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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와서 보니 다르네?

2008.04.03.

서울대생, 와서 보니 다르네?

똑똑한데 외모는 좀 빠지고, 능력은 있지만 성격은 별로… 21세기도 한참 전에 시작되었고,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시대이지만 서울대생의 이미지는 61년째 변화가 없다. 과연 서울대학교에는 뿔테 안경의 붙임성 없는 공부벌레들만 모여 사는가? 서울대의 안과 밖을 모두 경험한 다섯 명이 보고 듣고 느낀 ‘서울대생’에 관해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대담자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정한(외교학과 석사과정 수료) 민중의 지팡이로 근무하면서 중국정치를 공부 중인 주경야독 경찰관이다.
    강미노(정치학과 박사과정 수료) 독일 훔볼트대학 졸업 후 한국정치를 공부하러 유학 왔다
    최유선(경영대 교환학생) 전남대에서 1년 계획으로 서울대를 찾아 녹두에서 자취하면서 절반은 서울대생이 되었다.
    은아(경영대 교류학생) 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으로 매주 목요일 “특수경영론”을 경영대에서 수강 중이다.
    송현재(전기공학부 석사과정) KAIST 졸업 후 서울대로 진학, 고지 적응이 막 끝난 상태이다.

○ 서울대, 이제는 외모도 좀 된다?
최유선(이하 ):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사실 서울대 여학생에 대해 기대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세련되고, 스타일 좋은 여학생들이 꽤 많더군요. 제가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요. (웃음)
은아(이하 ): 같은 여자로서 은근히 질투를 느낄 때도 있어요. ‘공부도 잘 할 텐데, 외모까지 되네…’ 싶어서요. 물론 전공이나 개인 차이는 있지만, 그건 여학생들만 있는 이화여대도 마찬가지니까요.
송현재(이하 ): 제발 그런 분들 좀 공대 쪽으로 올라와달라고 해 주세요. 저는 통 볼 수가 없어요! (일동의 공감+동정)
이정한(이하 ): 캠퍼스 분위기 자체가 화사하잖아요. 제가 워낙 특수 대학을 나오기는 했지만… 역시 세상은 음양이 균형을 이루어야 해요.
강미노(이하 ): 1994년에 처음 한국에 왔는데 대학생들이 다들 파티복을 입고 다니더군요. 거기가 신촌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정말 패셔너블 했어요. 어쩌다 서울대에 오면, 꼭 독일에 온 느낌이었지요. 좋게 말하면 수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컨트리 스타일이고… (웃음)
: 요새는 얼굴보다는 스타일이 대세잖아요? 듣기와는 다르게 간지남들이 눈에 많이 띄더군요. 물론 대부분 옆에 그에 버금가는 여친들이 있었지만... T.T
: 서울대도 국립대니까 경찰대처럼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지만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많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옷차림이나 소지품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부티에 귀티까지 나는 경우도 많고요.
: 사실 멋에는 겉멋, 속멋, 제멋이 있잖아요? (일동의 감탄을 받으며) 서울대생들이 예전에 겉멋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지만, 요즈음은 그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점점 제멋을 부리고 있죠.
: 양극화 시대라잖아요? 공부, 재력, 외모, 성격을 다 가진 학생들이 많은 것 같기는 해요.

○ 自古로 공부는 혼자 하는 것!
: 그래서 그런지 각자 알아서 갈 길을 잘 찾아가는 듯해요. 제가 졸업한 KAIST는 다들 학부 졸업하고 대학원, 그 다음에는 유학… 진로가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기업에서 리쿠르팅도 오고, 학생들도 많이 참석해서 신선했어요. 선: 한 명씩 겪어보면 참 대단한 친구들이 많아요. 머리도 좋은데, 부지런하기까지 해요. 그런데 팀워크에서는 아쉬울 때가 있는데, 자기 확신이 강해서 그런지 한 가지 결정하는데도 오래 걸리더군요.
: 교내 식당에서 각자 식권을 사는 게 처음에는 영 어색했어요. 선배들이 사거나 적당히 돌아가면서 내는데 익숙했으니까요. (약간 흥분해서) 서너 명 가봐야 만원도 안 되잖아요?
: 선배들한테 점점 개인화 되어간다고 잔소리를 듣는 건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학교 차이보다는 세대 차이가 아닐까요? (웃음)
: 독일에 비하면 여기는 정말 공동의식이 강해요. 처음엔 일주일에 두세번씩 연구실 사람들끼리 술 마시러 가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것도 거의 삼겹살+소주+노래방 그리고 2차…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또 30명 정도의 대학원 사람들이 서로 연애를 하는지, 논문은 무엇을 준비하는지까지 다 알잖아요? 독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 사실 너무 친한 것도 안 좋기는 해요. 잘못하면 아주 원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 지나친 겸손은 오만
: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서울대생들은 학교 밖에서 만나면 서울대 다닌다는 말을 안 해요. 물어봐도 빙빙 돌리고, 꼭 집어서 ‘어느 학교냐?’고 해야 겨우 대답을 하죠. 처음에는 잘난 척 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니까요.
: 맞아요. 캠퍼스에서도 서울대 로고가 들어간 가방이나 물건을 쓰는 학생은 거의 볼 수가 없어요.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것일까요?
: 디자인 탓이 아닐까요? 솔직히 다른 학교에 비하면 아니던데… (웃음)
: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이 그 사람을 규정하는 측면이 있잖아요? 선뜻 서울대라고 대답하면 상대편이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라고들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고요.
: 서울대학생이면 엘리트잖아요? 엘리트는 고급 지식을 가진 사람인데,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요. 어떻게 얻었고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겠지요.
: 경찰대 졸업생으로서 서울대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사회적인 기대와 요구를 회피만 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인정하고, 수행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 보다 인간적인 서울대생을 기대하며
: (작심한 표정으로) 사실 서울대생 연애 상대로서는 별로에요. (약간 멈칫하며) 미팅에도 준비 없이 나오고, 여자친구도 잘 챙기지 않는다고 선배나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능력도 좋지만 사람 사이에서는 성격이 중요한데 말예요.
: 고시 말고 다양한 진로들을 모색했으면 해요. 뛰어난 학생들이 다들 공무원만 하겠다니까 안타까워요. 얼마든지 다른 분야에서도 활약할 수 있잖아요?
: 공부하는 양으로는 서울대보다 KAIST가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개인 역량을 믿기 때문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아주 가끔씩은 안주하는 친구들도 보이거든요.
: 현직 경찰관 입장에서는 이륜차 탈 때 헬맷 좀 썼으면 좋겠어요. (일동 파 안 대 소) 서울대 학생, 학교 모두 마음에 드는데 그건 정말 아니에요. 머리로 먹고 살 텐데 아끼고 보호해야죠.
: 횡단보도에서도 조심해야 해요. 차나 사람이나… 다들 너무 바빠요. 조금씩 여유를 가졌으면 해요.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이재준 
<서울대사람들> 12호 게재 (2007. 12. 1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