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학생심리건강지원단 20기 메인 프로젝트 홍보포스터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던 5월 27일(화)과 28일(수),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는 테이블 네 개와 날개가 그려진 포토존으로 꾸며진 부스가 운영됐다. 부스는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 산하 학생심리건강지원단(이하 학심단)이 기획한 “기억에서 피어난 날개” 프로젝트의 주요 행사 공간이었다. ‘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주제로 열린 부스는 참여자가 자신의 기억을 꺼내어 해체하고 이를 날개 모양 패널에 부착해 다시 조합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기획됐다. 행사가 진행될수록 날개는 ‘기억’이라는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꺼내놓기 쉽지 않은 조각들로 가득 채워졌다. 학내 구성원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하는 학심단의 활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낸 예술적 실천이기도 했다.
기억을 꺼내고, 찢고, 다시 붙이다: 감정의 재구성
“기억에서 피어난 날개”는 총 세 단계로 구성됐다. 부스 체험은 참여자가 자신의 긍정적 기억과 부정적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참여자는 받은 색지 중에서 자신이 떠올린 기억에 가장 어울리는 색을 골라 그 위에 간단한 설명을 적는다. 작성이 끝나면 해당 색지를 파쇄기에 넣어 조각낸 뒤, 그 기억 조각을 투명 스티커에 붙여 날개 모양의 대형 패널에 하나씩 부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날개는 누군가의 조각난 기억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이내 모두의 기억을 품고 다시 태어난다.
부스는 참여자 스스로 기억의 감각적 구조를 들여다보고 타인의 기억을 공감하는 자리였다. 한 참여자는 “한 장의 색지에 담긴 기억이 파쇄되고 조각이 되어 다시 붙는 흐름 속에서 나의 감정과 기억이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며 다시 새로운 의미를 얻는 것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학심단의 ‘기억에서 피어난 날개’ 프로젝트는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내면의 기억을 시각적 조형물로 전환하며 감정을 구체화한 실험적 심리 퍼포먼스였다. 실제로 기억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행위는 트라우마 치료나 예술치료에서도 중요한 기법으로 활용된다. 학심단 단원들은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더 많은 학생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깊은 고민 끝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기억에서 피어난 날개’ 부스 운영 현장
날개라는 은유, 그리고 연결의 감각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제안한 학심단 20기 단원 홍성진(작곡과)은 “처음 기획했던 의도가 잘 반영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라며 “참여자들이 활동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을 잘 이해해 준 점이 좋았고 자신의 기억에 따라 색지를 선택해 기억을 작성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라고 말하며 소회를 전했다. 그는 특히 “학심단 회의를 통해 기존 아이디어를 보완하면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함께 섞어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발전시켰다”라며 “참여 과정에서 감정의 양면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의미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감정을 나타내는 색지를 파쇄하는 모습 (좌) / 파쇄한 감정 색지를 투명 테이프에 붙이는 모습 (우)
현장에 설치된 포토존은 자신이 남긴 기억의 조각을 다시 확인하고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날개 형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참여자들은 날개 앞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감정을 나누며 짧은 공감의 순간을 공유했다. 부스 디자인을 맡은 학심단 20기 단원 이채연(의류학과)은 “날개는 곧 기억의 조각이 하나로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라며 “가볍지만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날개 모양 패널, 홍보 포스터, 현수막을 디자인할 때 부스 주제에 어울리는 색감을 활용하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날개 모양 패널의 정돈된 구성과 디자인은 부스 전체 활동에 잘 어우러졌으며 집단적인 기억의 총합이라는 상징성을 잘 드러냈다.
‘기억에서 피어난 날개’ 부스 대형 날개 모양 패널 포토존
참여자들은 자신의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나란히 놓이는 순간, 심리적 연결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학심단이 꾸준히 강조해 온 정신건강 회복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곁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고, 내 이야기 조각을 그 옆에 놓아보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하나의 날개가 완성됐다.
함께 만드는 회복의 장: 학심단 이야기
학심단은 매 학기 다양한 주제 아래 직접 기획한 활동을 통해 ‘정신건강’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 올해 1학기에는 메인 프로젝트 ‘기억에서 피어난 날개’를 비롯해 고민에 답하고 음악을 추천하는 SNS 콘텐츠 ‘학심 ON AIR’, 단원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심터뷰’, 팝업 이벤트 ‘타임캡슐’ 등을 진행하며 정신건강 회복의 실마리를 전하고자 했다.
20기 부단장으로 활동한 우진백(영어교육과)은 “학년과 관계없이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과 팀을 이뤄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학심단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활동을 준비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채연 단원도 “학심단의 가장 큰 장점은 팀 분위기다”라며 “19, 20기로 활동하며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논의가 활발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라고 이야기했다. 학심단 21기는 올여름 중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의무 활동 기간은 연속 2개 학기이며 이후 활동 지속 여부는 자율에 맡긴다. 학교생활 속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찾고 있다면, 다음 기수 학심단 활동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대학교 학생기자단
우현지 기자
miah01@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