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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실천적 지혜를 지구촌으로 넓힐 때-김기석 교수

2008.04.04.

지금은 실천적 지혜를 지구촌으로 넓힐 때

서울대인에 대한 고질적 상투 표현이 있다면 “머리는 좋으나 이기적이다” 일 것이다. “남보다 잘났으나 남 어려움을 모르고 의리 없고 또 단결도 못 한다”는 뉘앙스다. 타 대학에 비해 직장에서 동문끼리 잘 모이지 않고 또 학교발전기금 내는 일에 인색하다. 서울대인 속내를 직접 접하면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편견인지 곧 알아챈다.

` 학생처 일 볼 때 겪은 바, 대부분의 서울대인은 편견과는 매우 다르다. 공부에 열심인 만큼, 다양한 운동, 취미, 문화, 예술창작,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학교가 충분히 못 받쳐 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연전연패에도 불굴의 정신으로 출전하는 야구부는 순수 아마추어 정신의 보고이다. 어느 인문대 여학생은 복싱대회 나가 메달을 땄다. 춤, 국악, 재즈나 인디밴드, 오케스트라 등의 공연은 장소를 못 댈 정도였다. 선후배 대를 이은 장애인돕기는 오랜 역사, 광범위한 참가자, 엄격한 “군기”, 그리고 놀라운 실적이 있었다.

그간 대학기록을 관리하다 보니 개교 이래 60년 동안 전쟁이나 정변 등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서울대인은 4.19기념탑으로 추모하기에 태부족임을 알게 되었다. 하버드대처럼, 교정 중심에 웅장한 기념관((Memorial Hall)을 세웠다면 진실이 알려졌을 것이다. 최근 우리 학교 연구역량은 급성장하여 세계 상위권 위치에 우뚝 섰다. 세계 고등교육사에서도 유례 없는 대 사건이다. 불철주야 이루어진 교수-대학원생간의 쉴 날 없는 헌신과 절차탁마 덕이다. 궁벽한 상태에서 한 대학을 세계수준에 올려 놓는 일 자체도 나라에 대한 봉사이다. 노벨 수상 동문이 나오면 나라에 대한 최고 최대의 봉사일 것이다. 상당 수준의 재정과 시간 투자가 필요한 일이나, 때가 되면 가능할 것이다.

봉사 대상을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지구촌을 보듬어 안으려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최근 한 동문의 활약에서 그런 미래의 씨앗을 목격하였다. 국경없는의사(http://www.msf.org/) 정신을 본 받아, 올해 스승의 날에 창설한 국경없는 교육가(http://community.snu.ac.kr/blog/kskim.blog) 일로 아프리카 출장 중에 파리에서 만났다. 외교학과 설지인 동문은 01년 입학 첫 해 여름부터 시작하여 내내 해외봉사를 나갔다. (스무살, 희망의 세상을 만나다, 참조) 20대 젊은이가 세계 오지극지를 마다 않고 찾아가 지구촌의 고통을 보듬어 안은 것이다. 학생과 교수가 개인 자격으로 해외 봉사를 하고 있는 경우는 상당이 많고 또 오래되었다.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실천적 지혜(Phronesis)의 구체적 사례이다.

앞으로는 대학 차원에서도 세계 변방 어려운 나라 대학 발전을 도와 줄 때가 왔다. 우리 대학은 전란의 총체적 파괴에서 일어나 세계수준 대학으로 자기 갱신을 이룩한 대학이다. 이 갱신 경험에 대한 성찰에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 수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어려운 나라에서 좋은 대학을 만들려는 정부나 대학에 긴요한 지식이다. 60년대 우리는 교육원조를 “받는 대학”이었다. 금세기는 물적 지적 지원을 “베푸는 대학”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세계 최고수준 대학으로 자리 잡는 길이 있다. 개인과 학교 두 차원에서, 모두 인류 보편적 과제와 고통을 보듬어 안고 그 해결에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빈곤해방, 만민교육, 에이즈 퇴치 등과 같은 인류 보편 과제를 스스로 끌어 안고 어려운 나라를 도와 주는 것이다. 서울대인이 실천적 지혜 구현 대상을 어렵고 힘든 나라로 넓힐 때가 왔다.

<서울대사람들> 11호 게재 (2007. 9. 1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