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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활동에서 무임승차한 적 없나요?

2008.07.31.

Team Work without Teamwork

한 학기에 한두 개씩은 꼭 하게 되는 조별활동, 두 팔 걷어붙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무임승차자도 있게 마련이다. 조원이 5-6명은 되는데도 조별과제를 밤새가며 혼자서 해야 했던 경험이 있는지. 아니면 멀리서라도 같은 조 사람이 보이면 마주칠까 두근거리는 마음에 멀찌감치 돌아가며 무임승차 한 적은 없었는지. 과연 서울대 수업의 Team Work에는 Teamwork가 존재할까. 이 문제가 일생의 과제라는 교수님과,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조교, 그리고 조별활동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는 학부생 3명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았다.

Team Work에 대한 경험은?

이혜정 : 2001년부터 서울대서 강의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거의 모든 과목에 조별과제를 부과합니다. 물론 혼자 할 수 없는 수준의 과제를 부여하죠. 모든 공부에는 혼자만의 학습으로는 다다르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합니다. 공동의 학습으로 성취될 수 있는 부분을 추출해 조별과제로 부과하고, 이를 위해서 사전에 많은 시간을 들여 조별활동을 설계합니다.
박지애 : 3년째 생명과학부에서 실험담당 조교로 일하고 있어요. 이과의 경우 실험이 필수적인데, 개개인이 각자 실험을 하기에는 시간, 장소, 기자재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조별 활동이 불가피해요. 다만 단지 실험을 위한 조별 활동이기에, 토론 등의 활동은 실험이 끝나고 보고서 작성 때 더 활발합니다.
윤한솔 : 공대 특성상 수업에 프로젝트나 조별활동이 많습니다. 5학기 동안 8번의 조별활동을 경험했어요. 조별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수업과정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제 주변의 공대생들은 전공과 달리 교양수업에서의 조별활동은 기피합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부분은 조별활동으로 시너지를 얻지만, 핵심교양 등 공대생에게 번거로운 과목에서는 소극적이 되고 무임승차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정혜운 : 조별활동이 있는 수업을 선호하는 편이예요. 5학기를 다녔는데, 학기마다 조별수업을 하나 이상씩 꼭 수강합니다. 사범대 전공수업부터 교양수업까지 다양한 종류의 조별활동을 경험했어요. 조원간의 상호보완성으로 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거든요.
나근왕 : 3번 경험했고 모두 전공과목이었어요. 대부분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고 학기말에 최종보고서를 내는 형태였어요. 주변에 조별활동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체로 조별활동이 조원 모두의 인식의 폭을 넓힌다기보다는 단지 보고서를 위한 것이었거든요. 과정 자체보다 결과물이 목적이 되어 조별활동이 변질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Team Work에 Teamwork는 없다?

박지애 : 생명과학부 1학년에는 과학고, 조기졸업, 일반고 등 출신 차이로 인해 고교에서의 학습차가 큰 경우가 많아요. 실험경험이 많은 과학고 출신 학생들은 조별실험을 주도하거나 아예 참여를 안 합니다. 그래서 조원마다 참여도 차이가 크지요. 그렇다고 해서 출신고교별로 조를 결성할 수도 없구요. 개인적으로 한 반 40명 중 2~3명만 열심히 해도 성공적인 실험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한솔 : 전공수업은 조별활동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프로젝트가 많은데다가 팀워크도 좋은 편입니다. 저희는 조원들끼리 사장, 자재부장, 설계부장 등의 역할을 맡고 항상 조원끼리 상호평가를 하는 등 회사처럼 운영해요. 게다가 각자의 역할과 기여도가 학점에 높은 비율로 반영됩니다. 그런데 교양과목의 경우 조별활동이 전공보다 덜 체계적이었어요. 조별활동 주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나 고학번이 리더가 되고, 아닌 사람은 거의 무임승차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것도 팀워크의 일종이 아닐까 해요. 모두가 주제에 대해 똑같이 잘 알 수는 없으니,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을 보완하는 게 팀워크죠.
정혜운 : 자신이 좋아하는 수업인가 아닌가도 문제인 것 같아요. 제 경우 좋아하는 수업의 조별활동은 적극적으로 참여해 조장을 맡기도 하고 조모임도 열심히 해요. 하지만 흥미 없는 수업은 조별활동도 소극적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팀워크에는 인원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명 이하가 좋은데, 누구 한명도 빠져서는 일이 안 되거든요. 7명이 넘으면 팀워크가 존재하기 힘들어요.
나근왕 : 팀워크가 있지만, 많이 모자라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조별활동이 역할분담을 해서 자기파트를 해내는 것인데, 그런 경우 자기가 맡은 부분 이외에는 잘 알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한두 명의 리더들 위주로 보고서가 취합되고, 대부분의 조원들은 조별활동이 의도했던 학습효과를 얻지 못해요. 조원 모두가 조장이 되지 않는 한 유기적인 조별활동은 불가능하고, 그 효과도 제한된다고 생각합니다.
이혜정 : 저는 항상 팀워크가 있을 수밖에 없도록 수업을 설계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제 수업이 힘들고 번거롭다고 불평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조별활동을 통해 새로운 팀워크를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팀워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1. 부여되는 과제가 조별활동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일 것 2. 조별활동의 기록을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서 기록해 나가게 할 것 3. 조간 평가, 조원간 평가 및 스스로의 활동을 평가하는 peer-self evaluation이 존재할 것 등이 있습니다. 교수의 이러한 사전준비 없이 효율적인 조별활동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Teamwork, 그 부재의 이유는?

박지애 : 조별실험의 경우 다양한 제약이 존재해요. 수업시간 이외에 학생들이 모여서 따로 실험을 할 수 없고, 너무 적은 시간이 실험에 배정되어 토론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 그러다보니 보고서 위주의 ‘학기말용’ 팀워크만 존재하게 된다는 점 등입니다. 게다가 개인평가만 있고 조별평가가 없는 경우라면 팀워크에 대한 동기부여가 적습니다.
정혜운 : 우선은 참여하는 학생의 흥미와 적성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교수님께서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셔야만 조별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팀워크가 생깁니다. 또한 조별 인원 배정도 중요합니다. 7명 이상이 한조가 되면 애초에 팀워크를 기대할 수 없어요.
윤한솔 : 저는 조별활동이 난립하는 현상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요즘은 너무 많은 수업이 조별과제를 부과해요. 사실 한 학기에 조모임이 두세 개만 되도 부담이 됩니다. 시간조정해서 조모임 해야 하고, 발표나 보고서 준비도 시험 준비와는 별도로 이루어져야 하거든요. 이러면 분명 소홀하거나 무임승차하는 조별활동이 생기기 마련이예요. 조별활동도 과유불급입니다.
나근왕 : 조별활동에 교수님들께서 더 많이 간여하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조별활동의 성적비중을 높이는 게 아니라, 평가에서 보고서보다 과정에 더 비중을 두는 거죠. 조원들이 각자 파트를 조사, 요약 후 취합해 보고서를 내는 식의 조별과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혜정 : 팀워크를 저해하는 요소는 무임승차문제, 잘하는 학생만 열심히 해서 더 잘하게 되는 빈익빈 부익부 문제, 잘하는 학생과 한조가 되면 학점까지 거저 얻는 “봉 효과”의 문제 등 다양합니다. 교육공학에서는 이미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모델들이 제시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면 일단 수업기획 과정에서 조별활동을 설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조별활동의 과정에 관여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그런데 교수가 강의에 노력하는 부분은 현재 교수업적평가에 반영되지 않아요. 작년에 서울대의 교육전략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더니, 강의에 대한 노력을 업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더군요.

Teamwork, 어떻게 살릴 것인가.

박지애 : 우선 조별활동이 있는 수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해요. 제가 담당하는 조별실험 수업의 경우, 조교들이 자체적으로 수업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나 강의평가를 해서 생명과학부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또 실험수업이 좀 더 여유 있게 운용되어야 해요. 실험테마를 줄이고, 실험시간을 늘려서 조원들끼리 토론하고 상호작용할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근왕 : 학생들도 조별활동을 단순히 학점을 따는 과정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예비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사회에서는 자신이 잘 못하거나 흥미가 없다고 해서 무임승차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정혜운 : 주제선정과 인원수를 고려해야 해요. 또 개인의 역할과 기여도, 조별보고서 등 다양한 기준에서 조별활동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합니다.
윤한솔 : 집단학습이 보다 효율적인 공부의 경우에 대해서, 정말로 필요한 조별활동이 적절하게 이루어졌으면 해요. 그런 경우라면 조원 간 능력에 차이가 있어도, 상호 보완적인 팀워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혜정 : 먼저 교수가 강의에 들이는 노력을 높이 평가해주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교수가 조별활동의 기획에 들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버드의 경우 일반 대중에게 강의평가를 공개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자기규제장치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조모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게 하고, peer-self evaluation을 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일단 자신의 활동에 대해서 평점을 매긴 후, 다른 조원들도 평가하게 하는 과정이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성적에 반영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008. 7. 31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이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