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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의 말과 마음을 담다. ‘신입생 비상전(飛上展) - 우리가 사랑한 시와 소설, 서울대인의 문학’ 개최

2023. 4. 5.

중앙도서관(관장 장덕진)은 문학과 서울대인을 연결하는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중앙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근대 문헌 100여 점과 서울대 출신 작가들의 주요 작품이 전시되는 ‘신입생 비상전(飛上展) - 우리가 사랑한 시와 소설, 서울대인의 문학’이 3월 14일(화)부터 5월 19일(금)까지 중앙도서관 관정관 1층 관정마루에서 개최된다. 장덕진 관장은 “서울대 구성원의 추억이 담긴 중앙도서관에서 서울대의 기억과 전통을 되살리고 미래로 잇기 위해 본 전시를 진행한다”고 했다. 특히 “이번 전시가 2023년 새롭게 입학한 신입생들이 선배들의 발자취를 몸소 느끼고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비상(飛上)’의 의미를 전했다.

‘신입생 비상전(飛上展) - 우리가 사랑한 시와 소설, 서울대인의 문학’이 3월 14일(화)부터 5월 19일(금)까지 중앙도서관 관정관 1층 관정마루에서 개최된다.
‘신입생 비상전(飛上展) - 우리가 사랑한 시와 소설, 서울대인의 문학’이 3월 14일(화)부터 5월 19일(금)까지 중앙도서관 관정관 1층 관정마루에서 개최된다.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이 개막 행사에서 전시된 고문헌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이 개막 행사에서 전시된 고문헌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 근현대 문학사를 직조하다

이번 전시는 1996년 귀중 도서전 이후 27년 만에 열리는 고문헌 특별 전시로 중앙도서관이 오랫동안 소장해온 근대 문학 자료를 생생히 관람할 수 있다. 전시에 활용된 문학 자료들은 가람문고·백사문고·일사문고 등의 중앙도서관에 설치된 문고에서 얻었다. 각 문고의 이름은 한국 근대 문학 연구의 틀을 마련한 가람(嘉藍) 이병기 선생과 백사(白史) 전광용 선생, 일사(一簑) 방종현 선생의 호에서 비롯됐다. 특히 시조 연구와 교육에 힘썼던 가람 이병기 선생이 수집한 ▲『청춘』 창간호(1914)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1948)과 『흑산도』(1959), 『꺼삐딴 리』(1975) 등 한국 대표 소설을 집필한 백사 전광용 선생이 수집한 ▲『무녀도』 초판본(1947) ▲『산도화』 초판본(1955) 등은 서울대학교가 소장한 근대 문학 자료의 탁월성을 보여준다.

전시는 크게 시집·소설집·문예지로 나뉘어 다양한 근대 문학작품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신체시’로 유명한 시인이자 출판 편집자인 최남선의 시조집 『백팔번뇌』(1926), 관능적 생명력이 특징인 서정주의 시집 『화사집』(1941) 등 굵직한 작품을 지나면 정지용이 첫 출판을 기념으로 가람 이병기 선생에게 직접 이름을 적어 전달했다는 『정지용 시집』(1935)의 초판, 재판본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교과서 속에서만 접했던 문인들의 활동 당시 소설집도 실물로 관람할 수 있다. 1930년대 우리나라 농촌소설의 대가 심훈의 장편 소설 『상록수』(1937)와 한국전쟁 이후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안수길의 소설집 『제삼인간형』(1954), 화가 김환기가 표지화를 그리고 염상섭, 김동리, 계용묵 등 당대 내로라하는 작가 9인의 작품을 담은 단편 소설집 『해방문학선집』(1948) 등은 우리에게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 옆에서는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여러 근대 문학잡지 창간호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남선이 주가 되어 발간한 최초의 아동잡지 『소년』(1908~1911), 『청춘』(1914~1918)은 근대적 종합지의 출현을 알렸다. 홍사용, 박종화, 나도향 등 문학청년들이 집단으로 모여 발간한 『백조』(1922~1923)와 신문사 잡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동아일보의 『신동아』(1931)는 근대 문학잡지의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박목월, 조지훈 등 문학계의 거목을 발굴한 문학잡지 『문장』(1939~1941)컬렉션은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우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크게 시집·소설집·문예지로 나뉘어 다양한 근대 문학작품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시집·소설집·문예지로 나뉘어 다양한 근대 문학작품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서울대인의 문학, 과거와 오늘, 미래를 이어주다.

이번 전시는 문학을 통해 서울대 구성원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의미도 있다. 전시는 서울대 출신 작가 27인이 남긴 34점의 작품 속 줄거리와 메시지를 전달한다. 직접 체험한 한국전쟁의 참혹상을 고발하는 정한모(국어국문학과 47학번)의 시집 『카오스의 사족』(1958)과 1970년대 군사정권 하에서 민중의 저항을 전봉준에 빗대어 표현한 황동규(영어영문학과 57학번)의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1975)은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의 잔상을 느끼게 해준다. 1980년대 당시 사회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일삼는 이들을 ‘을사오적’에 비유한 김지하(미학과 59학번)의 시집 『오적』(1985)과 2009년 용산 참사 이후 받은 사회적 상처를 위로하는 심보선(사회학과 88학번)의 시집 『눈앞에 없는 사람』(2012)에 이르기까지 문인들의 함축적 언어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기억해야 할 존재를 다시금 환기한다. 작품 해설과 함께 소개된 신형철 교수(영어영문학과)의 논평에 따르면, 역사는 시인들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시인들은 제 상처에 정확한 표현을 부여하여 시대를 초월해 읽히도록 만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담은 소설들도 이어진다. 최일남(국어국문학과 52학번)의 『흐르는 북』(1986), 박완서(국어국문학과 50학번)의 『나목』(1970), 『목마른 계절』(1972), 김승옥(불어불문학과 60학번)의 『서울, 1964년 겨울』(1965)과 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한국 소설의 대표작들이 모여 전시는 한국문학의 수십 년을 오롯이 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중앙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근대 문헌 100여 점과 서울대 출신 작가들의 주요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중앙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근대 문헌 100여 점과 서울대 출신 작가들의 주요 작품이 전시된다.

본 전시 이외에도 관정마루의 벽면에 설치된 갤러리월에서는 ▲저자 증정본 속 문인들의 손글씨 ▲책 속의 작은 미술관 ▲서울대학교 공동체 기념시 ▲신입생과 후배에게 주는 글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있다. 전시 중 황동규 시인의 축사는 오늘날 우리가 읽어봄 직하다. “여러분은 공부와 의무에서 잠시 벗어나 연극도 보아야 하고, 음악회나 전람회장에도 나타나야 한다. 시도 읽고 소설도 읽어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 이해되고 새로 해석된 가정에 되돌아오곤 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김규연(정치외교학부)
rbdus752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