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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가왈부(曰可曰否) “대학국어”

2008.04.04.

왈가왈부(曰可曰否) “대학국어”

“원하는 학과에 진입하기 위해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① 음주가무 ② 연애 ③ 과외 ④ 영어 점수 ⑤ 대학국어”
정답은 놀랍게도 ⑤ 대학국어!

실제로 발목을 잡힌 선배들은 물론, 간신히 선방했던 노병들도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자신 없으면 나중에 들어라!” 하지만 대학본부와 선생님들은 모름지기 대학국어는 1학년 때 들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전공 진입에 불이익을 준다고도 한다. 대체 대학국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설왕설래 하는 것일까?

사실상 6학점인 대학국어 수업!
박상빈: 대학국어 수업은 숙제와 조 모임만 기억이 나요. 자질구레한 과제도 많고, 조 모임 하면 꼭 무임승차자들이 있고… 고생스러웠어요. 1학년 때 듣지 말고 나중에 듣겠다는 동기들도 많았구요.
최슬민: 수업 내용은 좋았어요. 대학에서 써야 하는 여러 장르의 글 형식도 배울 수 있고… 하지만 부담이 너무 커요. 특히 한자 시험은 양도 많고, 90점은 받아야 평균이라는 소문도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학점을 상대평가로 주잖아요? 평점 0.1에 따라서 당락이 좌우 되는데, 대학국어 하나 B대를 받으면 거의 치명적입니다.
이종묵: 대학국어는 대학 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글쓰기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 글이니까요. 다만 학생에 따라서 작문 능력에 차이가 있고, 글쓰기 자체가 한 학기 동안 수업을 하나 더 듣는다고 해서 가시적으로 실력이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로서는 만족하지 못한 듯합니다.
장소원: 학점이 문제겠지요? 학점만 잘 받으면 과제가 좀 많아도 괜찮지 않겠어요? (웃음) 저도 대학국어 강의를 하지만, 같은 반에서 누구는 A를, 다른 사람은 C를 줘야 하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요즘 학생들은 다 열심히 하잖아요. 한 학기 동안 이런저런 과제물 다 내고, 시험도 열심히 공부해서 본 학생들인데… 속이 상할 때가 많아요.
서누리: 저희 때는 절대평가라서 그런 문제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성실하면 A대를 받고, 그렇지 못 하면 C가 늘어나고… 지금 학생들이 학점에 민감해서 더 이슈가 되는 듯해요.. 저도 지난 학기까지 핵심교양 수업 조교였는데, B대를 받으면 아예 재수강 할 수 있게 C대로 내려달라는 수강생들이 있더군요.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재수강해야 하면 고학년 때 들어라?
장소원: 대학국어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논리적인 글쓰기이고, 부가적으로는 표절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부분이 1학년 때 완비되어야 본인도 편하고, 다른 교양수업이나 전공수업에서 글쓰기 기초 교육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겠지요. 현재 대학국어는 필수적인 도구과목입니다.
최슬민: 대학국어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1학년 때에는 부담스럽다는 이야기입니다. 과제와 조 모임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데도 학점은 잘 해야 B대니까요. 이수 학점도 적고, 웬만큼 수업 듣는 요령도 생긴 3, 4학년 때 수강하면 학점도 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 대학국어 재수강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거든요.
서누리: 1학년 때 대학국어를 듣지 않은 학생들은 티가 날 때가 많아요. 제가 핵심교양 수업의 조교를 4학기 동안 맡았었는데, 각주를 다는 요령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대학국어 수업을 안 들은 수강생들은 정말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각주와 참고문헌을 적거든요. (웃음) 이공계 학생들 중에서는 서술해야 하는 답안을 그래프와 수식 몇 개로 풀어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학국어를 들었으면 뭔가 다르지 않았을까요?
박상빈: 오히려 아주 실질적인 글쓰기를 가르쳐 주시면 대학 생활 4년 동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1학년 1학기의 어떤 교양 수업에서 서평(書評)을 써 오라는데, 사실 독후감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때마침 그 다음 대학국어 시간에 서평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배웠고, 다행히 형식에 맞게 써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한 학기 동안 글쓰기의 기초부터 다양한 종류의 글까지 겉핥기로 지나가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종묵: 한 학기 동안 대학국어 수업 하나로 작문 실력의 획기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어불성설이지요. 솔직히 대학원생이나 심지어는 교수들 중에도 글을 잘 쓴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가능하면 일찌감치 글쓰기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지요.

S/U 학점제: 조삼모사(朝三暮四)
서누리: 정치학과로 진입한 몇몇 학생들은 S/U 학점제였다면 수강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전공 진입을 위한 평점에 영향이 없었다면 당연히 1학년 때 듣는다는 말이에요. 학생들도 대학국어의 1학년 수강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한다고 봅니다.
박상빈: 저도 들었습니다. 선배나 동기들 중에는 그때까지 수강을 미루는 경우도 있더군요.
이종묵: 계속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만, 생각보다 문제가 많아요. 다른 기초교양 과목은 놓아두고 대학국어만 S/U로 전환할 명분이 약하고,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불성실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마 내가 U(unsatisfied)를 받겠어?’라는 생각에 안일해진다는 것이지요. 또 대체 몇 %까지 S(satisfied)를 줄 지, 수강반 사이의 형평성은 어떻게 조정할지 등 다양한 난제가 있습니다. 전공진입 시의 학점 때문이면 4학기 이전에만 수강하게 하거나 전공진입 평가에는 합산하지 않는 방안 등이 보다 현실적이겠지요.
최슬민: 그래도 S/U 제도가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70%는 S, 30%는 U라는 식으로 정해 놓으면 되지 않을까요?
장소원: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상대평가가 되어서 71%로 U를 받은 학생은 억울하겠지요. (웃음) S/U로 평가할 때 더 무서운 것은 U를 받은 학생은 S를 받을 때까지 졸업을 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설령 C를 받아도 졸업은 할 수 있잖아요? 대학국어를 한번 U받은 학생은 S가 나올 때까지 재수강을 해야 하는데, 졸업해야 한다고 70% 안에 못 드는 수강생을 S를 줄 수도 없고…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학국어: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을…
최슬민: 정말 잘 쓴 글이 어떤 글인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맞춤법이나 형식을 주로 가르쳐 주시는데, 문장 사이의 논리적 관계나 문단끼리의 흐름 등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종묵: 한 학기에 70강좌를 개설ㆍ운영하다보니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학기 동안 한 번이라도 담당 강사가 1:1로 면담 첨삭을 했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렵지요. 차츰 멀티미디어실도 확보하고, 첨삭을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의 충원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상빈: 대학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실용적인 글쓰기를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근로장학생 지원할 때 필요한 자기소개서나 이력서, 기초교육원의 학생자율프로그램에 내야하는 제안서 등이 당장 급하니까요.
장소원: 다양한 실용문들, 예를 들면 기사, 영화 감상문을 쓰는 과정도 현재 개편 중인 대학국어 교과서에 들어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글쓰기 과제도 가능하면 수업 중에 소화하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해요.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수강생들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초교양이고, 국어라고 하니까 시간과 정성을 들이기를 주저하는 것은 아닐까요?
서누리: eTL의 적극적 활용도 대안이 될 듯합니다. 공통 커리큘럼이나 글쓰기 강의는 e-Class로 하고,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글쓰기 실습과 첨삭 피드백만을 하는 방식이지요. 시대와 학생들의 변화를 반영하는 대안이라고 믿습니다.

2008. 3. 3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이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