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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무예인 박금수 동문

2008.09.17.

박금수 동문(전기공학부 93, 체육교육과 박사수료)

사극에서 진법(陣法)이나 작전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조선군의 모습에 실망한 적이 있을 것이다. 등장하는 무기라고는 언제나 흔히 삼지창이라고 불리는 '당파(鐺鈀)'에 칼과 활이 전부… 그러나 실제 우리의 전통무예는 다양한 병장기(兵仗器)를 활용했으며, 군대는 정교한 진법에 따라 운용되었다. 조선 후기 군대의 정식 무예였던 십팔기(十八技)를 바로 알리고자 연구 활동과 수련을 병행하고 있는 박금수 동문을 만나보았다.

전기공학도로서의 삶과 무예인으로서의 삶
박동문은 어린 시절부터 무예를 좋아해서 태권도에 푹 빠져 살았고, 지금도 무예수련을 하고 나면 모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타고난 무골(武骨)이다. 대학 입학 후 새로운 무예를 배워보려던 차에 그는 학생회관에서 길을 잃었다가 우연히 전통무예연구회를 발견했다.

전통무예연구회에서 활동하면서 십팔기의 매력에 빠져든 그는 어느덧 전공인 전기공학보다 무예에 더 깊은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안정된 엔지니어로서의 삶과 무예에 대한 열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함께 십팔기를 수련하던 물리학도 출신의 체육교육과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고, 결국 체육교육과에서 전통무예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전통무예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던 시절 그것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그는 "10년 뒤에나 인정받겠지"라는 낙천적인 생각으로 임했고, 작년에 '조선 후기 공식무예의 명칭 십팔기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이 한국체육학회지에 실리면서 화제가 되었다. 무예수련과 학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십팔기를 알려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번 관심을 가지면 앞뒤 생각하지 않고 몰두하는 성격이라는 그는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조대왕과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십팔기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조선조 제22대 왕인 정조(正祖)에 대한 '붐'이 일어나면서 부터다. 작년 KBS '한국사 전(傳)'은 무인(武人)으로서의 정조를 조명한 바 있다. 그가 친히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 집대성되어 있는 무예가 십팔기이다. 이러한 '붐'에 박동문의 논문이 촉매가 되어 십팔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수준은 더욱 높아졌다. 올해에는 EBS 다큐프라임에서 '영상 무예도보통지'를 방영하기도 하였다.

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 활동과 후진 양성의 어려움
십팔기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은 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의 역할이 컸다. 십팔기보존회는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십팔기를 보존해온 해범 김광석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전통무예인 십팔기의 전승·보존에 힘을 쏟고 있는 단체이다. 그는 이 단체에서 현재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또한 국방부 전통의장대 지도사범과 안양대학교 강사로 십팔기를 국군 장병과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액션스쿨의 무술감독들과 함께 사극의 무술장면에서 중국무술과 일본무술의 색채를 지우고 전통무예의 요소를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가 최근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후진양성이다. 전통무예에 대한 관심은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십팔기가 다양한 병장기(兵仗器)를 다룬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다가서기에는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십팔기를 보급형으로 다듬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십팔기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 계통이 명확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동문의 노력에 힘입어 한국의 액션사극이 중국의 쿵푸영화, 일본의 사무라이영화처럼 전 세계를 풍미할 날을 기대해 본다.

2008. 9. 17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박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