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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부금 '메뉴'별로 모금한다

2008.04.14.

‘노벨상급 세계석학 초빙, 도서관 첨단화, 글로벌 금융전문가 육성, 노후캠퍼스 재건축 추진…’.

앞으로 서울대는 기부금 모금 때 이처럼 세부적인 학교 사업 22개를 제시한다. ‘기부 메뉴판’이 생기는 셈이다. 메뉴에는 ‘사업의 목표와 비전’은 물론 ‘기부자 혜택’ 등이 자세히 명시된다. 예컨대 1억원 이상을 기부하면 학교 도서관·미술관·주차장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10억원 이상 기부하면 서울대병원에서 진료예약과 종합건강검진을 비롯해 의전서비스까지 제공해주는 식이다.


서울대 기부금 모금 어떻게 달라지나
서울대 기부금 모금 어떻게 달라지나 표
기존 방식 캐피털 캠페인
- 총장 개인의 인맥과 세일즈 능력 중시
- 외부인사 영입 없음
- 목표와 기간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음
- 기부자 혜택은 케이스에 따라 다름
- 기부자가 사후 관리하는 시스템 없음
- 기업처럼 마케팅ㆍ영업ㆍ상품 개발ㆍ고객관리 부서 설치
- 동문 중 유력 인사를 유치위원장으로 영입
- 분명한 사업 목표에 따라 기부, 학교가 사업목록 제시
- 액수에 따라 기부자 혜택 구체화
- 기부자가 발전위원으로 기부금 사용 감독 가능


기부 액수따라 혜택 차별화
기부 액수따라 혜택 차별화 표
구분 50억원 이상(SNU President's Honor Club) 10억원 이상(SNU Gold Honor Club) 1억원 이상(SNU Honor Club)
총장공관 만찬 X X
도서관 이용
미술관ㆍ박물관 무료 관람
호암교수회관 할인 객실무료 객실무료 X
포스코스포츠센터 무료 이용 평생 평생 기한
종합건강검진 주선 프리미엄 건강검진(평생) 평생 기한
진료예약 평생 평생 기한
의전서비스 평생 10년 기한
무료 주차 평생 평생 기한

거액 기부자는 기금이 원래 목적대로 쓰이는지 감독할 수도 있게 된다.

서울대가 14일부터 기부자의 뜻에 따라 기부 형태를 세분화한 ‘기부자만족형’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다. 국내 대학으로선 최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동문 세 명이 공동 기부금 유치위원장으로 나선다. 서울대는 캠페인 시작과 함께 교직원과 학생이 참여하는 교내 모금 운동을 시작한다. 교내외의 역량을 모두 동원한다는 의미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임기인 2010년까지 3000억원을 모금 목표로 잡았다. 이는 1997~2006년, 10년 동안 서울대 모금(2400억원)보다 많은 것이다.

이러한 서울대의 모금 방식은 미국 명문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하버드·예일·스탠퍼드 같은 미국 명문대는 수년마다 한 번씩 ‘집중모금캠페인(Capital Campaign)’을 펼친다. ‘석학 초빙’ ‘글로벌 학문 센터 설립’처럼 뚜렷한 사업 목표를 기부자에게 제시한다. 기부자는 고객이 상품을 고르듯, 특정 사업을 선택해 기부한다. 어떤 사업에는 돈이 몰리지만 기부자의 관심을 못 끌면 파리를 날릴 수도 있다. 시장 경쟁에 따라 히트상품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부자에겐 액수에 따라 ‘재산 신탁 관리’ ‘평생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또 기부자에게 기금의 운용과 용도를 관리할 수 있는 권리도 준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듯이 학교 기금을 모금하는 것이다.

◇금융전문가 등 15명 채용=이 총장 취임 초기인 2006년 7월 서울대는 기부금 컨설팅 회사 브레이클리로부터 종합 진단을 받았다. 브레이클리는 기금 조직을 강화하고 기부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등 기부금 사업을 구체화하라고 서울대에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프라이빗뱅킹 전문가 등 15명을 새로 뽑았다. 그 전에는 발전기금 직원이 2명뿐이었다.

서울대는 발전기금 조직을 ▶모금 전문가(영업) ▶DB팀(마케팅·고객관리) ▶업데이트팀(애프터 서비스) ▶기획팀(상품 개발 및 VIP전담) ▶TFT(이벤트 기획)로 재구성했다.

학교는 지난여름 직원 일부를 하버드에 연수 보내기도 했다. 하버드 기금 모금 조직(HDO)의 직원은 500명, 발전기금 규모는 26조원에 이른다. 서울대는 1400억원에 불과하다.

◇기부자가 ‘기금 감독’도=서울대 모금 캠페인의 큰 특징은 기부 후에도 기부자가 자금의 쓰임새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주종남 발전기금 상임이사는 “학교가 돈의 쓰임을 기부자에게 지속적으로 보고한다. 기부자가 직접 발전위원을 맡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이 사업의 비전을 공유하고 그 사용처를 꼼꼼히 챙기는 기부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미국식 모금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마동훈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은 “서울대처럼 외국 컨설팅 회사와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 처장은 “지금까지는 총장의 인맥과 줄이 모금 방식의 전부였지만, 앞으로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모금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도 ‘목표가 뚜렷한 맞춤형 기금 리스트’를 만들고 그에 맞는 모금 캠페인을 구상 중이다.

2008. 04. 14
서울대학교 발전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