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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어려운 이론을 너무나 명쾌하게! - 김명수 교수

2010. 11. 1.

2010 교육상 수상 기념 인터뷰 화학부 김명수 교수, 너무나 어려운 이론을 너무나 명쾌하게

4년 전 정부는 노벨상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과학자 10명을 ‘국가 석학’으로 공식 지명했다. 최고 중의 최고를 뽑는 그 자리에서 화학 분야에서 유일하게 지명된 사람이 김명수 교수다. 언론에서는 그가 ‘분자 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낸 화학자’이고 ‘서울대 수석입학과 수석졸업의 주인공'이었다고 소개하고, “노벨상을 부탁해”라는 국민의 염원을 그에게 부쳤다.

국가 석학의 강의는 어떨까?
“너무나 어려운 이론을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강의” 이것이 김명수 교수가 30년간 일관되게 들어온 평가이다.

“난 강의 잘 하려고 노력한 적은 없어. 그냥 강의를 좋아했지.”
연구실에서만 살 것 같은 김 교수는 의외로 강의가 좋아서 학기 중에는 해외 학회도 안 가고 강의실을 꼬박 지켰다고 한다. “강의실에서 50분 동안 혼자 떠들다 보면 내 논리의 허점이 보여. 이 과정에서 나도 발전을 하게 되니까 그런 게 좋아.”

그가 강의실에서 또 좋아하는 것은 남다른 학생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보면 남다른 탐구심과 논리를 가진 아이들이 보여. 나는 항상 학생들 수준에 맞게 커스터마이즈해서 가르치는데, 그걸 답답해 하면서 틀을 뛰어넘는 통찰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

이런 ‘남다른’ 학생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김 교수의 근심거리다. 학생들에게 과학의 기본이 되는 물리나 수학 수업도 같이 들어두라고 당부했더니 “고등학교 때 물리 안 배우고 화학만 배워서 대학수업 못 들어요.” 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 대목에서 현행 과학교육과 입시제도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모두 오프 더 레코드다.

“내가 밖에 나가면 교육 얘기를 못 꺼내. 서울대는 뭐라 뭐라 해도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해야 되거든. 다른 대학하고는 미션이 다른 거야. 그런데 뭐 요즘 분위기에서는 이런 말 꺼내지도 못해.”

김 교수는 학생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강의하는 풍토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다양해진 전형을 통해 수준 차이가 큰 학생들이 입학하는데, 이들이 입학 후에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따라갈 수 있도록 돌봐 주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입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수업을 면제해 주는 제도는 있어도, 평균보다 낮은 학생들을 더 가르치는 제도는 없다. 그는 힘들어 하는 학생들에게 대충 학점을 줘서 졸업시키는 교수도 나쁘다고 질타했다.

김명수 교수는 지금도 신입생 일반화학 강의를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해 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전화를 건다. 말이 자문이지 질문은 한 가지다. “(이런 내용 같은데) 내가 핵심을 잡은 거야?”

그는 종종 이런 전화를 하지만, 그에게 전화가 걸려오는 횟수는 훨씬 적다고 한다. “다들 자기 세부 전공만 가르치려고 하니까 이런 자문도 안 하는 것 같다. 교수는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들인데 왜 공부하면서 가르칠 생각들은 안 하는지 모르겠다.”

정년을 3년쯤 앞 둔 그는 후배 교수들이 이 모든 서울대 교육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2010. 11. 1
서울대학교 홍보팀 조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