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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플랑크 심포지움, 과학의 첨단을 논하다

2007.10.05.

마틴 얀센 막스플랑크 고체 연구소 소장

10월 4일 서울대-막스플랑크 1차 공동 심포지움이 열려 나노 반도체와 항암제 발전 등 첨단 재료공학과 생명공학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심포지엄 인사말에서 "나노, 바이오, IT의 융합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혁신적 과학기술을 위한 지식의 최전선에서 서울대와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협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터 그루스(Peter Gruss) 막스 플랑크 협회장은 "재료공학과 생명공학은 언뜻 보면 공통분모가 없는 것 같지만 갈수록 서로 적용되는 분야가 늘어나는 `쌍방적 지식교환 관계'"라고 강조했다.

재료공학 분야 심포지움
- 나노 반도체로 손안의 수퍼컴 만든다

초대형 수퍼컴퓨터를 노트북 크기로 작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장인 클리칭 박사와 성균관대 이영희 교수, KAIST의 장기주 교수는 지금보다 수십~수백 배 저장 용량이 큰 반도체를 만드는 데 응용할 수 있는 나노 재료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의 1에 해당한다. 이렇게 가늘고 반도체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면 지금의 수퍼컴퓨터를 노트북만큼 작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지만 이들 석학이 그런 가능성을 여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클리칭 박사는 나노 크기의 탄소 박막이나 가루에서 새로운 양자 효과를 발견했다. 장기주 교수는 알루미늄 산화물에 리튬을 섞어 나노 튜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영희 교수는 탄소나노튜브의 특성을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탄소나노튜브는 1000조분의 1g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가 하면 고성능 벽걸이 TV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의 마틴 얀센 박사는 1500도에서도 산화되지 않는 세라믹을 개발했다. 기존 우주선의 외벽 세라믹 타일로 쓰는 것은 1200도 정도면 산화된다. 그러나 얀센 박사는 실리콘과 보론.질소.탄소를 섞어 이처럼 초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세라믹을 개발한 것이다. 세라믹은 뜨거운 열에도 잘 견디지만 열이 안으로 잘 전달되지 않아 우주선 외벽 등 열이 많이 나는 곳의 열 차폐제로도 많이 쓰인다.

포스텍의 김기문 교수는 속이 빈 호박과 같은 나노캡슐을 고분자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별한 거푸집 같은 것이 필요 없이 간단하게 나노캡슐의 크기와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기술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캡슐 안에 인슐린을 넣어 피부에 이식해 놓으면 몇 달 동안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열 수 있다. 막스플랑크 콜로이드와 경계면연구소 헬무트 뫼흐발트 박사는 고분자 캡슐의 막을 여러 층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역시 약물을 환부에 적절하게 전달하거나, 암세포에만 가서 약효가 나타나도록 하는 데 응용할 수 있다.


생명과학분야
- 암세포만 공격하는 미사일 항암제 개발 눈 앞에

혈관을 타고 다니다가 암세포만 찾아서 죽이는 항암제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막스플랑크연구소 생화학과의 악셀 울리히 교수는 "암세포에만 특이하게 작용하는 항암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X선을 이용한 구조분석 방법이 발달하면서 단백질의 모양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됐고, 취약 부위를 드러낸 단백질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항암제의 합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울리히 교수 또한 1998년 전이성 유방암에 특이적인 항암제 '헤르셉틴'의 시판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과 같은 훌륭한 항암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항암제는 암세포에서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세포막 단백질을 찾아가 달라붙는 물질(항체)을 개발하고, 그 물질의 끝단에 세포를 죽이는 강력한 화학물질을 부착할 경우 정상세포는 다치지 않고 암세포만 처치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부작용까지 사라진다.

여기에 인간 지놈 프로젝트의 연구결과가 개인별 유전자의 차이까지 알아내는 수준에 다다르면, 맞춤형 항암제의 출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위암 환자라도 서로 다른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작용해 발병한 것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 발병의 근원이 되는 유전자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유전자의 활동으로 생성된 단백질에만 작용하는 항암제를 투여받을 수 있게 된다. 1차 치료제를 써보고 약효가 없으면 2차 치료제로, 이마저 안 들으면 3차 치료제 투여 등으로 우왕좌왕하는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치매와 같은 신경질환에 관련된 치료제 개발도 이 같은 방식으로 가능하다. 199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르빈 네어 교수는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맡는 이온 채널에 문제가 생김으로써 당뇨병과 낭포성 섬유증 등 다양한 질병이 발병할 수 있다"면서 "신경세포 내 이온 채널을 통제할 수 있는 약물의 개발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도 노인성 치매에 관련된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면서, 신경조직에서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특정 효소를 억제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면 노인성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5일까지 이틀동안 치러지는 이번 심포지엄에는 막스 플랑크의 각 연구소를 이끄는 소장급 박사 35명과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 등 국내 대학의 교수들이 참석해 생명공학 분야와 재료공학 분야로 나눠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기초과학과 사회과학 등에 걸쳐 독일 전역의 산하 연구소 80곳에서 박사급 연구인력 4천명 가량이 일하고 있으며 1901년 `빌헬름 카이저 연구소'로 설립된 이후 2005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31명)를 배출했다.

사진=마틴 얀센 막스플랑크 고체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