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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인의 동문의식, 문제 있다?

2008.04.04.

서울대인의 동문의식, 문제 있다?

필요할 때 발휘되는 은은한 자부심

서울대학교 출신들의 동문의식이 약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때는 정치적인 이유로 대두된 ‘서울대 폐지론’과 맞물리면서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졸업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교에 대한 각종 지원과 기금 출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과연 서울대인은 뭉칠 수 없는 것일까? 사회 곳곳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졸업생들과 재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짧지만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김명자: 이렇게 밖에서 동문들을 만나니까 더욱 반갑습니다. 1999년에 장관이 되어서 처음 국회에서 답변을 하던 날이 생각나네요. 그때 수많은 동료 장관들과 의원들이 그저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살갑고 안심이 되었었는데…(웃음) 오늘 꼭 그런 느낌입니다.

홍국선: 저도 이렇게 선, 후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오랜만에 동문의식이 마구 솟아나는군요.(웃음) 조성준: 사실 평소에는 서울대인이라는 것을 자각할 일이 거의 없어요. 아직 미혼이라서 이따금 소개팅을 할 때나 느끼게 됩니다.(웃음) 저는 아닌데 상대방은 의식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아람: 저는 아직 학교에 있으니까 ‘서울대 동문’이라기보다는 ‘서울대 학생’이라는 의식이 강합니다. 상징적인 교문을 지날 때나 ‘우리 학교’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게 바로 ‘서울대’임을 새삼스레 느끼고는 해요.

드러나지 않는 or 드러낼 수 없는 동문의식

홍국선: 서울대인의 동문의식은 은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항상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에는 꼭 발휘가 되지요. 결코 없는 게 아닙니다.

조성준: 동창회나 동문회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서울대 졸업생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런 것을 표면적으로 나타내기는 부담스럽기 마련입니다.

김명자: 상대적으로 동문의식이 약해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워낙 출중한 사람들이 많다가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혼자서도 괜찮은데, 뭉치기까지 하면 주변의 반감을 살 수도 있지 않겠어요? 사실 ‘서울대 폐교론’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요.

이아람: 학과 특성상 공연 준비를 할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우리가 서울대라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것을 실감해요. 외부에서 보기에는 놀랄 만큼 일사분란하게 선배들의 계획에 따라서 후배들이 움직이거든요? 다들 각자 분야에서는 최고임을 자부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그만큼 스스로를 희생하고 양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김명자: 재학생들 입장에서는 졸업한 선배들이 발전기금을 많이 내서 건물도 세워주고, 장학금도 넉넉하게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어요.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서울대학교는 국립대학교이기 때문에 모금을 할 수 없었던 측면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 후배들은 훌륭하니까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가 없으리라는 믿음도 한 원인이겠지요.

홍국선: 사실 얼마 전까지 학교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 그렇지, 마음먹고 동문들한테 호소했다면 그 어느 사립대학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액수를 모았으리라 확신합니다. 다만 사회 일각에서 대학 재정 형편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제해 왔던 것이지요. 우리가 의도한 결과는 아닌데, 지난 수십년 동안 현실은 그래 왔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때에 적정한 액수라면 선뜻 내시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으세요, 김의원님?

김명자: 국회의원은 마음대로 돈을 못 내게 되어 있어서요… (웃음)

조성준: 재학생 시절에는 과연 졸업생 선배들이 모교와 모과에 얼마나 애정과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었습니다만, 사회에 나와서는 제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작년에 외교학과 50주년을 맞아 있었던 각종 행사와 기금 출연 사업에 많은 동문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게 많았어요.

홍국선: 얼마 전에 공대에서 동문들을 상대로 조사를 하나 했습니다. 새로 짓는 건물이 있는데, 일정 금액을 내놓으면 방 하나마다 기부자 이름을 붙여주겠다는 것이었지요. 응답자의 90% 이상이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동문들이 절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기회가 없을 뿐이라는 반증이지요. (웃음)

I.Q.에 버금가는 E.Q.를 기대하며

김명자: 하지만 우리 동창회나 동문들의 모임이 다양한 세대와 성별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지는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도 저와 이아람 예비 동문 사이에는 42년 차이가 나잖아요? 단순히 같은 서울대인이라는 이유로 극복하기에는 버거운 간극입니다. 사실 동문회에는 저보다 훨씬 대선배님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이들 모두가 참여하고 싶고, 관심을 가질 만한 의제(agenda)를 제시하는 동창회가 되어야 합니다.

홍국선: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사실 학교 내에서, 그 중에서 교수들끼리도 세대 차이는 존재합니다. 교수회의를 하려고 하면 중견 이상 교수들은 당연히 회의실에 모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젊은 교수들은 msn으로 하면 여러 가지로 효율적이라고 믿는 듯해요, 내심(內心)으로는… 저와 같은 중간 연차는 주로 눈치를 보는 편입니다만… (웃음) 서울대인들의 전체 모임이라면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되겠지요.

조성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외교부에서도 한동안 사무관급에서 여초현상이 나타나서 선임자와 간부들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셨지요. 하지만 곧 회식 메뉴를 삼겹살에서 파스타로 바꾸거나 뒷풀이를 독주가 아닌 와인으로 대체하면서 다들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당사자의 의지와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넘지 못할 벽은 아닌 듯해요.

이아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나 선배들과 지내다가 보면 매우 명석하고 합리적이시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조금 더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배려해 주셨으면 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마치 제가 밖에서 무슨 잘못을 했든 어머니만은 항상 제 편을 들어주시는 것처럼요. (웃음)

홍국선: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우리 학생들한테서 듣습니다. 너무 곧이곧대로 따지고, 감싸주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공대 쪽은 여전히 남학생이 많다가 보니까 그런 듯도 합니다만… (웃음)

김명자: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 그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요.

학교의 후광(後光)보다는 스스로 빛나는 존재

이아람: 결국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제가 인정을 받으면 곧 제 모교가 인정을 받는 것이니까요.

조성준: 모교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는 게 가장 기본적인 동문의식이리라 믿습니다. 이아람 예비 동문의 말처럼 언제, 어디에서든 제 몫을 하는 것이 그 출발이 되겠지요.

홍국선: 저는 최대한 동문의식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잖아요.(웃음) 드러내지는 않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제가 서울대인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김명자: 좋은 학교를 나왔고, 훌륭한 동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그만큼 조금은 겸손해질 필요가 있겠지요. 무과실 책임도 책임이잖아요? 우리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 역시 우리가 안고 가야할 몫이 분명합니다.

서울대학교 홍보부

<서울대사람들> 19호 게재 (2007. 6. 1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