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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으로 펼치는 공학자의 꿈, 창의공학설계 30주년 로보콘 대회

2022.12.19.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에는 모든 새내기가 반드시 거쳐 가는 전공과목이 있다. 창의공학설계 과목이다. 지난 11월 25일(금) 오후 4시에 해동아이디어팩토리(39동 지하2층)에서 창의공학설계 과목과 교내 로보콘 대회의 탄생 30주년을 맞아 기념식과 로보콘 대회가 열렸다. 기계공학부 22학번 신입생, 조교, 기계공학 분야 기업인과 교수진이 참석한 가운데 창의공학설계 수강생들은 수업에서 제작한 로봇을 가지고 시합을 벌였다.

지난 11월 25일 창의공학설계 30주년을 맞아 로보콘 대회가 열렸다.
지난 11월 25일 창의공학설계 30주년을 맞아 로보콘 대회가 열렸다.

30주년을 맞은 창의공학설계와 교내 로보콘 대회

1993년 故 주종남 교수는 ‘공학설계’라는 기계공학부 전공과목을 개설했다. 공학에 입문한 학생들이 기계를 직접 설계, 조립, 조종해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돕기 위함이었다. 주 교수는 학기말에 교내 로보콘 대회를 열어 수강생 전원이 수업에서 제작한 로봇으로 경쟁, 협력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제1회 교내 로봇 콘테스트가 열렸고 수상자에게는 MIT, 케임브릿지 대학, 도쿄공업대학과 함께하는 국제 로보콘 대회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졌다. 이후 강의와 로보콘 대회는 계속됐다. 2000년에는 교내 로보콘 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228명 학생이 참여했고 우리나라에서 제11회 국제 로보콘 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유행으로 2년간 교내 대회는 없었지만 수업은 비대면으로 계속됐다. 당시 수업을 진행한 조규진 교수(기계공학부)에 따르면 전문 장비 없이 혼자서 로봇을 만들어야 하는 제한된 환경에서 오히려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이 수업은 기계공학부 신입생 대상 전공필수 교과다. 학생들은 강의와 실습을 통해 기계 작동 원리와 설계 원칙을 배운다. 이를 바탕으로 과제에 맞는 로봇을 팀별로 만들어 학기 말에 수강생 대상 교내 로보콘 대회에 참가한다. 1위 팀에게는 국제 로보콘 대회 출전권이 주어진다.

올해로 교내 로보콘 대회와 창의공학설계 과목은 30주년을 맞았다. 이날 행사에 앞서 2시부터 로봇경진대회 예선 토너먼트가 있었다. 시합 열기가 식지 않은 가운데 본선에는 네 줄로 빽빽한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우선 창의공학설계를 가르치는 이호원 교수(기계공학부)가 내빈을 소개했다. 로보티즈 김병수 대표, 네이버랩스 석상옥 대표, 현대차 로보틱스랩 현동진 상무가 심사위원으로 자리했다. 안성훈 기계공학부 학부장이 환영사를, 홍유석 공과대학 학장이 축사를 건넸다. 이후 조규진 교수가 창의공학설계 과목과 로보콘 대회의 역사를 설명하고 주종남 교수의 아들 주영호 학생(기계공학부 박사과정)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기념식이 마무리됐다.

행사 기념 영상 속 故주종남 교수의 생전 인터뷰(출처: 유튜브 SNU CED ROBOCON)
행사 기념 영상 속 故주종남 교수의 생전 인터뷰(출처: 유튜브 SNU CED ROBOCON)

관악캠퍼스 수해를 복구하라, 새내기 공학자들의 로봇 겨루기

4시 40분부터 교내 로보콘 대회 막이 올랐다. 이번 대회는 지난 8월 폭우로 관악캠퍼스 내 도로가 무너지고 건물에 물이 들어차 사람들이 고립됐던 상황을 재현했다. 학생회관, 대피소, 쓰레기장이 다른 색으로 구분돼 있고 사람, 구호물자, 쓰레기를 상징하는 블록이 있었다. 구조 로봇이 블록을 모아 이송 로봇에 옮기면 이송 로봇이 블록을 지정 장소에 보내 제한 시간 안에 점수를 더 많이 얻어야 했다. 2개 분반 132명 수강생이 28개 조로 나뉘어 토너먼트를 진행한 결과 여덟 팀이 선발됐다. 결승전에 진출한 8강, 4강을 거쳐 ‘제로팀’과 ‘긴급9조팀’이 결승에서 만났다. 제로팀은 예선에서 탈락한 20개 조 중 15개 팀에서 우승할 것이라 예측했을 정도로 유력한 1위 후보였다. 긴급9조팀은 닷새 밤을 새 중간평가 때 미흡했던 부분을 고치고 최종 경기에 올랐다.

제로팀(왼쪽)과 긴급9조팀(오른쪽) 간 펼쳐진 교내 로보콘 대회 결승전
제로팀(왼쪽)과 긴급9조팀(오른쪽) 간 펼쳐진 교내 로보콘 대회 결승전

두 팀은 시작 직전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승리 의지를 다잡았다. 출발 음과 동시에 양 팀 로봇이 블록을 담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28초 만에 제로팀 로봇이 5개 블록을 집어넣으며 득점했다. 약 1분이 흘렀을 때 긴급9조팀 구조 로봇의 한 쪽 집게와 이송 로봇이 움직이지 않았다. 결승까지 하루에만 시합을 여덟 번 치르면서 장비에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위기에도 로봇은 집게 하나로 블록을 이송 로봇으로 쉼 없이 실어 날랐다. 상대 로봇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서기도 했다. 양 팀 구조 로봇이 모은 블록 수는 비슷했지만 긴급9조팀은 이송 로봇 고장으로 득점하지 못하고 40:0으로 제로팀이 승리했다.

폭우피해를 복구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작업하는 로봇들
폭우피해를 복구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작업하는 로봇들

경기 직후 1위 제로팀(기계공학부▪22 김준수, 이수빈, 이진석, 차재혁, 최인호)에게는 트로피, 상장, 선물 꾸러미와 2023 국제 로보콘 대회 출전권이 주어졌다. 이수빈 학생은 “중간 평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가 좋게 나타나서 뿌듯하다. 창의공학설계 과목을 통해 진짜 공학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긴급9조팀이 준우승, 팀쓰리팀이 공학상, SSS팀이 창의상을 받았다. 심사위원 김병수 대표는 “SSS팀 로봇은 블록을 싣는 방식이 안정적이고 독창적이었다. 팀쓰리팀은 바퀴를 크게 만들어 속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공학적 수행 능력이 높다고 평가했다.”라며 수상 근거를 설명했다. 공학상 시상에 나선 석상옥 대표는 “로봇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서 이 학생들이 모두 학부 1학년이라는 것에 놀랐다.”는 심사평을 밝혔다.

내년부터 창의공학설계 과목은 두 학기 과정으로 운영된다. 하드웨어와 기계 시스템을 다루는 창의공학설계 1, 소프트웨어와 전자공학을 다루는 창의공학설계 2 수업으로 나뉜다. 조 교수는 “주종남 교수님이 30년 전 뿌린 씨앗을 다가올 30년 동안 키워나가겠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기계공학부는 앞으로 서울대학교 로봇연구소를 설립하고 로봇 포럼을 만들어 학자들과 교류하고 학생들의 교육과 창업을 도울 꿈도 그리고 있다. 故 주종남 교수를 이어 로봇 공학을 이끌 인재가 우리 학교에서 계속해서 탄생하길 바란다.

서울대 학생기자
이규림(언론정보학과)
gyu212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