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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종(異種) 장기이식 이끈다

2011.12.28.

돼지췌도 원숭이에 이식, 당뇨병 치료 성공
의대 박성회 교수 연구팀

의대 박성회 교수

국내에만 350만 명, 세계적으로는 3억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평생 식이요법과 인슐린제 등을 통해 혈당을 조절해야 하며, 완치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서울대 연구진에 의해 이런 당뇨병이 완치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기게 되었다. 의과대학 병리학 교실 박성회 교수 연구팀은 돼지로부터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인 췌도(랑게르한스섬)를 원숭이에게 이식해서 7개월 이상 거부반응 없이 혈당이 정상을 유지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식 거부반응 해결
이 연구는 의학 및 면역학 분야의 저명지 ‘실험의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10월 24일자에 소개됐을 뿐 아니라 10월 23일 미국에서 열린 2011년 세포이식학회-세계이종이식학회 합동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며 주목을 받았다. 국내 언론 뿐만 아니라 11월 28일자 로이터 통신에도 자세히 소개되며 외국언론의 관심도 크게 끌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업적은 이식 거부반응을 해결했다는 점이다. 신체의 면역 시스템은 이식된 장기를 외부 침입자로 간주해 공격한다. 사람끼리 간이나 심장을 이식하는 동종 이식에도 거부반응이 생겨 오랫동안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대 연구팀의 이번 실험에서는 돼지 췌도를 이식한 원숭이이게 이식 3~4개월 후 면역조절항체와 기타 면역억제제 투여를 모두 중단했음에도, 인슐린 분비가 계속되었다.

돼지 췌도 이식 과정 개념도(미균미니돼지→췌장분리→췌도분리→주사기에 췌도 주입→원숭이 간무맥에 췌도 이식→췌도 이식 열흘 전부터 면역 억제제 투여→원숭이 간문맥에 췌도 이식→약 3개월 후 면역 억제제 투입 중단 후에도 원숭이 생존→이식수술 후 7개월째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원숭이)

발상 전환이 성공의 열쇠
이와 같은 성과를 얻은 배경에는 발상의 전환도 있었다. 종래의 돼지 췌도 이식 연구가 이식되는 돼지 쪽을 변형해서 거부반응을 줄이고자 했다면, 박성회 교수의 연구는 이식 받는 쪽의 면역을 조절함으로써 거부반응을 막고자 했다. 기존의 연구는 돼지 췌도 세포에 특수껍질을 입히거나 돼지 유전자를 일부 사람과 유사하게 조작함으로써 거부반응을 막고자 했으나 아직 면역거부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서울대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면역조절항체(MD-3)'를 통해 이식받는 당뇨병 환자(원숭이)의 면역을 선택적으로 통제하는데 성공하였다.
‘면역조절항체(MD-3)'는 외부 침입자를 최초로 감지하는 수지상세포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면역거부를 막는 방식이다. 수지상 세포의 활동이 차단되면, 면역세포인 T세포도 이물질인 돼지 췌도를 ’아군‘으로 인지하고 공격하지 않는다. 억제된 상황에서 3개월 정도 돼지 췌도 세포가 우리 몸에서 지내다 보면, 면역 체계는 새로운 세포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삶과 분리될 수 없던 연구의 길
박성회 교수 본인도 사실 당뇨병과 관련이 많다. 당뇨병 치료에 새 장을 연 박 교수의 가족이 오랫동안 당뇨병에 시달려 왔던 것이다. 박 교수의 선친은 당뇨병을 오랫동안 않다가 그 영향으로 10년 전 세상을 떠났으며 할머니도 마찬가지이다. 부인도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고 박교수도 당뇨병 전단계 상태에 있다.
또한 박 교수는 개인적인 이유로 면역학의 중요성을 체감하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10년간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았는데, 이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할 무렵에 자신을 괴롭혔던 병이 자가 면역성 질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졸업 후 병리학을 전공하면서 면역학을 연구하게 되고, 1980년대 초에는 하버드 의대 연구원으로 있으며 지금의 연구로 이어지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구는 이제 당뇨병 치료라는 결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연구팀은 “2013년께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며 그 결과에 따라 3~5년 내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있지만, 당뇨병 완치로 한 발 더 가까이 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사람들 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