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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합시다

주종남 교수님의 '창의공학설계'

2008.04.03.

주종남 교수님의 창의공학설계

미션, 2분30초 동안 죄수를 최대한 많이 탈출시킬 것!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에는 힘들기로 유명한 3개의 전공필수과목이 있다. 세 강의 모두 조를 짜서 한 학기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목인데 기계제도, 창의공학설계, 설계제조 및 실습 과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7년 2학기에 나는 창의공학설계 과목을 수강했다. 주종남 교수님이 담당하시는 이 과목은 대체로 이론으로 진행되는 다른 과목과 달리, 학생들이 직접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알루미늄에 드릴로 구멍을 뚫으며 로봇을 만드는 등 실기가 거의 100% 비중을 차지한다. 한 학기 동안 180여명의 학생들은 5명씩 조를 이뤄 링키지 프로젝트와 메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링키지 프로젝트에서는 메인 프로젝트에 대한 워밍업으로 하나의 링크를 돌리면 다른 링크들까지 같이 움직여 어떤 동작을 하는 모형을 만들었다. 우리 조는 절하는 여인과 주먹을 주고받는 복싱 선수 팔을 만들어 제출하였다. 제출을 하고 나서 각 조의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개구리의 점프, 슈렉의 피오나 공주가 변신하는 모습, 영화 300의 전투, 낚시하는 사람 등 기발하고 재미난 작품들이 많아 구경하는 즐거움도 컸다.

메인 프로젝트는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경기에 사용할 수동 로봇과 자동 로봇을 만드는 과제였다. 모든 과정은 39동 지하 2층의 창의공학설계 실습실에서 이루어지고 실습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주말에 작업을 할 수 없어서 학기 내내 항상 수업을 듣고 실습실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한 달가량의 작업 끝에 메인 프로젝트 예선이 찾아왔다. 모든 조가 돌아가면서 한 번씩 경기를 하면 교수님께서 채점하는 방식이다.

경기는 매 학기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데, 딱딱한 주제가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트렌드를 재치있게 반영해서 정한다. 그동안 월드컵, 라이언 일병 구하기, 한일 어업협정을 반영한 물고기 구하기 등을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이번 학기에는 미국드라마 ‘Prison Break’의 인기를 반영해 경기 주제를 ‘Prison Break’로 정했고, 2분 30초 내에 로봇이 죄수에 해당하는 원기둥 블록을 최대한 많이 구출하는 것이 경기의 목표였다.

예선 성적을 바탕으로 1주일 후 본선에서는 총 36개의 조 중 32개의 팀이 32강전을 펼쳤다. 성적이 결정되는 본선 경기인데도,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분위기가 달아올라 마치 월드컵경기를 보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함성과 응원이 터져 나왔다. 친구들도 힘들었지만 보람있고 흥미로웠던 수업이라고 평가했다.

로봇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미리 알아둬야 할 점이라면 재수강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재료비가 상당히 들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재수강이 불가한 만큼 학점은 배려해서 주신다. 성적은 경기 성적과 조원 평가, 링키지 프로젝트 보고서, 메인 프로젝트 보고서 등으로 매겨진다. 또 전공필수과목이지만, 입소문이 난데다가 실습 위주의 강의라서 로봇에 관심있는 농생대 학생들이나 공대의 타과 학생들의 수강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 과목의 가장 큰 매력은 본선에서 1등한 조에게 다음해나 그 해 여름에 외국에서 열리는 친선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번에 우승한 조는 2008년 여름을 브라질에서 보내게 됐다.

2008. 2. 20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