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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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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핵공학과 나용수·함택수 교수 공동연구팀

초고온 핵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新물리 원리 발견

2025. 6. 12.

플라스마 난류 억제로 초고온 핵융합 가능성 열어

국내 연구진이 핵융합 에너지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물리 원리를 발견해 주목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나용수 교수와 함택수 교수 연구팀이 핵융합로 내부에 존재하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처럼 성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융합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종합적인 실험 및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고 밝혔다.

핵융합은 태양과 별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로,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합쳐져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이다. 탄소 배출이 없고, 무한으로 연료 공급이 가능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하려면 수소 이온을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로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플라스마* 내 난류가 핵융합 반응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어 이를 제어하는 기술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 플라스마 :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로, 흔히 '제4의 물질 상태'라고 부른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인공적인 플라스마 상태로는 형광등·수은등·네온사인 등이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토카막* 장치에서 수행된 실험 및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고에너지 입자와 플라스마 난류 간의 상호작용을 네 가지 주요 물리 기작으로 분류, 이들 입자가 난류를 억제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 토카막 : 핵융합 발전에서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도넛형 장치.

○ 자기장 구조 변화, 이온 밀도 희석에 의한 억제, 난류와의 상호작용, 불안정성 유발 및 상호작용 등 네 가지 물리 기작에 의해 고에너지 입자가 플라스마 난류와 상호작용하며, 이 기작들 뒤에서 고에너지 입자가 전단유동(zonal flow)*이라고 불리는 유동을 강화시켜 난류를 억제하는 데 이를 통해 핵융합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전단유동(zonal flow) : 자연이나 실험실 환경에서도 흔히 관찰되는 흐름으로 띠처럼 생긴 대칭적인 유동. 전단유동은 플라즈마에서 미세한 파동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발생하며 난류를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

고에너지 입자가 플라스마 난류를 억제하는 물리적 기작을 바탕으로, KSTAR* 장치 등에서 고에너지 입자를 최적화하여 플라스마 난류를 제거하고 초고온 플라즈마를 형성·장시간 유지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 대한민국이 독자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핵융합 연구로

○ 나용수 교수는 “본 연구를 통해 핵융합로에서 고에너지 입자를 활용하여 출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며 “이 성과는 향후 소형 핵융합로나 실증로 설계에 적용되어 핵융합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핵융합선도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적인 권위 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피직스(Nature Reviews Physics, Impact Factor : 44.8)’ 2025년 4월호에 게재되었다.

1. 연구의 필요성]

핵융합 발전은 탄소 배출이 없고 연료 공급이 거의 무한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 센터 구축과 유지에 대용량 전력이 필수적이 되면서, 핵융합은 이러한 전력 수요를 충족시킬 잠재력 있는 에너지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챗GPT의 샘 올트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페이팔의 피터 틸 등 주요 투자자들과 대기업들이 핵융합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핵융합을 실현하려면 수소 이온을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로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의 핵융합 연구 장치 KSTAR는 1억 도를 48초 동안 유지하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플라즈마 내부에서 발생하는 난류는 핵융합 성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었다. 핵융합 플라즈마의 난류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주로 플라즈마 내부에 인위적으로 유동을 발생시키거나, 플라즈마 전류 분포를 조절하는 방법이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미래의 대형 핵융합로에서는 유동 형성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류 분포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특성이 있어 난류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되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고에너지 입자를 활용해 플라즈마 난류를 제어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물리적 기작을 체계적으로 규명하였다.
* 고에너지 입자 : 일반적인 플라즈마에서 입자들은 충돌을 통해 평균적으로 동일한 에너지를 갖게 되지만, 외부 가열 장치의 작동이나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 반응에서 생성되는 알파입자 등에 의해 평균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를 갖는 입자들이 생성될 수 있다. 이러한 평균 에너지보다 현저히 높은 에너지를 지닌 입자들을 고에너지 입자라고 부른다.

고에너지 입자는 핵융합 장치 내에서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플라즈마 내부의 파동과 상호작용하여 플라즈마 에너지를 빠르게 손실시키거나, 핵융합 반응의 안정적인 지속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고에너지 입자들이 오히려 플라즈마 난류를 억제함으로써 핵융합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종합적인 실험 및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규명하였다.

연구팀은 다양한 토카막 장치에서 수행된 실험 및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고에너지 입자와 플라즈마 난류 간의 상호작용을 네 가지 주요 물리 기작으로 분류하고, 이들 입자가 난류를 억제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였다. 각각의 기작은 다음과 같다.- 자기장 구조 변화에 의한 억제: 고에너지 입자가 자기장 구조에 변화를 유도하여 난류를 약화시킴.- 이온 밀도 희석에 의한 억제: 고에너지 입자가 플라즈마 내 이온 밀도를 희석시키고, 이로 인해 이온 밀도 분포가 변하면서 난류를 억제함. - 난류와의 공명 상호작용: 고에너지 입자가 특정 조건에서 난류와 공명(resonance)을 일으켜 그 세기를 약화시킴.- 불안정성 유발 및 상호작용: 고에너지 입자가 별도의 불안정성을 유도하고, 이 불안정성이 기존의 난류와 상호작용하여 난류가 억제되는 현상.

특히 위 기작들 뒤에는 고에너지 입자가 전단유동(zonal flow)이라고 불리는 유동을 강화시켜 난류를 억제하고 있다는 점이 밝혀 졌다.
* 전단유동 : 띠처럼 생긴 대칭적인 유동으로, 자연 현상이나 실험실 환경에서도 흔히 관찰되는 흐름이다. 플라즈마에서는 미세한 파동들이 상호작용하며 점차 에너지를 집중시키고, 결국 커다란 띠 모양의 흐름으로 자발적으로 전이된다. 이 전단유동은 난류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역할을 하여 플라즈마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네 가지 물리 기작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KSTAR를 비롯해 독일의 ASDEX Upgrade, 미국의 DIII-D, 유럽연합의 JET, 그리고 중국의 HL-2A와 EAST 등 세계 주요 토카막 장치에서 수행된 다양한 실험 결과를 성공적으로 해석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이해되던 현상들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핵융합 플라즈마 내 고에너지 입자와 난류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한층 심화되었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연구팀은 미국, 독일, 프랑스의 세계적인 석학들과 협력하여, 플라즈마 내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단순히 핵융합을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난류를 억제함으로써 핵융합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규명하였다.

본 연구는 고에너지 입자를 활용해 핵융합로 내 난류를 억제하고 핵융합 출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으며, 이러한 물리적 원리를 향후 핵융합로 설계에 적용함으로써 핵융합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내용]

How fast ions mitigate turbulence and enhance confinement in tokamak fusion plasmas

Yong-Su Na, T. S. Hahm, P. H. Diamond, A. Di Siena, J. Garcia & Z. Lin
(Nature Reviews Physics, https://doi.org/10.1038/s42254-025-00814-8)

[그림설명]

(그림1) 고에너지 입자의 존재 유무에 따른 난류 및 에너지 손실 비교
(그림1) 고에너지 입자의 존재 유무에 따른 난류 및 에너지 손실 비교

토카막 플라즈마의 단면을 살펴보면, 고에너지 입자가 존재할 경우 파란색 영역이 넓어지면서 난류가 현저히 감소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손실 측면에서도 고에너지 입자가 있을 때 손실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결과는 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즈마물리연구소의 ASDEX Upgrade 장치에서 수행된 실험을 기반으로, GENE 선회운동론(gyrokinetic) 코드로 시뮬레이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