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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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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신은희 교수, 채종일 교수 연구팀, 기생충을 이용한 알츠하이머 치료가능성 제시

2012.05.07

신은희교수(왼쪽), 채종일 교수

기생충. 다른 생물에 붙어 음흉하게 영양분을 빨아먹는 ‘얄미운 나비’ 모양도 혐오스럽고 인체에 나쁜 증상이나 질병을 초래하기도 해 ‘영원한 박멸의 대상’으로 취급받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인체에 이로움을 주는 기생충도 적지 않다. 질병치료에 기생충을 활용하는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이미 몇 가지는 ‘귀한 몸’ 반열에 올랐다. 난치병 정복의 기대주가 된 것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기생충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 신은희·채종일 교수팀은 서울대 약리학·서울대병원 신경외과·서울대 치대 등과 공동 연구를 통해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을 뇌에 감염시키면 신경퇴화를 막고 학습 및 기억 능력의 손상을 방지한다”는 동물실험 연구논문을 국제 저널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시킨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톡소포자충을 감염시킨 쥐는 인지능력이나 기억력 등이 정상 쥐와 거의 다름이 없었다는 내용이다. 신은희 교수는 “톡소포자충이 살기 위해 뇌 속의 면역기능을 조절, 이것이 알츠하이머의 발현을 억제시키거나 지연되도록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톡소포자충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과 조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기생충이다. 길이 3~7㎛, 폭 2~3㎛의 크기로 현미경으로 수백 배 확대해야 눈에 보인다.

1908년 북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되어 1970년 고양이가 종숙주(성충이 머무는 숙주)임이 밝혀졌다. 중간숙주로는 사람, 돼지, 조류, 쥐, 개, 소, 양 등 다양하며 10년 이상 잠복해 있기도 하다. 사람의 경우 고양이의 분변을 통해 직접 감염되거나, 설익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나 계란, 우유 등의 섭취를 통해 감염된다. 세포 내에 기생하다가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증상이 나타난다. 눈질환, 유산, 뇌수종 등의 질환을 가져오며 심하면 사망까지 초래한다. 건강상태가 좋으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못하며 약으로 치료가 된다. 이번 실험에서도 이 기생충을 뇌에 감염시킨 알츠하이머 유발 쥐들에서 별다른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신 교수 등에 따르면 톡소포자충 인체 감염률(항체 양성률)은 한국, 중국, 일본이 대략 5% 내외, 미국은 30~40%, 유럽 국가들은 30~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충학의 권위자인 채종일 교수는 “기생충은 자신이 붙어 있는 숙주에 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발열과 면역조절 기능 등을 통해 다른 질환을 호전시키는 매우 이로운 면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 착안해 기생충 요법이 연구되고 있으며,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경우가 적지 않다. 톡소포자충은 서울대 연구팀에 의해 암 면역요법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치료제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파충류·조류·포유류 등의 혈액 속에 기생하는 말라리아 원충은 감염자의 체온이 40도에 달하게 한다. 이 때문에 열에 매우 약한 뇌 속의 매독균이 사멸한다. 말라리아 원충을 감염시켜 뇌매독을 치료한 업적으로 바그너 야우레크는 1927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영국 노팅엄대에서는 개나 고양이에 기생하는 개구충(아메리카 구충, 길이 10㎜ 내외)을 기관지천식 환자의 장에 인공적으로 감염시켜 천식증상을 완화시킨 임상 결과들을 소개했다. 1997년 이후 미국 아이오와대는 돼지편충(길이 3.5~5㎝)을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증상 부위에 감염시켜 질환을 호전시키는 치료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전체 길이가 9m에 달하는 대형 촌충(광절열두조충)을 활용한 다이어트 방안도 연구자들 사이에 모색되고 있다.

광절열두조충에 감염되면 설사와 복통, 무력증, 입맛 소실, 체중 감소, 영양결핍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소장에 기생하면서 영양물을 흡수한다. 채 교수는 “증상이 미미해 인체 감염으로 체중 감소 효과를 거둔 후 구충제로 쉽게 없애버릴 수 있다”며 “기생충을 이용한 다이어트 요법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연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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