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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Advanced Designer, 김영선 동문(응용미술 82학번)

2008.04.03.

GM Advanced Designer, 김영선 동문

“아름다움과 쓰임새의 조화, 산업 디자이너에게는 당연한 상식입니다. 이미 체화(體化)된 문구였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군요.” 김영선 동문(응용미술학과 82학번, GM Advanced Designer)은 독일 보덤(Bodum)의 ‘Give up Bad Design for Good'이라는 문구를 이렇게 논평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휴대용 컵을 내밀며 던진 도발적인 우문(愚問)에 대한 점잖지만 날카로운 현답(賢答)이었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로서의 자신감과 인생 선배로서의 배려가 배어 있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물론 차에 관심 있는 대중에게 그는 낯익은 인물이다. 기아자동차의 히트작 ‘쏘렌토’를 디자인했고, GM에 스카우트된 후 차세대 주력 사업인 수소 자동차 ‘시퀄’의 디자인을 맡았으며, 올해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역시 전기 자동차인 ‘볼트’로 디자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4월에 열린 서울 모터쇼에서 GM의 야심작인 신형 ‘캐딜락’의 소개도 그의 몫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김동문은 ‘준비된 자동차 디자이너’였을까?

“대학에 진학하면서 미술을 전공하려고 했지만, 집안의 반대 때문에 찾은 타협점이 산업 디자인이었습니다. 생산적인 미술을 하고 싶었고, ‘자동차 디자인이야 말로 가장 어려운 디자인’이라는 선배의 말이 자극제가 되었지요. 1980년대 말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과도기로서 잠재력도 있고,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많으리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그는 IMF 외환위기 때 유학 차 도미(渡美)했다가 GM에 자리를 잡았고, 상해 출장길에 차세대 자동차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상해에서는 너무나도 심각한 자동차 매연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다고 김영선 동문은 회고한다. 이후 미래 동력 자동차의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모두가 탈권위적인 미국 특유의 기업 문화 덕분이었다.

“저는 팀장이라는 제 자리를 한국의 중고등학교 반장에 비유합니다. 많이 듣고, 서로의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절대로 이끈다거나 하향식으로 명령을 하려고 해서는 곤란하지요. 앞으로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려는 분들은 잊지 마셔야 할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서 서울대학교의 위상은 어떠한가? 그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워낙 우수한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으므로 세계적인 입지를 굳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출신들은 일찌감치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세계적인 엔지니어로서 손꼽혀 왔다.”고 강조했다. GM 내에서도 한해 서너 차례씩 모교 동문들끼리 골프 모임을 갖는 등 친목을 돈독히 하고 있다고 했다.

“훌륭한 디자이너는 선천적인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이 결합되어야 가능합니다. 제 아들이 지금 10살인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 방면에 소질이 있는지는…(웃음) 하지만 언제라도 재능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밀어줄 생각입니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간결한 답변만을 이어가던 김동문도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호흡이 약간 길어졌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그 역시 남편이고, 아버지였던 것이다.

바쁜 시간을 내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치레에 다시 한 번 여운이 깊은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대 사람들>은 이번 한국 방문 일정 중에서 제일 중요하고 소중한 인터뷰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대학 시절을,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으니까요.(웃음)”

서울대학교 홍보부
에디터 김어진
<서울대사람들> 10호 게재 (2007. 6. 1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