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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준비 7계명

2008.04.17.

遊學이 아닌 留學을 위한 10계명

아이비 잎사귀가 벽면을 절반쯤 덮은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 그 앞의 푸르른 잔디밭에 앉아 두꺼운 원서를 뒤적이는데 자전거 한 대가 와서 멈춘다. “Excuse me"란 말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까 화사한 니트 차림의 이지적인 그(녀)가 미소 짓고 있다. 이제 김태희(혹은 김래원 또는 이정진)를 닮은 그(녀)와의 인연이 시작되는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 떠올리는 낭만적인 유학의 한 풍경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과 같은 강의실에 나란히 앉아서 공부하고 있지만, 이국적인 환경에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유학에 관한 소문 7가지를 검증해 본다.

Q1. 석사과정은 국내에서 마치고 가는 게 좋다?
Case by Case.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석사 학위를 받고 유학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학부 졸업 후 바로 떠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어차피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진학하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서 2년을 더 보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님들은 대체로 석사까지는 마치기를 권유하는데, 한국적 문제의식을 가진 후에 외국 학문을 경험해야 주류 학문의 분위기에 경도될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일자리를 찾을 생각이라면 석사를 마치고, 반드시 그럴 계획이 아니라면 밖으로 빨리 나갈수록 좋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박사 학위를 마친 후 자리를 잡을 때 실력 뿐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도 중요한데, 석사 학위 과정에서 지도교수와의 인연과 함께 다양한 학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곳의 Job Market에 나설 것이냐에 따라 거기서 1년이라도 더 공부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학부만 마치고 떠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예전처럼 꼭 한국에 돌아와서 교수가 되겠다는 학생들이 줄어든 탓이기도 하다.

Q2. 집에 여유자금이 2-3억은 있어야 유학을 갈 수 있다?
Absolutely Not.자기 돈을 들여서 유학을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집안 형편이 넉넉하면 대부분의 유학생들과는 달리 편안하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겠지만, 장학금 경쟁에서부터 밀려난 결과라면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 국내 장학재단은 물론 외국 대학 역시 성적, 영어 점수, 수학계획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장학금을 많이 받을수록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고, 이는 학위 취득 후와도 연결되기 마련이다. 박사과정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해외 대학이 학비 면제 이상의 지원을 해 준다. 또 입학과 동시에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TA(Teaching Assistant), RA(Research Assistant), Fellowship 등의 형태로 2학년부터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학금 없이 가도 1년만 버티면 된다”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물론 일부 주립대학이나 재정 상태가 안 좋은 사립대학은 예외이니 입학 허가(Admission)와 함께 장학금을 보장받지 못했다면 해당 학교의 상황을 현지에서 유학생을 통해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몇몇 주립대가 재정 상황 악화를 이유로 박사과정 학생의 절반 이상에게 전학(transfer)을 권고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한국 유학생들이 귀국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해외 유학생을 지원하는 주요 국내장학재단은 다음과 같다.
해외 유학생을 지원하는 주요 국내장학재단 표
고등교육재단(SK 장학금) 삼성 장학금 관정교육재단 STX

선발
기간

유학 계획 연도
1년 전 8월-9월

유학 계획 연도
1년 전 여름-가을

유학 계획 연도
3월-4월

유학 계획 연도
4월-5월

선발
방법

1차: 필기시험
(영어200점,전공200점)
2차: 면접

1차: 서류 전형
2차: 면접

서류 전형
(유동적)

서류 전형
(유동적)

주요
당락
요소

영어 시험 점수

학부 학점; 보통 최우등
졸업자(3.9 이상 선발 )

학부 학점
(3.8 정도가 1차 전형
기준이란 소문)

2007년 처음 시행되어서
알려진 바 없음

비고

역사가 길어서
장학금수혜자들끼리
네트워크 형성

이공계 선발
비율이 훨씬 높음

분야별 Top 20 학교로
지원 자체를 제한


다만 국내 장학금을 모두 합쳐도 각 학문 분과 별로(예: 영문학, 정치학 등) 2명 안팎이어서 학부 때 최우등 졸업을 하고, iBT TOEFL 110점을 넘길 만한 영어 실력이 아니면 사실상 가망이 없는 게 현실이다. 주변에서 이 가운데 하나를 받은 친구 또는 선후배라면 정말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임에 틀림없다.

Q3. 대학원 학점 4.0은 의미가 없다?
Yes.왜냐하면 다들 대학원 학점은 4.0이 넘기 때문이다. 대학원을 한 학기라도 다녀본 학생들은 모두 알겠지만 대학원의 A+, AO, A-는 각각 학부의 AO, BO, CO와 비슷하고 B+이하는 C, D에 가깝다. 그만큼 대학원 평점은 모두 높다. 따라서 외국 대학은 물론 국내 장학금에서도 학부 학점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학부 학점이 얼마나 되어야 할까? 다다익선이지만, 어드미션을 받는 데에는 3.6, 장학금을 염두에 두면 3.9 이상이어야 발목을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3점대 초반을 받고도 입학 허가를 받지만, 이는 수학계획서(Statement Of Purpose)를 대단히 잘 썼거나 다른 점수들이 빼어난 경우이다. 또 같은 평점이어도 1, 2학년보다는 3, 4학년 평점이, 교양보다는 전공 학점이 좋은 경우가 낫다고 한다.

Q4.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는 일본으로 원정을 가야 하는가?
Probably Yes. ETS가 한국의 GRE 시험을 1년에 두 번, PBT(Paper Based Test) 형식으로 제한하는 한 일본에 가서 CBT(Computer Baesd Test) 시험을 보는 게 유리하다. 일단 한국에서는 시험 기회가 1년에 두 번(6월, 10월)밖에 없는 반면 일본을 포함한 CBT를 실시하는 해외 국가로 나가면 1년에 다섯 번 응시할 수 있다. 또 같은 실력의 사람이 버벌(Verbal) 영역에서 PBT보다 CBT를 보았을 때 100점 이상 더 나오는 게 보통이다. 리포팅 때 시험 유형이 병기되기는 하지만, 어차피 총점과 백분율이 중요하므로 이 100점은 매우 크다.
물론 일본 GRE 원정은 1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월말, 월초 시험 두 번을 신청하고 가기 때문에 최소한 3박4일 정도 체류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 주말 도깨비 여행도 많이 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부담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시험 점수도 100점 가까이 더 받을 수 있고, 운이 좋아서 첫 번째 월말 시험에서 마무리 한다면 이틀 정도는 일본 관광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맛있는 스시에 사케 한 잔은 원정 승자의 몫이고, 패자는 라멘과 돈부리로 연명하다가 돌아와야 하지만 말이다.

Q5. 수학계획서(SOP)가 가장 중요하다?
Sure.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SOP만 잘 쓰면 3점대 초반 학점에, 토플 250점(CBT), GRE 1300점(Writing 3.0 이하)으로도 주요 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장학금은 장담할 수 없지만…
여기서 잘 쓴 수학계획서란 절대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해당 학교, 해당 학과의 입학심사위원회의 교수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다루는 교수가 어느 학교에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SOP를 가고 싶은 학교의 성향과 교수진에게 맞추어서 변형시킬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정량적 연구 경향이 지배적인 미국 Midwest 계열 학교에 질적(Quantitative) 연구 방법론에 기초한 수학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은 비싼 전형료($60-80)만 날리는 일이다.
일부 학생들은 유학 가서 공부할 주제와는 전혀 다른 ‘SOP용 주제’를 잡아서 수학계획서를 작성해서 성공하기도 한다. 실제로 유학 중에 연구 주제를 변경하는 것은 무방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초안을 잡고, 완성을 한 다음 원어민에게 교정을 받기까지 석 달 이상은 잡아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Q6. 유학에도 경력 관리(Career Management)가 필요하다?
Of Course. 작년 사회대에서 간 학생은 학점 3.7에 보통의 영어 점수로 미국의 해당 전공 2위 학교에서 어드미션을 받았다. 수학 계획서도 중요했지만, 학부 때의 다양한 활동 경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실제로 그 학생은 학부 시절 교내외 동아리와 여러 NGO에서 보낸 시간이 강의 들은 시간보다 더 많을 정도로 유명했다.
아울러 핵심적인 부분이 출판(Publish) 경력이다. 꼭 유명한 저널이 아니어도 학술회의, 특히 석사 과정생에게도 발표 기회를 주는 해외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논문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최근 두뇌한국 21(BK21)에 참여한 학과 학생들의 유학 성적이 좋은 것도 이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논문 발표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한편 해외 학술회의 참가를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보여 주지 않는 내공은 평가받을 수도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Q7. 최소한 10군데 이상은 써야 한다?
Almost Yes.스스로를 ‘엄친아’라고 생각한다면 쓰고 싶은 곳만 서너 개 써도 괜찮다. 하지만 ‘엄친아’의 친구에 불과하다면 10개는 최소한, 15개는 기본, 20개는 선택이다. 최근 몇 년간 외국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해외 유학생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입학 허가는 반드시 본인의 스펙이나 학교 랭킹 순서로 오지 않는다. 즉 같은 학교에 지원했는데 나보다 학점도 좋고, 영어 점수도 높은 학생이 떨어지고 내가 합격할 수도 있고, 똑같은 서류를 넣어서 랭킹 20위 학교는 떨어졌는데 랭킹 10위 학교는 붙는 경우도 없지 않다. 올해 고등교육재단이나 삼성 장학금을 확보하고 지원에 나선 ‘俊엄친아’들도 열다섯 군데를 지원해서 대여섯 곳 정도를 합격하는데 그쳤다. 스스로를 잘 안다면, 유학 지원 비용(평균 한 학교에 10만원 내외, GRE/TOEFL 리포팅 비용 포함)을 조금 넉넉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가 아닌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선택, 유학을 결정하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본인의 결심은 물론 가족을 설득하고, 여러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GRE/TOEFL 시험 준비, 학교 서치(Search), SOP 작성, 추천서 확보, 장학금 지원, 그리고 지원 서류 작성까지 1년 가까이 걸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일희일비하게 된다.

유학 준비 경험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간절함이다. 꼭 유학을 가고 싶다는, 단 한 곳에서라도 입학 허가를 받으면 기쁘게 떠나겠다는 마음가짐 말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서울대 야구부가 창단 이래 가졌던 ‘1승’에 대한 목마름과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언제 1승을 할 수 있을까?”라는 초조함이 아니라 “언제든지 1승만 하면 된다.”는 여유로움에 가까워야 한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그 1승의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마치 서울대 야구부가 그랬던 것처럼…

2008. 4. 16
서울대학교 홍보부
에디터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