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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소나타 19번을 멋지게 연주할 날을 꿈꾸며 - 조수철 교수 (정신과학교실)

2008.07.14.

베토벤 소나타 19번을 멋지게 연주할 날을 꿈꾸며

문을 열자마자 베토벤 소나타가 울려퍼진다. 방으로 들어서니 베토벤의 데드 마스크와 함께 베토벤전집이 보이고 선반 여기저기 자그마한 베토벤 조각상과 흉상들이 여러개 주루룩 놓여있다. “연구실이 많이 정신없다”는 목소리에 번득 정신이 든다. 지금 서울대학병원 신경정신과 의사 방에 서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독일 비엔나로 학회를 갔다가 기념품점을 뒤져서 조금씩 사서 모은 흉상들이라며 소박하게 웃고 있는 이 방의 주인은 베토벤 마니아로 잘 알려진 조수철 교수이다. 조 교수는 국내 의학계에서 '소아정신' 분야를 개척하고 소아정신질환의 기준과 척도를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2004년에는 세계 소아 청소년 정신 의학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최우수 포스터 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소아 신경정신과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베토벤협회 학술이사이기도 하다. 또 2002년 ‘베토벤의 삶과 예술세계’라는 책을 출판했고 지난 1월에는 피아노 소나타, 교향곡, 후기 현악4중주곡 등을 분석한 이론서 ‘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까지 내놨다.

조 교수가 고전음악에 빠져든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음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팝송 가요 클래식 등을 가리지 않고 들었는데 점차 고전음악으로 수렴되더라고요.” 대학 시절에는 지금은 불타 없어져버린 서울시민회관을 열심히 들락거렸다고 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이라 인터미션 시간에 숨어들어가 공연을 보곤 했다.

이런 그이기에 흰 가운을 벗어던진 게 새삼스럽지 않은 걸까. 그는 의사의 흰 가운에 부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의사 가운을 입지 않는다. 진료할 때도 아이에 대한 선입견이나 개인적인 감정 표출, 작은 말 한마디 등이 행여 상처가 되지 않을까 언제나 조심스럽다고 한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그의 철학이 엿보인다.

“의학을 하는 사람은 최신 지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이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지혜를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음악에 대한 제 관심이 개인적인 것에서 그치지 않고, 치료자인 제 마음을 깨끗이 빚어주어 전문적인 지식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면 환아(患兒)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조 교수의 음악 사랑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의사 선생님’은 특이하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귀결인 듯하다.

이렇게 음악과 함께 한 생활이 벌써 40년, 요즘 그는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5년쯤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 그나마 제일 쉬운 19번을 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도 서툴지만 열심히 해볼 거라는 그의 얼굴이 듣고 쓰고 말하고를 넘어 베토벤을 직접 연주해보고 싶은 기대감으로 환히 빛난다.

2008. 7. 14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송첫눈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