대화도 잘 통해요. 저는 방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데 룸메이트가 배려해 줘서 조용히 공부할 수 있어요. 처음 서울에 오면서 생각했던 거 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웃음)

기숙사에서 농구하는 학생들 (왼쪽)과 사생들이 '여자친구 사귀고 싶어요' 등 소원을 적어 붙인 포스트잇들

주중엔 관악사(冠岳'寺') 스님, 주말엔 '속세'로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중국인인 경영학과 워 멩 학생은 “주중에는 스님으로, 주말에는 20대로 사는 것”이라고 관악사의 삶을 정의했다.

“관악사는 실제로 관악산에 있고, 정말 조용하잖아요. 여기서 공부하고 있으면 스님이 된 기분이에요.”
워 멩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도시'에 가까운 연세대 친구들을 부러워 하며 일부러 기숙사를 거부하고 신촌에 살았었다고 한다.

“그러다 관악사에 들어오고 나니 순식간에 수도승 생활에 적응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공부를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이렇게 열심히 할 생각이 아니었어요. (웃음)”

그는 ‘수도승 생활’이 지겹게 느껴지면, 혼자라도 훌쩍 관악산에서 하산해 명동이나 신촌으로 달려간다고 한다. “그냥 인파 속을 막 걷다가 와요. 속세의 향기를 맡고 오는 거죠.”

외국인 학생들은 관악사의 조용함이 한국에서만 체험하는 특별함이라고 전했다. 
“통금시간이 따로 없고 사감이 감시를 하지도 않는데, 이렇게 차분하고 깔끔한 기숙사는 세계에 없을 거 같아요.“ 볼로르토야 학생이 강조했다.

이 조용한 관악사(冠岳寺)에서 시끌벅적한 파티도 한 번 열어봤으면 한다는 것이 외국인 동승(童僧)들의 작은 바람이다.

기숙사 관장인 동양화과 김성희 교수는 10월에 외국인 주간을 처음으로 실시하는 등 사생들을 위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벌일 생각이라고 전했다.

2010. 12. 21
서울대학교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