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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딛고 일어선 이상묵 교수 인터뷰

2008.03.06.

이건우 교수, 이상묵 교수

이상묵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머리를 안 다친 덕분에 육체가 다친 후 정신이 오히려 해방된 느낌입니다”라고 말했다. 기계에 온몸을 의지한 채 지난해부터는 강의도 다시 시작한 그는 지난 2006년 7월 연구팀과 미국에서 지질조사를 하던 중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여학생 한명이 사망하는 큰 사고였고 이상묵 교수도 현재 이 사고로 목 아래를 쓰지 못한다. 그해 11월 이건우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경암학술상 상금 1억 원을 이상묵 교수를 위해 기증했다. 서울대『대학신문』은 지난달 22일 자리를 마련해 두 교수와 대화를 나눴다.

- 두 분이 원래 알고 계시던 사이인가요?

이상묵 교수(이상묵)=제가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만나서 한 첫마디가 ‘저 아십니까?’였습니다. 혹시 이건우 교수님이 절 아시는가 해서 말입니다.

이건우 교수(이건우)=사고 소식을 듣고 누구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저 ‘우리 과 젊은 교수와 가깝다’, ‘같은 대학에서 박사를 한 사람이다’ 이런 정도였습니다.

- 그럼 어떤 계기로 이상묵 교수님을 돕게 됐습니까?

이건우=당시 사고가 학교 내에서는 심각한 소식이었어요. 그 사고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 대부분이 알았을 겁니다. 때마침 제가 경암학술상이라는 상을 받게 되었고 그 상금으로 돕게 되었습니다.

- 상금이 적지 않은 액수였을 텐데요.

이건우=솔직히 제대로 된 액수의 기부는 처음이었습니다. 학술상 수상 후보에 올랐을 때 상금을 받게 되면 좋은 데 쓰자고 혼자 생각했었죠. 그리고 시상식에서 돈을 학교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돈이 오는 데 걸리는 시간동안 마음이 흔들리더군요. 그래서 재단에 전화해 학교로 직접 돈이 가게 했어요. 그렇게 했더니 아쉬운 마음은 없어지고 계속 흐뭇한 감정이 생겼습니다. ‘이래서 기부하는 사람들이 계속 기부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 이상묵 교수님의 블로그에 ‘인력보다 기계를 더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것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상묵=미국 병원을 가니 전동휠체어를 바로 지급해줬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슷하게 다치신 분 말을 들어보니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나같이 다친 사람을 옮기려면 간호원 4명이 붙어 옮겨야 한다고 합니다. 즉 사람 손에 의존한다는 거죠. 블로그에 쓴 말은 기계를 이용하면 한 단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연구하실 때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하십니까?

이상묵=아무것도 없어요. 저는 팔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이 상태라면 어디에서도 취직이 안 돼요. 그러나 전 뺨과 입으로 기계의 센서와 마우스를 움직여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도 가르치고 논문도 쓸 수 있습니다. 제가 직업이 교수라는 사실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 좌절하신 순간은 없었습니까?

이상묵=저는 이상하게 좌절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제가 특별히 성격이 강한 것이 아니라, 죽었을 수 있는데 살았고 또 뇌를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점이 고마운 것입니다. 제 친구 중 하나는 저보고 체급을 올렸다고 합니다. 한 체급에서 챔피언이 되면 체급을 올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의미죠.

- 어떻게 다시 학교에 돌아오시게 됐나요?

이상묵=사고가 7월에 났는데 10월에야 한 여학생이 죽은 것을 알았습니다. 그 전에는 뇌를 다치지 않아 학교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학생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과연 학교로 돌아가도 되는가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이건우 교수님이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그 후 학장님과 교수님들이 오셔서 학교에 돌아오라고 말해 학교로 돌아갈 결심을 굳혔습니다. 옆에 계신 이건우 교수님이 제가 학교에 돌아오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겁니다.

- 이건우 교수님은 이상묵 교수님을 도와드리면서 재활기계 분야에 더 관심을 가지시게 되지 않았나요?

이건우=그렇죠. (이상묵 교수의 휠체어를 보며) 솔직히 이런 기구들 중 몇몇은 처음 본 것들입니다. 이상묵 교수님을 도와드리며 재활기계 분야들이 매우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합니다. 보험은 물론 장애인을 상대로 하는 사업은 돈이 안된다는 생각이 퍼져 있어요. 그래서 국가예산을 써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공학, 의학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힘을 합해야 합니다. 또 환자도 중요하죠. 어떤 기능이 필요한 지 이야기해 줘야 되니까 말입니다. 앞으로 이상묵 교수님이 많이 도와주실 겁니다.

- 앞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까?

이상묵=팔도 못 쓰는 심한 장애인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컴퓨터 하나만으로도 이메일, 전화, 텔레뱅킹, 쇼핑을 하는 등 삶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 같은 장애인은 줄기세포에 기대를 걸 것이 아니라 컴퓨터산업에 희망을 걸어야 합니다. 다 나아서 걸어다니지 않더라도 컴퓨터가 좋아지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이상묵 교수는 한 웹사이트에 들어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한 프랑스 대학강사를 보여줬다.

“그래도 나는 목 위로는 움직일 수 있는데 저 대학강사는 밥도 혼자 못먹고, 말도 못합니다. 그런데도 이메일도 보내고 쇼핑도 하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해 보여요. 그 여자에게 ‘당신을 보니까 나의 상황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어요. 저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삶이 너무 달라졌습니다. 저 대학강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2008. 3. 3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http://www.sn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