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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무총장 인터뷰, 충격요법 줘 국제화 해야죠

2008.03.10.

이장무 총장

이장무 총장은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획기적인 국제화 전략을 강조했다.

"총장이 보기에 서울대의 당면과제는 뭔가?"

인사를 나눈 뒤 이장무 서울대 총장에게 곧바로 물었다.

그는 "지금 서울대는 많은..."이라며 운을 뗐다.
서론 본론으로 갈 것 같았다. "딱 하나만." 못을 박자,
그는 즉각 답했다.

"국제화다."

며칠전 그는 "1년 안에 해외석학 20명을 포함한 외국인 교수 1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안에 있는 외국교수들을 지금 다 합쳐도 60명. 그보다 더 많은 숫자를 1년 안에 '모셔 오겠다'는 것이다.

정말 실현 가능할까?

"이미 외국인 교수정원 55명을 교육부로부터 할당 받았고, 해외 석좌교수 20명, 전임교수대우 25명도 확정돼 있다. 대학사회에서 '국제화'가 가장 중요한 화두다. 외국인 교수들을 많이 불러들여 충격적으로 빨리 국제화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

대학까지 '국제화'가 중요하나?

"대학은 이제 세계에서 일하고 인정 받는 인재를 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서든 통화가 되는 모바일 폰(mobile phone)처럼, 지금의 인재들에게는 '모바일 탤런트(talent)'가 요구된다. 또 대학이 국가적 범위를 넘어선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세계 대학들과 공조해야 한다."

외국인 교수들을 들여오면 그 문제가 해결되나?

"서울대는 현재 550개 세계 대학과 국제 협력을 맺는 등 국제화가 '양적으로' 빠르게 늘었다. 언어교육원 교환학생을 합치면 200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와 있다. 그런데 외국인 교수는 60명에 불과하다. 서울대 캠퍼스 자체가 국제화돼야 한다. 영어로 제공되는 강의도 늘어나야 한다. 지난 한 학기에 4000여개 강의 중 500여개가 영어강의였다. 우리 교수들에게 영어강의를 하도록 설득하고 인센티브를 준다. 하지만 강제하지는 않는다. 강요할 경우에는 오히려 강의 내용의 질(質)만 떨어지는 역작용이 날지 모른다."

영어강의 인센티브란? 수당을 더 주나?

"영어강의 개설 준비금을 준다(웃음). 또 영어로 강의하는 과목을 '1+1/3'로 간주해, 3과목을 영어로 가르칠 경우 한 과목의 강의 부담을 덜어 준다."

외국교수 문제도 그렇지만…, 서울대 교수 중 비(非)서울대 출신은 얼마나 되나?

"최근 몇 년간 45%를 타 대학이나 타 학과에서 뽑았다. 그 경계를 더 허물어야 한다. 다양한 문화와 학문 배경을 가진 외국 교수들이 대거 들어오면 우리 내부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서울대 국제화'를 내세우지만, 수십 년간 논의된 '일본학과'도 아직 없다.

"국제화가 반드시 미국을 중심으로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유럽의 가치도 중시하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화도 추진 중에 있다. 요즘 '일본학'을 개설해야 한다는 쪽보다는 중국학, 인도학, 아랍학에 더 관심이 많다. 이들 학과 신설 문제가 논의 중이다."

얼마 전 영국일간지 '더 타임스'의 세계 대학 순위별 보도에서 서울대는 '51위'였다.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서조차 선두주자가 아니다. 왜 그런가?

"역시 '국제화'의 문제라고 본다. 대학순위 평가에서 중요한 지표가 '명성', '국제화', '지명도'다. 국제적으로 얼마나 많은 업적을 내놓았는가, 세계적인 인물을 얼마나 배출하는가, 이게 관건이다. 대학에서 하위 몇%를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상위 몇%를 어떻게 하느냐야말로 진짜 중요하다.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서울대가 한국 대학을 선도한다고들 하지만, 최근에는 고려대·KAIST(한국과학기술원)·한동대 등이 대학사회의 개혁 바람을 앞서 일으키고 있다.

"대학은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주는 '회사'(會社)가 아니다. 시간이 걸려도 학문분야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맞춰 나가야 한다. 어떤 일이든 구성원 본인이 신바람 나서 일할 때 창의성이 높아진다. 그런 자발적인 개혁이 미진할 때는 외부적 충격이 필요하다."

얼마 전 KAIST는 연구실적으로 교수 6명을 탈락시켰다.

"KAIST 같은 연구중심대학은 연구실적을 중시한다. 그런데 연구는 창의적인 강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서울대는 연구중심대학이 아니다. 연구 실적이 탁월하지 않더라도 강의가 아주 뛰어나면 인정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대에서도 '공무원' 신분인 교수 퇴출이 가능할까?

"서울대에는 '정교수'로 승진해야 정년이 보장된다. 승진이 못 되면 퇴출된다. 최근 부교수의 정교수 승진 심사를 몹시 강화했다. 이 때문에 부교수들이 심사를 안 받으려고 한다. 285명 중 18명만 심사 신청을 했다. 지난주 학장 회의에서 의무적으로 이 심사를 받게 했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는 '동경대생은 바보가 됐는가'라는 책을 썼다. 서울대 입학생들의 지적 능력은 만족할 만한가?

"전반적으로 지적 수준이 낮아졌다는 평이다. 충분한 수학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 들어오고 있다."

중·고교에서 아이들을 잡듯이 공부시키는데, 왜 그런가?

"학생들이 충분한 자기계발이 없이, 수동적으로 주입식으로 받는 교육, 학원교육 같은 것을 받았기 때문 아닐까."

이번 서울대 입시에서 '정시에서 수능만으로 30%를 뽑겠다'는 안을 내놓고, 발표 마지막 날 철회한 이유가 뭔가?

"학생들 사이에는 내신·수능·논술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논술 부담을 경감해주는 방안을 고안한 것이다. 정시의 30%, 즉 전체 입시의 15% 미만을 '패자부활전'처럼 수능만으로 뽑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 입시에서 적용하면 고3학생들에게 너무 변화를 줄 것 같아 내년으로 연기했다. 학생 선발에서 '포트폴리오'(portfolio: 위험분산투자) 개념이 필요하다. 학교성적만으로, 혹은 수능만으로 하든, 여러 통로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장무 총장은
1945년생으로 서울대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 미국 아이와와주립대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 7월부터 서울대학교 총장,
2007년 4월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2008. 3. 10
조선일보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