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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재산은 사회가 준 것, 남을 위해 쓰는게 당연하죠

2008.07.04.

장석규 동문
내 재산은 사회가 준 것,

남을 위해 쓰는게 당연하죠


"장남은 소뇌위축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1급 장애인입니다.


저는 장남에게

거액을 상속하는 대신

난치병 환자들을 돕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0억을

서울대병원에

기부하였습니다."



서울대에 120억원을 기부한 노(老) 기부왕
신양 정석규 동문(공대 화공과 52년 졸)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한 고급 아파트브랜드의 광고문구다. 광고문구대로라면 115㎡(35평형)넓이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노부부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삶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20년 남짓 기간 동안 290억 원 이상을 기부하며 살아온 老기부왕의 진정한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80)은 모교인 서울대에만 120억 이상을 기부했다. 서울대 발전기금 명예의 전당에서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 SK, LG 등 유수의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개인기부자였다.

최근 100억 원 상당의 역삼동 소재 빌딩을 기부한 개인사업자 이용희 회장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면서 그의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정 이사장은 후두암 수술로 인해 정상적으로 말을 하기가 힘들다. 사무실에서도 직원들과 주로 글을 통해 소통을 한다. 이 인터뷰 역시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Q 기부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으셨습니다. 처음에 기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나는 학창시절 학비조달에 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사회에 나가서 성공하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시작한 것이며 10년 전까지는 소액이었으나 지난 10년 동안은 고액의 기부를 하게 된 것이다.

Q 본격적인 기부에 나선 것은 1999년 하버드 대학을 방문하고 나서라고 들었습니다.
당시 하버드 대학의 기부금은 28조원에 달했다. 서울대는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특히 동문들의 기부로 건립된 수십 개의 도서관이 인상적이었다. 학문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선 도서관 건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고 서울대 인문대에 신양학술정보관을 세웠다. 지금도 학술정보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Q 회사를 직접 세우고 30년 이상 경영하셨지만 자식들에게 승계하지 않았습니다. 기업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는 신념을 갖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고무산업계에서 타사 대표이사를 지낸 4년을 포함해 급료직장생활 16년간을 경유한 후에 태성고무(주)라는 중소기업을 설립했다. 34년 동안 경영하면서 1500만원이었던 회사의 자산규모를 150억원 대로 키웠다. 그리고 이 회사를 M&A를 통해 전문경영인에게 양도했다. 이런 방식으로 경영권을 양도하는 것이 기업발전의 합리적인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개인의 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의 생활터전을 만들고 국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Q 1998년에 신양문화재단을 세우실 때 태성고무의 출자 비중은 어느 정도였나요.
신양문화재단은 기본재산 5억원으로 설립했다. 태성고무도 출자를 하긴 했지만 소액이었고 출자금은 대부분 가족들의 개인출자에 의해 단계적으로 증액되어 왔다. 작년 말에 아들 명의의 부동산 95억원을 기부하여 기본재산 153억원의 중견재단으로 성장했다. 현재 본 재단의 재정적 지원을 하는 법인기업체는 없다. 순수 개인 투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신양 정석규 동문의 기부금으로 세운 신양인문학술정보관 자료실, 멀티미디어실, 세미나룸 등을 갖춘 신개념 도서관으로 올해 4월 개관한 이래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Q 평소에도 굉장히 검소하신 것으로 유명합니다. 기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고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도 검소한 생활에 기인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기업차원에서 말하자면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무부품들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성장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검소한 생활과 장기성 저축을 해온 것이 효과적이었다. 아직 쓸 수 있는 것을 낭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20년 된 양복이 좀 무겁긴 하지만 여전히 쓸 만하다. 집도 35평짜리 오피스텔이고, 여전히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Q 기부금의 액수도 중요하지만 실제의 용도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 주로 후학들을 위한 장학금 명목으로 쓰시는 것 같습니다. 다른 방편으로 쓸 생각은 없으신지요.
내 기부의 최종 목적은 우리나라를 선진복지국가로 발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고급인력의 양성에 있다. 일단은 여기에 주력할 생각이다. 혼자의 힘으로 여러 분야에 다각도로 봉사사업을 진행하기는 힘들다. 다른 분야라면 1972년 이후부터 국제로타리 봉사단체의 회원으로서 영등포지역의 노인복지 후생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정도다.

Q 최근에는 기업 차원의 기부 활동도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형식적이라 할지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서 기부문화를 더 확산시키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의 기부에 대한 인식구조가 달라져야한다.
기부행위에 대해서 혜택을 주는 세법의 개정, 까다로운 공익법인 감독청의 규제완화, 언론기관의 홍보, 학교기관의 기부입학제도 재정 등 다양한 각도에서 시정 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자신의 기부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실행을 위한 과감한 용기다.

Q 2005년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선정된 후에는 “자식에게 거액을 상속하는 건 독약을 주는 것과 같다”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장남은 소뇌위축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1급 장애인이다. 나는 장남에게 거액을 상속하는 대신 우리 가족보다 더 어려운 난치병 환자들의 치료를 돕는 데 돈이 쓰이는 것이 보다 의미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0억원을 서울대병원에 기부했다.

Q 기부의 즐거움에 대해 후배 경영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남에게서 받는 것 보다 남에게 주는 것을 더 즐겁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기부를 하지 못한다. 기부라는 것은 일시적으로 돈을 소비해버리는 것이 아니다. 기부는 미래에 대한 가치 있는 투자이며 아름다운 유산을 후세에 남기는 것이다.

Q 20년 넘게 꾸준히 기부를 하실 수 있었던 이사장님의 기부 철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내가 사회에서 얻은 재물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얻은 것이니 다른 사람을 위하여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라고 생각한다.
많은 재산을 자손에게 상속시켜 후손들이 불로소득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며 재산을 소진시키는 것보다는 재산을 유익한 공익사업에 투자하여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해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선진복지 국가로 발전하여 모두 다 같이 잘사는 나라로 발전하기를 원한다.

Q 앞으로의 기부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앞으로도 기부는 계속될 것이다. 당면 과제는 서울대학교 내의 신양학술정보관 제3호관을 건립하는 것이며 학교 측과 협의 중에 있다. 고무산업 관련 서적의 발간, 우수한 기술인들에 대한 시상제도의 제정 등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서울대, 기부자 만족형 프로그램 가동, "어디에, 얼마 써라”…맞춤형 기부

존경받는 부자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기부의 대명사 가수 김장훈이 고 이병철 회장보다 더 존경받는 부자로 꼽혔다. 김장훈보다 아래 순위에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몽준 의원의 이름도 보인다. 얼마나 모았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얼마 전 서울대 발전기금에 100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개인사업을 하는 이용희 회장이 그 주인공. 이번 기부는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도 화제가 됐지만 서울대 발전기금이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기부자 만족형 프로그램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국내의 경우 기부자 본인도 자신이 기부한 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펀드매니저 개념의 전문담당자가 기부자와 1:1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부자는 이런 형식을 통해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

서울대에 기부를 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도 특정 단과대의 대학원생들에게만 장학금을 전달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일반 장학금이 아닌 해외연수장학금으로만 써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기부자들의 이러한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서울대는 금융전문가들을 신규 채용하는 등 발전기금의 인력을 2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사업분야도 모금총괄, 기획, 출연, 자산운용·집행 등으로 세분화 했다.

이번 이용희 회장의 경우는 전액을 장학금으로 쓸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 발전기금 측은 이 회장에게 장학금 사용 명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이 회장은 명예 발전위원으로 위촉돼 발전기금의 활동을 감독할 수 있다. 맞춤형 프로그램은 기부자 사후에도 체계적으로 관리가 된다. 또한 이 회장과 같은 고액 기부자에게는 서울대병원 평생 의료서비스, 호암교수회관, 포스코스포츠센터 등 학내시설물 무료 이용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서울대 발전기금의 김성윤 실장은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각 단과 대학과 기관들로부터 기부금이 필요한 항목을 조사해 상위 항목 5개, 세부항목 22개를 확정한 상태다. 기부자들은 이 목록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한편 서울대는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등 동문 세 명을 공동 기부금 유치위원장으로 위촉하고 국내외 인사 30명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신양 정석규 이사장 Profile|1952년에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태성고무화학을 창업해 1998년까지 경영하다가 전문경영인에게 양도했다. 1998년 신양문화재단을 세우고 2001년부터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2005년 제15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을 수상했다.

2008. 7. 4
서울대 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