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 대학에서 어미돼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김유용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선진 축산학 연구로 농업 생산성을 높여 주겠다는 비전을 세웠지만 현실의 장벽에 부딪혔다. 서울대 목장에는 실험용 돼지가 한 마리도 없었고 규정상 구입할 수도 없었다. 개인 비용으로 양돈장을 사서 연구를 했지만 그 운영비 때문에 곧 빚더미에 앉았다.
‘생각하는대로 실천하는 김유용 교수'는 “아무리 뛰어난 의대 교수도 환자를 실제로 치료해야 인정을 받듯이, 나도 내 지식으로 양돈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다. 실험용 양돈장을 사업화한 결과 3년 만에 연 매출 10억 원이 되었다. 이제 대학원생들은 비용 걱정 없이 돼지 실험을 하고 있고, 수익금으로 출자하는 ‘돼지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매년 늘어 간다. 그가 생각만 하는 교수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우리나라 농업의 규모는 대략 한우가 연간 4조, 돼지가 5조, 사료만도 8조 등으로 상당히 큰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당연히 관련 연구에 대한 수요도 많지만, 농생대 학생들은 '블루 오션'은 외면하고 의치전 준비 등으로 방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생각하는대로 실천하는 김유용 교수’는 이런 학생들을 바로 잡아 주는 담임 선생님이 되기로 결정했다.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학생과의 1:1 면담. 모두가 듣는 전공필수 수업을 이용해 교수와 면대면 상담하는 것을 필수로 만들었다. 무슨 얘기가 오갔을까? 대면대면해 하다가 일어서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속내를 터 놓다가 울음을 터트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김유용 교수는 공부를 미루는 학생은 호되게 꾸중을 했고, 가정 형편이 안 좋은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내밀었다. 적성에 안 맞을 거 같은 장래를 계획하는 제자에게는 새 직장에 추천해 주어 '인생 역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의 컴퓨터에는 5년 간 학생들과 상담한 내용을 기록한 파일이 빼곡히 들어 있다. 그는 언제 찾아와도 “내가 학생들 이름을 가장 많이 기억하는 교수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많은 학생을 상담하면서 그는 '서울대도 강남 학생들이 태반이더라’는 루머가 근거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서울대에 입학하고 생활비 부담에 허덕이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도움이 절실했다.
'생각하는대로 실천하는 김유용 교수'는 또 다시 팔을 걷었다. 농생명공학부의 전신인 축산학과 선후배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학교 근처에 거처를 마련해 지방학생 6명이 월세 걱정 없이 살게 해 주었다.
“기부금 받는 노하우를 알려 드릴까요?” 눈이 번쩍 뜨이는 질문을 던져 놓고 김 교수는 간단한 답을 내 놓았다. “내가 먼저 내 놓는 겁니다. 내가 4천만원 낼테니 선배님 후배님들 좀 보태주십시오, 하는 거죠” 그는 이렇게 해서 일주일만에 전화로 1억 3천만원을 모아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는 내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기부금을 받아 여학생들에게도 거처를 만들어 줄 계획이고 교육상 상금도 비슷한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한다. '생각하는대로 실천하는 김유용 교수'의 말이니까 믿어도 되리라.
2010. 11. 1
서울대학교 홍보팀 조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