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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과 선배들은 졸업하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08.03.07.

뮤지컬 음악감독 원미솔 (작곡과 2002년 졸업) 이제 갓 새내기 티를 벗은 작곡과 07학번 학생이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를 만나 만 하루 동안 '데이트'를 즐겼다. 우리 과를 졸업한 선배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선배님이랑 데이트 - 냉정한 열정으로 무대와 객석을 사로잡는 뮤지컬 음악감독 원미솔 (작곡과 2002년 졸업)

“다른 건 필요하지 않아 음악과 춤이 있다면... 난 이대로 내가 하고픈 대로 날개를 펴는 거야~” 남들이 보기엔 마냥 즐겁기만 해 보이는 새내기 시절의 막바지, 우연히 들은 노래 『뮤지컬』은 오히려 기분을 더 울적하게 했다. “과연 하고픈 대로 살 수 있을까?” 친구가 대꾸했다. “있잖아, 원미솔 선배라고...”

# A.M. 10:00, 남산창작센터 - 『그리스』개인 연습
오전 10시, 뮤지컬 『그리스』 연습실인 남산창작센터에서 원미솔 감독(작곡 2002년 졸업)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대니 역의 개인 보컬 연습시간이다. 연습곡은 최근 화장품 광고에도 나온 『그리스』의 대표곡! 원감독은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와 대사의 느낌, 음정, 시선처리까지 일일이 지도해 준다. 김대우 조연출은 원감독을 “배우의 극한의 능력까지 모두 끌어내는 화끈한 코칭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 A.M. 12:05, 남산창작센터
- 『그리스』합창 연습
개인 보컬 연습을 끝낸 원감독의 언성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12시로 예정된 단체연습이 준비도 안 되어 있고 배우 몇몇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침묵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는 무조건 하면 된다는 너희들의 자신감이 싫어. 안되면 화를 내야지. 스스로에게 용기를 준다고? 너희들이 얼마나 못하는 줄 알아? 알면 벽에 머리 박고 울어야지!” 나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할 만큼 예의를 지키는 배우들인데, 이렇게 혼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뮤지컬계가 생각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되는 원감독의 질책에 분위기는 영하의 바깥 날씨보다 얼어붙어 어떻게 연습을 이끌어갈지 내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믿기 어려운 광경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원감독은 한 배우를 앞으로 불러냈고 그가 “다들 일어나∼!”라는 외침과 함께 멋진 곡을 부르며 박수를 유도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원감독이 “너무 멋있다. 이렇게 가자”고 호응하자 합창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는 연습하는 동안 칭찬과 질책을 번갈아 가며 배우들을 쥐락펴락했다. 나에게 살짝 말하길 “내가 너무 성질 부렸나? 여긴 어린 배우가 많아서요. 작품에 따라 제 스타일도 달라질 수밖에요.”

# P.M. 6:50, LG 아트센터
- 뮤지컬 『나인』오케스트라 튜닝
8시에 시작하는 뮤지컬 『나인』의 공연을 앞두고 7시에 오케스트라 튜닝을 한다. 이날의 튜닝은 매우 순조로워 10분 만에 간단히 끝이 났다. 원감독을 따라 무대 뒤 일명 ‘관계자외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갔다. 배우들의 분장실, 휴게실, 무대, 객석, 오케스트라로 모든 길이 이어지는 그 곳에 지휘자를 위해 따로 마련된 휴게실도 있었다. 화장실, TV, 냉장고 등이 구비된 완전한 공간이었다. 이런 방을 배정받는다니, 그의 지위가 새삼 다시 느껴졌다.
이런 성공의 시작은 어땠을까? 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는 대중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대학교 2학년 쯤 뮤지컬에 관심이 생겼어요. 3학년 때 『락햄릿』의 반주자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그만 두셔서 감독 자리가 나한테로 넘어왔어요. 그 당시에 음악감독이 별로 없어서 그랬지 요샌 그런 행운 없어요.” 아니, 대학생으로 음악감독을 시작했다니…… 그 이야기를 듣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 P.M. 8:00, LG 아트센터 - 뮤지컬 『나인』공연
뮤지컬의 오케스트라는 무대 아래에 자리 잡고 있어 음악감독은 무대 위 배우와 아래의 오케스트라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그 사이에 자리한다. 공연 내내 무대 밑에서 원감독이 지휘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뮤지컬을 좋아해 많은 공연을 ‘보았지만’ 무대 밑에서 공연을 ‘듣는’ 것은 배우의 노래 솜씨와 발성에 집중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지휘하면서 오케스트라를 향해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때로는 종종 엄지손가락을 드는 제스처로 배우와 연주자들을 격려했다. 연습뿐만 아니라 공연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 P.M. 10:30 - 아쉬운 헤어짐
“너희들 나이 때는 원하는 것만 눈에 보이고 다른 것은 보이지도 않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걸 갖고 싶어 미치는 거 아냐?” 원 감독이 『그리스』배우들에게 했던 이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쉬는 것보다 일이 먼저이고 사람을 능숙히 다루며 『그리스』,『나인』,『뮤직 인 마이 하트』,『스펠링 비』와 같은 굵직한 뮤지컬을 동시에 맡아 성공시키는 열정을 가진, 그러면서도 지휘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 노력파 원미솔 선배의 하루를 따라다니면서 나 또한 꿈을 향해 열정을 갖고 곧바로 나아가자고 다짐했다.

2008. 3. 7
서울대홍보부, <서울대 사람들> 13호
기사작성: 김유원 (작곡과 07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