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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와 '대학의 경쟁력' 논하다

2008.10.16.

이장무 서울大 총장·리처드 레빈 美 예일大 총장 대담, '대학의 경쟁력'을 논하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우리는 노벨상 수상자 등 뛰어난 외국인 학자들을 서울대로 불러들여 촉망 받는 젊은 한국인 학자들과 학생들을 교육시켜 세계적인 인재로 키우려 한다), 리차드 레빈 예일대 총장(서울대가 집중해야 할 점은 우수한 석학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수들 연봉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서울대의 이장무 총장(63)과 미국 예일대의 리처드 레빈(Richard C. Levin·61) 총장이 14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만나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50분간 대담을 나눴다. 두 총장은 "세계적인 명문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석학을 고용하는 게 최우선 과제" "교수들의 경쟁력과 교육 프로그램 강화가 대학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인 예일대는 영국의 '더 타임스(The Times)'의 '2008년 세계대학평가'에서 하버드대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서울대는 50위였다. 두 총장은 대담을 갖기에 앞서 두 대학이 동아시아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아시아학 공동연구 추진에 관한 협정문'에 서명했다.

"세계적 명문대(大)로 도약하려면 우수한 석학 모시는 게 최우선"

서울대의 이장무 총장(63)과 미국 예일대의 리처드 레빈(Richard C. Levin·61) 총장이 14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만나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50분간 대담을 나눴다. 두 총장은 "세계적인 명문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석학을 고용하는 게 최우선 과제" "교수들의 경쟁력과 교육 프로그램 강화가 대학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인 예일대는 영국의 '더 타임스(The Times)'의 '2008년 세계대학평가'에서 하버드대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서울대는 50위였다. 두 총장은 대담을 갖기에 앞서 두 대학이 동아시아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아시아학 공동연구 추진에 관한 협정문'에 서명했다.

명문대로 가는 길

▲이장무 총장=서울대는 SCI(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 수 기준으로 2007년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24위를 차지했고, '더 타임스(The Times)'의 올해 세계대학평가에서는 50위를 기록했다.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아직 세계적 명문대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있다.

▲레빈 총장=그런 평가 순위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세계대학평가에서 100위권 가운데 중위권에 오른 대학의 총장이라면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순위를 올릴 수 있는 묘안을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교수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데 힘쓰겠다. 이것 없이는 대학순위 상승은 의미가 없다.

▲이장무=나도 그 점에 공감하고 있다. 이제 서울대는 대학평가순위라는 양적인 성장을 어느 정도 이뤘으니 학문의 질적인 수준을 높일 때가 됐다고 본다.

▲레빈=서울대가 집중해야 할 점은 우수한 석학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수들 연봉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교수들을 채용하고, 다시 그 교수를 통해 우수한 학생들이 배출되면서 결국 학교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장무=우리는 노벨상 수상자 등 뛰어난 외국인 학자들을 서울대로 불러들여 촉망 받는 젊은 한국인 학자들과 학생들을 교육시켜 세계적인 인재로 키우려 한다. 그러나 서울대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교수의 연봉이나 처우 면에서 제한을 받는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에 비해서는 재정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레빈=그렇지만 아시아에서 싱가포르국립대는 국립대이면서도 지난 10년 사이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루었다. 싱가포르국립대는 교수 연봉과 기자재, 캠퍼스 시설 등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한국 정부도 서울대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장무=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재정이 탄탄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예일대의 경쟁력이 높은 비결 중 하나도 대학 재정이 아주 건실하다는 것이다.

▲레빈=예일대 재정의 비결은 발전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탁월한 펀드모금 전문가와 펀드 매니저를 채용한 데 있다. 예일대는 20년 전부터 전문적인 펀드 매니지먼트 회사를 통해서 자금 모금을 했다. 또 예일대는 동문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학문과 대학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면서 대학에 기부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장무=미국 대학에 대한 기부금의 90% 이상이 개인 기부금인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아서 아직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작년에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관계자를 만나서 서울대의 재정문제를 논의했다. 그들은 세계적인 유명 대학의 예산은 20억 달러(2조4000억 원)가 넘고, 대학에 들어오는 투자자금도 최소한 10억 달러(1조2000억 원)는 된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서울대의 한 해 예산은 1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대학의 기금은 2억5000만 달러(3000억 원) 수준이다.

학생 선발 어떻게 해야 하나

▲이장무=서울대는 매년 930개 고등학교의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을 배려하는 입학정책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정치인은 여전히 서울대 입학생 중에 과학고 등 특목고 출신이 많다고 비판한다. 서울대는 다양한 계층의 입학생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우수한 학생 유치도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에 말해왔다. 소외계층 배려와 우수학생 확보는 서울대 입학정책에서 놓칠 수 없는 두 가지 목표다.

▲레빈=미국 대학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예일대는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이 입학해 서로 어울리고 같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경험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

▲이장무=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교수들이 일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동일한 학과 내에서 일부 학생들은 매우 우수한데 일부 학생은 아주 기본적인 부분조차 이해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다.

▲레빈=1970년대 미국 대학에서도 계층 간 심각한 학력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백인 또는 사립고등학교 출신 학생들과 취약계층 출신 학생들의 실력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 늘려왔기 때문이다.

▲이장무=서울대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레빈=입학 후 학사 행정도 매우 중요하다. 예일대 등 미국 대학들은 1학년 때는 전공이나 소속 단과대학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2학년 때부터 전공 단과대가 정해진다. 단과대에서는 수업의 규모를 작게 만들어 교수와 학생들 간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수업 규모가 작으면 교수와 학생의 개인적인 접촉, 개인적인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학부 시절의 이런 경험이 쌓여 교수와 학생 간 상호관계가 깊어지는 것이다.

▲이장무=서울대도 지도교수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통해 교수와 학생 간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장무=요즘 '글로벌 대학'은 전세계 대학의 화두다. 서울대도 두바이에 분교 설립을 고려한 적이 있다. 예일대의 글로벌 대학 전략은 어떤가.

▲레빈=우리는 런던에 1개의 예일 사무소를 유지하고 있다. 예일대 학부 학생들이 학기 중에 영국 대학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아시아 국가의 대학들과 강력한 협력 체제를 만들고 있다. 도쿄대학에 공동연구소를 세웠고, 중국의 몇몇 대학 안에 예일대의 연구소나 실험실을 세웠다. 예일대 교수가 이런 아시아 대학의 캠퍼스로 가서 그곳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 분교를 설립할 계획은 없다.

▲이장무=대학이 상아탑에만 머물 수 없고 지역경제나 환경문제 등 사회적인 현안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뉴헤이븐 지역을 번영시킨 예일대가 이런 측면에서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레빈=예일대 캠퍼스는 뉴헤이븐시 면적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예일대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예일대는 투자를 통하여 캠퍼스 주변의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켰다. 그 이후 레스토랑과 여러 문화 공간들이 캠퍼스 주변에 즐비해졌고, 이로 인해 뉴헤이븐은 매우 매력적인 만남의 명소가 됐다.

▲이장무=서울대도 캠퍼스 주변의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 얼마 전 서울시장을 만났는데 서울대가 지역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현재 서울대 학생들은 지역 사회의 가난한 학생들에게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대학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장무(63) 서울대 총장
1945년생.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76년부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을 거쳐 2006년 제24대 서울대 총장에 취임했다.

리처드 레빈(Richard C. Levin·61) 예일대 총장
1947년생. 미국에서 태어나 스탠퍼드 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과 역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4년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 해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예일대 경제학부장과 문리대학원장을 거쳐 1993년 22대 총장으로 취임해 15년째 재임하고 있다.

2008. 10. 16. <조선일보>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