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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공부 안 한다구?

2008.04.16.

서울대생, 공부 안 한다구?

공대 신입생 한샛별(가명)씨는 요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강의 여섯 개, 총 18학점을 신청해서 주당 수업 시간은 고3 때의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그다지 여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수 교양인 대학국어와 고급영어는 수업 이상으로 과제와 조 모임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공대 신입생들이 공통적으로 수강하는 물리, 화학 등이 교양 강의도 실습이나 실험 보고서 작성에 수업만큼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큰 맘 먹고 신청한 사회와 이념 영역의 일반교양 수업 역시 인문 계열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대학에 가면 딸이 너무 놀지 않을까 걱정했던 부모님은 오히려 쉬엄쉬엄 하라며 걱정을 할 정도이다.

스스로를 밀어 붙이는 학생들
2008년 서울대생들은 예전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1999년 학교 강의 시간 이외의 주당 개인 학습은5.3시간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1999)에 불과했지만, 2007년에는 3학점 기준 강의 당 2.9시간으로 늘어났다. 학부생들이 평균적으로 강의 다섯 개를 수강한다고 가정할 때 주당 14.5시간으로 세 배 가까이 공부를 더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일 강의 이외의 다양한 학습, 즉 영어ㆍ자격증ㆍ취업준비 등에 투자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실질 공부 시간은 훨씬 많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학구열의 가장 큰 원인은 모집 단위의 광역화이다. 단과대 단위로 입학해서 2학년 혹은 3학년 때 전공 학과를 결정하는데, 그 선발 기준이 학점이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학점을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대 대학원생 K씨는 “학부제가 시행된 02학번부터 학부생들이 학점에 부쩍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여러 자치 단위나 동아리에서 1, 2학년들은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바빠졌다”고 술회했다. 또 일부 인기 학과의 경우 전공 진입 커트라인이 상승해서 올해 어떤 과는 3.8(4.3 만점)이 넘었다는 비공식 소문이 돌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졸업생들의 학점은 상승 추세에 있다.

졸업생 학점 상승 표
졸업년도 최우등 우등 졸업자 비고

2003년

227

708

935

4,338

21.6%

2004년

261

762

1,023

4,368

23.4

2005년

262

879

1,141

4,365

26.1%

2006년

287

812

1,099

4,246

25.9%

2007년

281

846

1,127

4,304

26.2%



4년 누적 평점이 최우등은 3.9, 우등은 3.6 이상이므로 전체의1/4에 해당하는 졸업생들이 포상을 받는다는 사실은 서울대생들의 학구열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흔히 말하는 A0학점이 4.0, A-는 3.7, B+가 3.3으로 환산되므로 최우등과 우등 졸업은 4년 내내 평균 학점을 각각 A0와A-에 조금 못 미치게 유지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 학번의 한 인문대 교수는 “학부 재학 시에 최우등 졸업은 들어보지도 못 했고, 우등 졸업만 해도 단과대에서 유명했다”면서 최근에는 각 과마다 최우등 졸업생이 한 명씩은 있을 만큼 달라졌다고 전했다. 재학생들의 공부 시간이 늘어난 만큼 가장 직접적인 지표인 학점 역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끌어주는 학교
서울대 재학생들의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데는 2000년대 이후 학교 측에서 꾸준히 개발ㆍ제공한다양한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다. 2002년 출범한 기초교육원은 학부 과정에서의 통합적인 기본 과목의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서 핵심ㆍ일반교양 강의를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또한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입학 전 교육 프로그램’과 ‘신입생 세미나’, 효율적인 의사 표현을 위한 ‘쓰기와 말하기’, 학생이 연구 주제와 과정을 주도적으로 계획하는 ‘학생 자율 세미나’ 등을 통해서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수학습개발센터 역시 2001년부터 보다 직접적이고 기술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노하우들을 교수와 학생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대학 교수법이 지나치게 공급자 위주였다는 반성에서 학기 초마다 ‘학부생을 위한 학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2008년 1학기의 경우 대학생활의 비전 수립, 학습 스타일에 따른 학습 계획 설정, 시간 관리 전략, 표절과 인용 등의 강의를 개설, 대학 생활에 필수적인 자기 관리와 윤리 의식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 학기 열리는 ‘리포트 특강: 서평’은 신입생들에게 ‘대학의 서평이 고등학교까지의 독후감과 어떻게 다른가’를 가르쳐 주는 필수 특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편 각 단과대학과 학과에서도 기초 과목 실력 향상과 영어 능력 배양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공대가 작년부터 기초 과목에 출중한 3, 4학년들을 1, 2학년을 위한 튜터(Tutor)로 선발한데 이어서 자연대는 2008년1학기부터 기초 수학ㆍ물리학ㆍ화학ㆍ생물학4개 과목에 튜터 30여명을 배정하고, 각 튜터가 신입생 5-10명을 맡아서 복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게 했다. 고교 교과 과정 개편으로 이들 과목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기초 수학의 경우 180명 정원에 257명이 수강을 신청할 만큼 신입생들의 호응이 좋다. 경제학부 역시 전공 진입이 결정된2학년들을 대상으로 2월 말에 1주일 동안 경제학에 필수적인 수학 관련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경영대학에서는 작년부터 신입생을 중심으로 언어교육원의 영어회화 강좌 수강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공대는 학부 신입생과 저학년 대상의 겨울방학 영어캠프를GLP(Global Leadership Program)의 일환으로 2년째 시행해 왔다.

지금 서울대에서는 더 이상 ‘공부 끝, 행복 시작’이란 옛말은 물론 ‘쌍권총의 무용담’도 통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가 학부제든, 취업이든 대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것은 분명 당연하고도 반가운 일이다. 서울대 학생들의 공부 열기에 힘입어 서울대가 성큼 해외 유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을 기대해 보자.

2008. 4. 16
서울대학교 홍보부
에디터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