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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라키 레이코 여사 인터뷰

2011.09.27.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부부

서울대는 지난달 17일 세계 질병 퇴치에 헌신한 공로를 기려 故 이종욱 WHO 前총장에게 명예의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부인 가부라키 레이코(鏑木玲子·66) 여사가 학위수여식에 참석했다. 가부라키 여사는 2002년부터 페루의 카라바이요에서 공방을 열어 빈한한 여성들의 경제적, 정신적 성장을 돕고 있다. 인터뷰는 서면 상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이종욱 박사 1. 이종욱 박사님은 평생 어려운 이웃을 돕느라 세계 곳곳을 다니셨습니다. 서로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이 갖게 되는 애틋함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봉사와 희생을 실천하셨는지, 또 어떻게 서로의 활동을 지지해 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일은 힘들었습니다. 처음 2주가 특히 힘들었어요. 남편은 집에 있을 때에도 인생의 안락함을 희생했습니다. 공방에서의 제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생겼습니다. 남편이 하는 말을 믿고 집에 가지 않았죠. 바보같았어요. 우리는 거의 매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2. 가부라키 여사님께서 돕고자 하는 이들은 어떤 이들입니까?

"대부분의 공방 회원들이 산이나 정글에서 지냅니다. 테러리스트들로부터 탈출한 두 명도 함께이구요. 그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을 원합니다. 어떤 회원들의 남편은 오랫 동안 직업을 갖지 않고 있었지만 요즘에 조금씩 뭔가를 시작함으로써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지방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모여들어요. 한 회원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 그들의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나 목가적인 생활만으로는 살아 나갈 수 없습니다. 슬프지만 현실입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지방을 떠나옵니다. 그리고 우리의 회원은 그들 중에서 더 나은 삶을 원하는 몇몇의 사람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3. 여사님께서는 2002년경 결핵환자 지원단체인 ‘소시오스 앤 살루(Socios En Salud)’를 통해 페루 카라바이요 여성들의 삶에 빛이 되어주셨습니다. 이곳의 여성들에게 자존감을 길러주시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향후 공방 운영 계획과 함께 말씀해 주세요.

"제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고 생각한 것은 한국에 처음 가기 전이었습니다. 아마도 전 그 생각에 깊이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네바(Geneva)에서의 제 생활은 조금 지루했습니다. 그래서 페루의 리마(Lima)로 영어를 가르치러 가게 되었습니다. 제 남편은 제가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리마는 그에게 완벽한 곳이었죠. 전 그곳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행복하지 않았고 카라바이유(Carabayllo)를 방문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제가 이렇게 시작점으로부터 멀리 오리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도움도 없이 제가 저희 공방의 여인들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자유롭게 말합니다. 그들은 이제까지 주어진 것이 무엇이건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그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그들이 하는 일이 그들의 가족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거창한 아이디어로 거창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남자들은 자신들의 아내가 아이들을 다른 사람들이나 친척들의 손에 맡긴 채 밖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남편들은 그들의 아내가 공방에서 일하는 것을 장려합니다. 카라바이요의 여성들은 더 좋은 물품들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자신감을 기르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업과 기술이 최근 몇 년 사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보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회원들은 이전의 회원들로부터 향상된 기술을 배웁니다. 덕분에 제가 처음 공방을 열었을 때보다 성과가 빨라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위해 사는 게 쉽지 않다. 故이종욱 박사는 일신의 안위를 내려놓은 채 평생을 검박하게 지냈다. 그의 활약 덕분에 질병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이 다시 웃게 되었다. 그의 곁에는 그의 뜻을 존중하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가 있다. 그녀는 오늘도 페루 카라바이요 여성들에게 자존감을 길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