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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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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랑이와 아무르 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는 같은 핏줄

2012.02.08.

- 일본, 미국 박물관에 100년 넘게 보존되어 있던 한국산 호랑이 뼈에서 추출한 유전자 분석 성공

□ 연구진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이 항 교수 외 13인

□ 연구 배경과 의의
○ 한민족의 상징 동물인 한국호랑이의 정체성을 규명하기 위해 1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포획되어 반출된 호랑이의 표본을 일본과 미국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찾아내었고, 이 표본들에서 유전자를 추출, 분석에 성공하였다.

- 과거 한반도 전역에 걸쳐 서식했던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단군신화를 비롯한 각종 신화, 민담, 민화, 속담 등에 호랑이가 등장하며, 예부터 한반도 지도를 포효하는 호랑이로 비유해왔다. 뿐만 아니라 88 올림픽, 한국 축구대표팀 등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그리고 대학, 기업, 부대 등 각종 단체와 기관 상징에도 호랑이는 빠지지 않는다.

- 그러나 한국호랑이의 정확한 혈통과 아종 분류에 관해서는 계속 논란이 있어왔다. Brass는 1904년 한국산 호랑이를 아무르호랑이(Panthera tigris altaica)와는 다른, 독립된 아종 한국호랑이(Panthera tigris coreensis)로 분류하였으나 후에 다시 아무르호랑이에 속하는 것으로 정정되는 등, 한국호랑이의 아종 분류는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호랑이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 정체성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시작되기도 전에 한국에서 호랑이가 멸절되어 살아있는 한국호랑이에 대한 연구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 따라서 서울대학교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대표 이 항 교수) 연구진은 한국호랑이와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가 같은 혈통인지 또는 다른 혈통인지 검증하기 위해, 20세기 초 외국인들이 한반도에 와서 사냥해 외국으로 반출한 한국호랑이 표본의 소재를 지난 수 년 간 탐문, 조사해 왔다.

- 국제적 연구자 협력망을 통해 마침내 한국에서 포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랑이 두개골과 뼈 표본들을 일본과 미국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찾아내었고, 이들로부터 추출한 유전자를 현존하는 6가지 호랑이 아종 유전자와 비교·분석하는데 성공하였다.

○ 자연사박물관에 보존된 한국호랑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현재 아무르호랑이(또는 시베리아호랑이)로 알려져 있는 호랑이 유전자 염기서열과 완벽히 일치하였다.

- 호랑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비교·분석 결과, 한국산 호랑이 시료 3점에서 추출한 유전자 염기서열이 아무르호랑이 유전자 염기서열과 완전히 같음을 확인하였다. 즉, 일본 동경 국립과학박물관에서 찾아낸 호랑이 시료 1점과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찾은 호랑이 시료 2점은 아무르호랑이 유전자 염기서열과 100% 일치하였다.

-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온 나머지 시료 1점은 말레이호랑이 유전자와 완전히 같았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온 호랑이 시료들은 William Load Smith라는 미국인 의사가 1902년 한국에 와서 목포 부근에서 포획한 호랑이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100년 전 말레이호랑이가 한국에서 살았을 리는 없다. 그 당시 Smith는 한국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카스피해 부근 등 세계 전역에서 호랑이를 사냥하러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따라서 그 과정에서 표본이 섞였거나, 또는 100년이 넘는 박물관 보관 과정 중 기록이 잘 못 관리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 본 연구성과는 현재 극동러시아에 살아남아 있지만, 한국에서와 같이 또다시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는 아무르호랑이의 보전에 한국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 한국호랑이와 아무르호랑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염기서열이 완벽히 같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한국호랑이와 아무르호랑이의 유전적 계통이 같으며, 따라서 이 둘은 별개의 독립된 아종이 아니고 하나의 같은 아종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연구를 주도한 이항 교수는 “아무르호랑이와 한국호랑이가 같은 혈통이라는 것은 한국인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것은 한국호랑이가 멸종되지 않고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재 극동러시아 연해주 야생 서식지에 약 400마리 정도의 아무르호랑이가 살아 있는데, 이 호랑이들이 남의 호랑이가 아니라 우리 호랑이라는 말”이라고 하였다.

- 수 년 간 동북아시아 생태계 연결 방안을 연구해 온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전성우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극동러시아에 살아있는 야생 호랑이 개체군 보전에 성공하여 이들이 번성하게 되고, 러시아·중국·북한 사이에 호랑이 이동이 가능한 생태통로가 만들어진다면, 아무르호랑이가 그 서식영역을 확장해서 백두산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통일 후 한반도에는 한국호랑이가 다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 전 박사는 “따라서 한국호랑이의 미래는 극동러시아의 야생 아무르호랑이 개체군 보전을 위해 지금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 극동러시아의 아무르호랑이는 현재 약 400마리 정도 개체가 남아 있지만 개발로 인한 삼림과 서식지 감소, 먹이동물과 호랑이 밀렵, 산불 등 요인으로 그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전세계의 야생동물 보호단체와 러시아 연구자들이 이들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참고자료: http://www.koreantiger.co.kr/ )

□ 연구진 소개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이항 교수팀
- 실험 설계와 분석, 시료 수집, 논문작성 등 연구 총괄
○ 일본 동경 국립과학박물관 카와다 교수팀
- 일본 내 한국산 호랑이 표본 탐색, 문헌 조사, 유전자 추출
○ 미국 국립암연구소 오브라이언 교수팀
- 미국 내 한국산 호랑이 표본 탐색, 문헌 조사, 유전자 추출

□ 연구 지원 기관
○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 http://www.koreantiger.co.kr/

□ 참고
○ 모계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동일 종내 유전적 변이률이 높아 집단의 진화관계를 분석할 때 주로 사용되며, 인류 조상의 아프리카 기원설 등의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2012. 2. 6
연구처 연구지원과 / 기획처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