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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환영회,기대 반 두려움 반

2008.02.21.

왼쪽부터 유기환(경제 03), 권혜림(인문대 08), 신지은(천문 04), 김태호(경영 08), 한별(기계항공 08)

[좌충우돌 취중진담] 신입생 환영회, 기대 반 두려움 반

신입생들이 바라는 신입생 환영회는 무엇일까. 그리고 선배들이 생각하는 신입생 환영회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술자리가 무서운 신입생, 춤과 노래에 서툴고 개인기도 없는 신입생, 엄격한 집안이라 통금시간까지 지켜야 하는 신입생이라면 지금부터 여기에서 눈을 떼지 말자. 2008년 1월의 마지막 날, 아직은 교복이 더 잘 어울리는 08학번 신입생들과 학교생활을 할 만큼 한 선배들이 만나 취중에 ‘진담’을 나누어 보았다.

[권혜림] 아직 신입생 환영회에 가보지 못했는데 술 많이 마시고, 선배들 앞에서 노래하고, 신고식 같은 것도 한다고 해서 조금 겁은 나요.
[김태호] 저도 신환회에서는 일단 술을 많이 마시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술을 강요하는 선배들은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분위기에 취해서 선배들 술까지 빼앗아 마셨죠. (웃음)
[한 별] 공대는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신환회 하면 일단 술이 떠올랐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신입생 환영회에 가니 이름외우기 게임 같은 것을 하면서 술을 마시더라구요. 제 경우는 신입생 중 여자가 저 혼자라서, 술을 억지로 마시는 일은 없었어요.

Show를 하라?
[신지은] 저는 천문학과 전공진입생 환영회 때 신입생 대표로 장기자랑을 해야 했어요. 교수님과 교직원분들도 같이 있었는데 심수봉 노래를 불렀어요. 지금도 선배들이 그 때 일로 놀린답니다.
[한 별] 저 같은 경우는 녹두거리 한가운데서 원을 만들고 과가를 불렀어요. 처음엔 폐라고 생각했는데, 주위에 보니까 다른 반들도 다 하더라구요.
[김태호] (어깨가 자연스럽게 들썩이면서) 저는 텔미춤을 췄는데요? (순간 피해자들을 추모하며 숙연…)
[유기환] 사실 선배 입장에서는 쇼에 대해 후배들이 거부감을 가질까봐 항상 고민해요. 그래서 저는 선배로서 제가 먼저 장기나 개인기를 보여주곤 했어요. 개구리 자세에서 ‘호이짜 호이짜’ 하는 거 있잖아요. (쓰러지는 노땅과 의아한 새내기들 오버랩!)

음주는 사랑을 타고?
[권혜림] 전 지난주에 처음 술을 마셔봤어요. 그래서 아직 술이 익숙치 않은데, 신입생 환영회나 새터에서 술 안마시면 미운털 박히나요? (심히 걱정스러운 표정)
[신지은] 그런 걱정 안 해도 돼요. 저도 몸이 술을 안 받는데다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술 안하거든요. (매우 의아한 일동의 눈길) 본인이 안마시겠다고 하면 선배들도 강요하지는 않아요. (경험담처럼) 마음에 드는 여자 후배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미소)
[한 별] (개의치 않고) 신환회 때 신입생 중 저 혼자 여자였는데 여자 선배들이 억지로 마시지 말고, 마셔도 약한 술 마시라고 배려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과일소주 마셨는데, 맛있다고 계속 마시다가 취해버렸어요.
[김태호] 사실 첫 신환회 때 일부러 술 잘 못마시는 척 했어요. 과음하게 될까봐 겁이 났거든요. 그런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전혀 음주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더라구요.
[유기환] 제가 1학년일 때에는 술자리에 오래남고 술 잘하는 아이가 선배들의 총애를 받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술에 약하거나 통금시간이 있었던 아이들은 선배들에게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이를 악물고 술자리에 끝까지 남으려고 애쓴 적도 있었어요. 요즘은 많이 달라졌겠지요.

선배는 후배를 귀찮게 해?
[권혜림] 부모님께서 남자랑 술 마실 때는 한 잔 이상 마시지 말고, 절대 정신 놓지 말라고 해요.. (백번 옳다는 듯 고개 끄덕이는 노땅들) 진짜로 신입생 환영회 때 남자 선배들을 조심해야 하나요?
[유기환] 확실히 선배 입장에서는 호감이 가는 이성 후배가 있어요. 신환회 때 자꾸 술을 따라준다거나, 신환회 때마다 술자리에 참석하라고 재촉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공들여도 결국 다 실패하더군요. (일동 파ㆍ안ㆍ대ㆍ소)
[한 별] 저는 여고를 나와서, 갑자기 남자들이 많은 곳에서 술을 마시려니까 당혹스러웠어요. 제가 어색해 하니까 여자 선배들이 신경 많이 써 주더군요. 그래서 아직 남자 선배들이 저를 불편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한 적은 없어요.
[신지은] 선배가 되니까 남자 동기들이 여자 후배들한테 관심 갖는 게 보여요. 그런 걸 보면서 후배들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부럽기도 해요. 졸업할 때 되니까 누가 술자리에서 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니까요. (좌중의 동정어린 관심 집중!)

우리가 바라는 신입생 환영회!
[권혜림] 저희는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잖아요, 게다가 서울대생이구요. 서울대생이 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에요. (처연하게) 어떻게 생활하고, 공부하면서 놀아야 할지 막막해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에요. 후배들이 잘 적응할 수 있게, 선배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선배들에게 시선을 고정하면서) 물론 밥과 술을 함께 하면서 보낸 시간이 꼭 애정에 비례하지는 않겠지만요.
[김태호] 신입생 환영회를 갔다오면 신입생이랑 선배들은 서로 친해지는데, 정작 신입생들끼리는 서먹서먹해요. 우리끼리도 친해질 시간과 기회를 주었으면 해요. 또 종종 장기자랑을 매우 난처해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런 친구들까지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신환회였으면 좋겠어요.
[한 별] 술 마시면 사람들끼리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은데, 술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요. 선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술자리 말고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보드게임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가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그리고 신입생 환영회를 걱정하는 08학번들에게, 용기를 내서 한번 즐겨보라고 하고 싶어요. 우리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유쾌한 자리니까요.
[유기환] 사교성이 부족하거나 술을 못하거나 통금이 있는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신입생 환영회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어요. 저는 신환회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신입생 환영회는 신입생을 환영하기 위한 자리잖아요. 신고식처럼 생각하지 말고, 환영받는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인사하러 오길 바래요.
[신지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나중에 재수강하면 돼’ ‘일학년 때에는 놀아야 돼’ 라는 무책임한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어요. 결국 2, 3학년 때 고생하게 되거든요. 사실 신입생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술을 강권하는 그런 문화는 이제 없어요. 편한 마음으로 와서 재미있게 놀다가면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질 거예요. (의미심장하게) 나이 들면 놀기 힘들어요. 조금 더 어릴 때 함께 어울려 재미나게 노세요.

2008. 2. 21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이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