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서울대사람들

춤꾼으로「타임」표지를 장식하는 날까지 - 김희석 동문(경영 96년 졸)

2008.04.03.

춤꾼으로 타임 표지를 장식하는 날까지

지난 4월 댄스갤러리 디큐브(DQube)를 열었을 때 신문과 여성지는 “공인회계사 출신 컨설턴트가 춤학원 원장이 되었다”는 다소 선정적인 카피를 뽑았다. 춤의 일상화ㆍ대중화를 목표로 시작한 만큼 언론이 주목해 준 건 고마운 일이지만, 개인사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해 아쉽기도 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춤을 좋아했고, 남보다 쉽게 배우는 편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까지도 춤을 배울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대학에서도 교양체육수업의 불룸댄스, 에어로빅, 현대무용 강의를 재수강까지 해야 할 정도였다. 대학원 입학 후 문을 연 포스코 스포츠센터의 스포츠댄스, 재즈댄스 강좌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졸업 후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재즈댄스를 배우러 다녔으니 말이다.

이렇게 15년 동안 갈고 닦은 춤이지만, 막상 제일 자신 있는 것은 막춤, 그것도 사람들이 느끼하고 여성적이라고 평하는 춤이다. 춤 선생님들은 내 동작에서 여성적인 터치 그것도 ‘섹시한’ 코드가 보인다고들 했다. 아마 대부분의 동학들이 사형(師兄)이 아니라 사매(師妹)였던 탓도 없진 않을 것이다.

몇 년 동안 얌전하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취미를 업으로 삼을 기회와 방법을 틈틈이 궁리하곤 했다. 다들 춤 하면 ‘거기’라고 딱 떠올릴 만한 기업을 만들고 싶었고, 점점 구체적으로 현실화해왔다. 춤 학원을 여는 한편 기업, 연계 기획사, 공공기관 등과 춤 관련 행사를 열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결국 일을 저질렀지만, 사실 하는 일은 경영 컨설턴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 초기라 기획이나 마케팅 성격의 업무가 많다. 학원을 차린 것도 댄서나 강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춤 사업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이다. 심리적 절정감을 느끼는데 춤만 한 게 없다고 믿고, 이러한 행복을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데 일조하고 싶을 뿐이다. 명함에 ‘Dance Ubiquity'라고 적은 것도 춤을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처음의 마음을 항상 되새기 위해서다.

혹시 이 꿈이 실현돼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회자된다면, 언젠가는 타임지의 표지 모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그건 나의 자아실현일 뿐 아니라 관광버스 안에서 ‘돌리고, 돌리고’를 읊조리는 수많은 어른들이, 뒷골목에서 헤드스핀을 하는 청소년들이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함께 외친다, “Are you ready, let's dance!"

서울대학교 홍보부
에디터 김어진
<서울대사람들> 12호 (2007. 12. 1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