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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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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연구소 이성형 교수, 중남미 신자유주의의 공과를 실증적으로 분석, ‘대홍수―라틴 아메리카, 신자유주의 20년의 경험’ 펴내

2010.10.27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이성형 교수, 중남미 신자유주의의 공과를 실증적으로 분석, ‘대홍수-라틴 아메리카, 신자유주의 20년의 경험’ 펴내

“남미 신자유주의 20년 잘 살피면 우리 길 보인다”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이성형 HK 교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중남미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라틴아메리카 사회구성체 논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신자유주의의 빛과 그림자》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적 민족주의》 등을 펴내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빈약한 지식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이 교수는 최근 중남미 신자유주의의 공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대홍수―라틴 아메리카, 신자유주의 20년의 경험》(그린비)을 펴냈다.

이 책은"1982년 외채 위기 이후 중남미에서 시행된 신자유주의 개혁은 국민에게 약속했던 빵과 일자리를 가져다주지 못했고, 그 결과가 중남미의 좌파 정부 도미노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시장개혁과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신자유주의 개혁은, 적어도 중남미에서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칠레의 전력산업 민영화는 독과점에 따른 요금 상승, 발전사의 담합, 공급 불안정과 잦은 단전, 외국 기업 지배 등의 폐해를 낳았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해온 국내 좌파 지식인들이나 민영화를 반대하는 공기업 노조에서 쌍수를 들어 반길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9일 만난 이성형 교수는 자신의 저서가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먼저"라틴아메리카는 우리와 발전 경로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1대1로 직접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랐다. 그는"한미 FTA를 논의하면서 우리 정부와 반대론자들이 각각 멕시코의 경험을 아전인수식으로 몰아붙이는 비학술적이고 정치적인 태도에 놀랐다"고 했다. 정부는 통계숫자까지 왜곡하면서 FTA 체결 이후 멕시코의 경제성장률이 높았다고 우겼고, 반대론자들은 우리도 멕시코의 길을 따라갈 것이라며 양국의 능력 차이를 간과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1994년 미국과 FTA 체결 이후, 멕시코의 경제 성과는 실제로 어땠나?
"연평균 성장률은 2~3%로 거의 변동이 없었고, 일자리도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금융, 보험, 의료, 교육 서비스 분야는 외국계 기업이 장악했다. 그러나 한국과 멕시코는 산업구조와 인적자원, 잠재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멕시코의 경험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FTA의 성과를 최대화하려면 정부나 기업 등 미시 경제주체의 능력이 중요하다."

―남미 여러 나라가 장기간 수입 대체산업에 주력한 결과 부패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수입 대체 모델은 정부나 기업이 어느 정도 부패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수출은 다르다. 세계 시장에서 가격·품질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좀먹는 부패가 들어설 공간이 적다. 한국이 수출 주도 전략을 채택한 것은 부패에서 벗어나는 데도 유효했다."

―칠레의 전력 산업과 아르헨티나의 천연 가스산업 민영화는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정, 외국 기업의 지배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력과 가스 같은 망(網) 산업은 민영화가 기술적으로 어렵고, 민영화 이후에도 서비스 공급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규제하기 쉽지 않다. 발전사를 민영화하면서 대규모 단전 사태를 빚은 2001년 캘리포니아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기업의 경쟁력은 높여야 하지만, 민영화가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

―중남미의 좌파 도미노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다양한 세력을 통합시키는 데 성공한 좌파의 변신이 중요했다. 대표적 인물인 브라질의 룰라는 선명성만 내세우는 '에스프레소 좌파'에서 부드러운 '카푸치노 좌파'로 바뀌었다. 중남미 좌파의 승리는 지난 20년간 대의민주제와 시장경제, 세계화의 대세를 수용하며 중도파로 이동한 것이 주효했다. 사회주의라는 유토피아 대신 연대와 성장, 약자 보호와 대외 개방이라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이상+화하는 사람들도 있다.
"차베스의 집권은 베네수엘라 기득권층이 오랫동안 석유 재부(財富)를 독식해왔고, 이런 혜택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그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차베스는 분명히 포퓰리스트다. 그가 펴고 있는 재분배 정책은 지속불가능하다. 석유는 한정돼 있는데, 국내 산업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결국 재원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2009. 11. 11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