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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고지도자인문학과정 열하 탐방

2008.06.03.

ㆍ연암 발자취따라 ‘우리’를 돌아보다

“연암 박지원이 판첸라마를 만난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중국 청더국내 30여명의 최고경영자(CEO)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지난달 29일 ‘열하일기’의 역사적 현장인 중국 청더(承德·열하의 현재 지명)를 찾았다. 서울대 인문대에서 마련한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AFP(Ad Fontes Program·‘원천으로’라는 뜻의 라틴어)’의 수강생 자격으로, 이 과정의 하이라이트인 열하(熱河) 탐방 프로그램에 참석한 것이다.

윤동한 (주)한국콜마 회장, 민경조 코오롱그룹 부회장, 김명곤 SK에너지 사장 등 CEO들은 부부동반으로 김명호 교수(성균관대 한문학과)의 강의에 귀 기울이면서 연암 박지원의 행보를 되짚었다. 참석자들은 연암이 티베트 종교지도자 판첸라마를 만난 장소인 수미복수지묘(須彌福壽之廟), 조선 사신 일행이 건륭제를 알현하러 간 피서산장(避暑山庄) 등을 둘러봤다. 김명호 교수가 “연암은 당시 청나라 황제가 판첸라마 앞에 깍듯이 예를 갖추는 모습에 충격받았다”며 “황제조차 무릎을 꿇는 비정한 국제정치의 이면을 본 것”이라고 설명하자 일행은 그 자리를 다시금 유심히 둘러봤다.

AFP 수강생들은 3박4일간의 일정 동안 강행군을 견뎠다. 지난달 29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청더로 가는 차에 올라탄 이들은 곧 서울대 중문과 이강재 교수의 ‘차내특강’을 들어야 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중국의 문자정책과 한자 사용에 대한 긴 강의를 듣는 게 피곤할 법도 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공부를 핑계로 해외에서 놀고 오는 게 아니라 진짜 공부하고 온다는 게 여타 CEO 대상 프로그램들과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가는 곳마다 함께 간 지도교수의 특강이 열리고,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바람에 다음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 빠듯하기 일쑤였다. 골프도 쇼핑도 없었다.

참석자들은 ‘세계를 보면서 동시에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열하라서 여행지로 택했다’는 서울대 인문대 측의 취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아주그룹 김재우 부회장은 “그 당시 가장 열린 눈으로 중국과 세계를 바라본 이가 연암인 것 같다”며 “연암의 그런 점을 배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은 “당시 연암의 눈에 그토록 번창해보였던 중국이 불과 200여년 뒤 우리보다 뒤처지지 않았나”라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번영도 그처럼 허약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CEO들이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에 열의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김영환 KT 전무는 “가장 어려운 일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이고 인문학은 사람에 대한 공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재 교수는 “AFP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인문학에 대한 갈증과 수요가 얼마나 큰지 확인했다”며 “이 과정을 거쳐간 이들이 한국 인문학의 후원자로 자리잡아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