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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공개! 서울대의 보물 창고[제2편]

2008.08.05.

제 2편: 동서고금을 망라한 지식의 보고, 중앙도서관

서울대가 보유ㆍ관리하고 있는 문화재는 교육ㆍ양성하고 있는 인재들만큼 다양하고 소중하다. 우리의 과거를 전해주는 통로인 동시에 인류의 미래와 연결되는 거멀못이기 때문이다. 소프트파워의 원천인 문화 컨텐츠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오늘날, 서울대학교 곳곳에서 한국 문화의 실체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연속 기획으로 소개한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이어 중앙도서관으로 안내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한 대학을 명예학생으로 다니게 된 모 연예인은 그 학교의 도서관에 들어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이다.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서고, 숨소리 내기조차 부담스러운 열람실과 각종 영상 자료와 웹 기반 자료 이용을 위한 모니터와 컴퓨터로 가득한 멀티미디어실 등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이지만, 그곳에서의 로맨스는 삭막함 만큼 달콤하기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고 결실을 맺기도 한다.

중앙도서관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역시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다. 본관과 7개 분관에 360여만권의 장서, 1만여종의 학술지, 27만여 종의 전자자료, 10만여점의 비도서자료를 소장하고 6천여석의 열람석까지 갖추었다. 또 1995년 개발한 검색시스템 SOLARS는 이 모든 자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고, 대출 예약과 반납 안내까지 해 준다. 한편 도서관과 카페가 결합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춘 4층 북카페는 두 달마다 바뀌는 전시회와 함께 도서관의 낭만을 더해주고 있다. 이 모두가 중앙도서관의 자랑거리이지만, 진짜 히든카드는 따로 있으니, 바로 6층 고문헌자료실의 희귀본들이다

책이라고 다 같은 책은 아니다?

모든 책은 소중하다. 더군다나 대학 도서관에 들어와 있다면 대부분 양서(良書)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왜 몇몇 책들만 따로 분류해서 다른 기호를 붙이고, 귀중본 서고에 보관하는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일까?

“중앙도서관의 귀중본 서고에는 국보급 문화재도 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소장 기관이 많지 않고 학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은 책들을 별도로 보관하고 있어요. 이들은 희소성 뿐만 아니라 발행된 지 몇 백 년이 지난 책들이라 열람을 제공할 경우 훼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소중한 자산인 동시에 인류의 유산이기 때문에 특별 관리를 하고 있어요.”

고문헌자료실 김동희 실장의 설명처럼 귀중본 서고는 굳게 닫힌 고문헌자료실 서고 안쪽에 별도로 설치ㆍ관리되고 있었다. 폐쇄회로 카메라가 설치된 전자 잠금장치를 열어야 오동나무 책장이 줄지어 있는 귀중본서고에 들어설 수 있었다.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지는 이곳은 실내온도와 습도가 첨단장비에 의해 자동 조절된다고 했다. 김실장은 “화기(火氣)가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헬륨가스가 바로 분출된다”며 조심하라는 농담을 던졌다.

중앙도서관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귀한 책들

중앙도서관의 도서중앙도서관의 전시회 때마다 화제가 되는 ‘인피(人皮) 추정 도서’도 그곳에 있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중국 제국에서 행한 기념비적 업무』라는 긴 제목의 이 책은 네덜란드인 다퍼(D. Dopper)가 동인도 회사 사절단과 동행하면서 기록한 중국 소개서인데, 표지 DNA를 분석한 결과 사람의 피부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17-18세기 유럽에서는 고급 책의 표지로 인피를 쓰는 경우가 있었고 일부 외국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2006년 서울대학교 60주년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좀처럼 그 앞을 떠나지 못하자 김동희 실장은 매스컴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그만한 귀중본들이 적지 않다며 다른 책장으로 안내했다.

Trattato della pittura di Lionardo da Vinci / Leonardo da Vinci / 1651
이 책의 제목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회화론’으로 번역되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회화론과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토의 회화와 조상(彫像)론을 싣고 있다. 라파엘레 두 프레스네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생애를 기술하고 그의 그림을 일련번호를 붙여 365점을 간략하게 해제하거나 복사했으며,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토의 생애를 기술하고 그의 회화와 조상론도 함께 게재했다. 이 책은 표지에 국왕의 특권(con privilegio del re)으로 출판한다고 명기되어 있으며 호화장정으로 제본된 귀중본이다.

Ko Shi-ei, Lettre d'Alexandre Hoang a Mgr De Gouvea, 1801/1925
1801년 신유사옥 때 천주교 신자 황사영이 북경의 대주교 탕사선(湯士選)에게 보내려던 밀서의 불어 번역본이다. 조선교구장을 역임했던 뮈텔 주교가 번역하여 1925년 홍콩에서 출간되었으며, 현재 로마 교황청의 민속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을 만큼 가치가 높다. 이 책은 한국 근대사와 교회사 연구의 1차 사료가 될 뿐 아니라, 조선 후기의 국내외 정세를 비교적 충실하게 기술하고 있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Historica Relatio de Ortu et Progressu Fidei Orthodoxae in Regno Chinensi, Per Missionarios Societatis Jesu / Schall von Bell, Johann Adam / 1672
'동방과 중국왕국에서의 정통신앙의 발전에 관한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며, 소현세자와의 교류로 유명한 아담 샬이 1581년부터 1669년까지 중국에서 선교활동에 관한 보고록 25편을 라틴어로 기록한 귀중본이다.

중앙도서관의 책들Justinianus, Institutionum imperialium, seu elementorum iurisprudentiae…, 1526
『법학제요』라 불리는 이 책은 동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가 편찬을 명했던 『로마법대전』의 일부이다. 533년에 법률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편찬됐으며, 『법학제요』가 참고했던 2세기 가이우스의 판본이 1816년에 발견되기 전까지 로마법에 대한 유일한 체계적인 서술서였다. 1526년에 간행된 이 책은 16세기 초반 서양의 인쇄술을 잘 보여준다.

묘법연화경
묘법연화경은 법화경이라고도 하며 화엄경과 함께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구마라습의 번역을 바탕으로 송의 계환이 풀어 쓰고, 일여가 주석을 정리했다. 서울대에 소장중인 묘법연화경 가운데에는 현재 규장각에 소장중인 가람문고본이 가장 오래된 책으로 추정되며, 고문헌자료실에 소장중인 묘법연화경은 한글로 토를 단 언해본으로 1463년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목판본으로 추정된다. 1994년 작고하신 이숭녕 교수(국어국문학과)께서 기증하신 심악문고에 포함되어 있었다. 전체 7책 가운데 1책과 6책, 7책만 전하고 있으며, 책의 형태, 판각과 인쇄, 지질 등이 뛰어나 조선 초기 인쇄문화의 백미로 꼽힌다.

상상만으로 뿌듯해지는 타임캡슐의 공간

이렇게 고문헌자료실의 귀중본 서고에는 학술적, 서지학적 가치가 높은 귀중본 646책을 소장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어느 도서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보물 창고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립대학으로서의 예산 제약으로 인해 적극적인 새로운 고서(古書)의 수집 대신 기증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소장 자료의 보존ㆍ복원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귀중본 서고의 자료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지만, 현재 디지털화를 통해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원문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그에 버금가는 30여만 권에 달하는 고문헌자료실 자료는 방문하면 폐가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자료 관리와 보존 때문에 보존서고의 내부 공개는 어렵지만, 합당한 목적을 갖고 절차를 밟는다면 관리자와 함께 고문헌자료실을 둘러보는 정도는 아주 가끔씩 허용된다고도 한다. 혹시 그러한 행운을 얻는다면 제일 안쪽 귀중본서고의 폐쇄회로 카메라와 전자키를 놓치지 말자. 그 너머에 있을 중앙도서관, 아니 전인류의 문화유산을 상상하면서.

2008. 8. 5
서울대학교 홍보부
에디터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