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환원 전위 불일치’조건에서의 유기반응 구현 성공 -
[연구필요성]
최근 유기합성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광촉매 기반 전자 전달 반응은, 반응 기질 간의 산화–환원 전위가 정교하게 매칭되어야 한다는 근본적 제약이 따른다. 이로 인해 산화 전위가 낮은 아민류 화합물을 기질로 사용할 경우, 의도한 전자 전달이 아닌 아민 자체의 비선택적 산화가 유도되어 반응 효율과 선택성에 심각한 한계를 초래해왔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존 전자 전달 메커니즘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산화–환원 전위가 불일치하는 조건에서도 선택적인 전자 흐름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촉매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본 전략은 전자-전달 과정의 정밀한 제어를 통해, 반응 중간체인 라디칼의 선택적 결합 형성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사례로, 의약화학, 천연물 합성, 고분자 소재 개발 등 다양한 유기합성 분야에서 후기 단계 기능화 전략으로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아울러, 전자전달 메커니즘의 근본적 전환을 실현한 이번 연구는 촉매 화학 및 반응 메커니즘 이론의 패러다임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학문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본문]
전자 전달은 생명 현상부터 정밀 합성까지 폭넓게 활용되는 핵심 반응이다. 그러나 참여 물질 간 산화–환원 전위가 맞아야만 진행된다는 제약이 따른다.
서울대학교 홍승윤·이승훈 교수 공동 연구팀(제1저자 홍영은)은 이러한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 분자촉매를 개발해, 산화–환원 전위가 맞지 않는 기질 사이의 유기반응을 최초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 합성화학에서 전자 전달 반응은 ‘과학적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광촉매 및 전기화학 기반의 최신 반응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반응들은 일반적으로 '마커스 이론(Marcus theory)'이라는 화학 원리에 따라 진행되며, 예컨대 산화 전위가 낮은 화합물이 빠르게 산화되는 경향 또한 이 이론의 예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릴아민 화합물은 높은 합성적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산화 전위로 인해 반응 중 쉽게 산화되며, 전자-전달 기반 반응에서는 유효한 기질로 활용하는데 제약이 따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어려움을 마커스 이론에 기반한 전통적인 방식(outer-sphere 전자 전달)에서 벗어나, 화학 결합의 형성이 선행된 후 전자가 이동하는 새로운 메커니즘(inner-sphere 전자 전달)을 따르는 주족원소 분자 시스템을 개발해 극복하였다.
개발된 촉매는 고전적 화학 반응 규칙에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광촉매 조건에서도 아릴아민의 산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생성된 라디칼 종을 대신 산화시켜 아민과의 선택적인 탄소–질소(C–N) 결합 형성을 유도하는 데 성공하였다.
특히 입체적으로 혼잡한 3차 탄소(sp3) 중심에도 적용이 가능하여, 현존하는 합성법과는 뚜렷한 상보성을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향후 의약품 합성이나 천연물 유도체의 말단 단계 변환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양립이 불가능한 출발 물질 조합으로 분자 합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홍영은 박사과정생은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마치 행성 간 사람을 실어 나르는 우주왕복선처럼, 전자를 필요한 반응 지점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며 “정밀한 분자 설계를 통해 불필요한 산화를 억제하고, 원하는 반응 경로로의 선택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홍승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반응 개발을 넘어, 메커니즘 자체를 새롭게 정의한 합성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문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라며“새로운 촉매의 설계부터 반응 구현까지 모든 과정에 열정적으로 임해준 참여 학생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전했다.
해당 성과는 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6월 2일자로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 창의선도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 및 글로벌 기초연구실(GRL) 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연구결과]
Cooperative Organosulfur/Photoredox Catalysis Enables Radical-Polar Crossover C(sp3)–N Coupling via Inner-Sphere Electron Shuttling
Youngeun Hong, Changkyu Park, Junseong Jang, Minseok Oh, Dongwook Kim, Seunghoon Lee, and Seung Youn Hong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2025, ASAP, https://pubs.acs.org/doi/10.1021/jacs.5c00352)
본 연구는 기존의 outer-sphere 전자-전달 방식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inner-sphere 메커니즘을 도입해 새로운 전자-전달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산화–환원 전위 불일치”유기반응을 세계 최초로 구현한 성과이다. 특히, 빛을 이용한 광촉매와 유기황 촉매를 결합한 이중 촉매 시스템을 통해, 산화가 쉬운 아릴아민으로부터 특정 C(sp3)–N 결합을 선택적으로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앞으로 반응 물질의 산화–환원 전위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유기합성법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주족원소(Main group elements) : 주족원소(Main group elements)는 주기율표에서 1족, 2족, 그리고 13족부터 18족에 해당하는 원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s-오비탈과 p-오비탈에 전자를 가지며, 전이금속과 달리 자연계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학 반응의 촉매로서 활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으며, 이에 따라 이들 원소를 새로운 촉매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마커스 이론(Marcus theory) : 전자 전달 반응이 단순히 산화환원 전위 차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 재배열에 필요한 에너지(λ)와 반응 자유에너지 변화(ΔG⁰)의 균형으로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대개는 전자 전달 과정의 속도를 기술하는 데 활용된다.
- ○Outer-sphere 전자 전달 : 전자 주개(donor)와 받개(acceptor) 사이에 직접적인 화학 결합이나 공유 결합 형성 없이, 전자만 이동하는 반응 메커니즘을 말한다. 즉, 두 반응종은 접촉은 하지만, 서로 결합하지 않고 전자를 교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 ○Inner-sphere 전자 전달 : 전자 전달 과정에서 반응 물질들 사이에 일시적인 공유 결합(bridge)이 형성된 후 전자가 이동하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그림설명]
▲ 본 연구를 통해 구현된 새로운 전자-전달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