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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현장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KBS 보도본부 용태영 동문 (사법학 89년 졸)

2008.04.03.

급변하는 현장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KBS 보도본부 용태영 기자

“별로 큰일도 아닌데 다들 너무 관심을 가져 주셔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자라면 누구든지 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중동이라는 위험 지역에서는요.”

용태영 동문(사법학과 89년 졸업)은 기자 같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말하는 입, 계속해서 탐지하는 눈, 그 너머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는 머리… 기자라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무언가를 그에게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온순하고 수더분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느낌이었다. 2006년 3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특파원으로 근무 중 무장 단체에게 납치되었다가 귀환한, 한국 언론사상 전무후무한 스토리의 주인공은 너무나도 담담하게 당시를 회상했다. ‘이틀 동안의 억류’라는 질문을 ‘정확히는 30시간’이라고 정정해 줄 만큼.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자라는 이미지에 끼워맞추기 위해 이어진 물음에도 용동문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KBS기자협회장 역임은 마땅히 할 사람이 없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미디어 포커스』의 팀장이 된 것도 회사의 발령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신념에 불타거나 야심에 찬 기자가 아니라 새로 들어온 디지털 편집기를 익히고, 카메라를 들고 촬영 기술을 배워가는 게 재미있는 소박한 사람이었다. “기자는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고, 약점을 들추어내서 먹고 사는 안 좋은 직업”이라는 도발적인 질문 역시 “그렇기는 하지만, 종종 좋은 뉴스도 찾고 필요한 정보도 알리기도 해요”라며 잔잔한 미소로 받아넘겼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요. 담배 안 피고, 술 마시지 않아도 기자 잘 할 수 있습니다.” KBS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보도본부 금연운동사건에 차분하던 용태영 동문의 톤이 갑자기 높아졌다. 대학에 와서 흡연을 시작했지만 몸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끊었던 그는 입사 후 담배의 폐해에 관한 리포트를 한 후 사내 금연 캠페인에 나섰다고 했다. 이처럼 업무상 취재했던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필요성’, IMF 외환 위기의 ‘금모으기 운동’ 등은 기자 생활의 한 매듭인 동시에 보람으로 남아있다. 본인이 만든 수많은 1분20초짜리 리포트들은 세상을 향한 것이었지만, 스스로를 바꾸어 놓기도 했던 것이다.

학창 시절에 대해 묻자 용동문은 동기들 소개에 더 열심이었다.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나경원(한나라당 대변인) 동문 등은 대학 때부터 인기가 좋았다면서 인터뷰를 할 만한 사람들은 따로 있다며 몇몇 친구들의 연락처를 가르쳐 주었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82학번으로서 사법학과 학생회장을 맡았었지만 본인보다 더 열심히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이 많았고, 자신은 그저 제대 후 기자로 취직해서 꾸준히 일해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요즈음은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다매체 시대를 맞아 구조조정되지 않기 위해서 보다 깊이 있는 심층 시사 다큐 제작을 고민하면서 하루를 보낸다고 웃음지었다.

아이템 회의 때문에 일어서는 그에게 수북한 낙엽을 배경으로 버버리 코트 입은 모습은 안 어울린다고 했더니 지금 앉아 있는 팀장 데스크도 불편하다는 고백이 돌아왔다. 기자는 역시 현장에 있어야 한다면서 다음부터는 꼭 소개할 만한 인물을 찾아서 실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있을 곳과 만날 사람을 아는 용태영 동문, 그래서 그는 바로 기자일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학교 홍보부
에디터 김어진
<서울대사람들> 12호 게재 (2007. 12. 1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