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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외국인교수 인터뷰[2] 중남미 언어는 중남미 스타일로

2008.10.21.

서울대가 국제화를 외치기 전에도 외국어 관련 학과에는 으레 초빙 외국인 교수가 있어 몇년간 머물면서 학생들의 언어습득을 지도해 주었다. 이들 중 열정적인 강의와 끊임없는 연구활동을 인정받아 이번 학기 전임으로 임용된 클라우디아 마시아스 교수(서어서문학과)와 로버트 파우저 교수(국어교육과)를 소개한다.

중남미 언어는 중남미 스타일로 가르친다
서어서문학과 외국인 신임 교수 Maria Claudia Macias Rodriguez

Claudia Macias교수(서어서문학과)“‘한강은 미래를 향해 흐른다’니까 그런 평범한 동사를 쓰면 의미가 안 살잖아.”

서어서문학과의 클라우디아 마시아스 교수 부부는 멕시코에서 출판될 스페인어판 한국 홍보자료를 번역하기 위해 단어 선택에 고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중남미 대상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클라우디아 교수는 단골로 불려가는 스페인어 전문가이다. 그녀는 한국에서 활동한 지난 7년 동안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을 최초로 스페인어로 번역하고,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을 번역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에 출품하는 등 한국의 문학을 스페인어 문화권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 보답으로 서울시에서는 한국 축구를 4강에 올린 히딩크에게 주었던 명예시민권을 그녀에게 선사했다.

“전 한국에서 하나도 외롭지 않아요.”
클라우디아 교수는 박사과정 동기이자 같은 과 동료인 남편을 보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녀를 고독할 틈이 없게 만드는 것은 가족만이 아니다. 적은 학생 수에 ‘라틴아메리카스럽게 가족적’인 분위기라는 서어서문과의 학생들은 그녀와 궁합이 잘 맞는다. 학생들은 수시로 뭉쳐 그녀의 연구실이나 아파트를 찾아가 멕시코 음식을 바닥내고 실컷 수다를 떨다 간다. 수업에서의 쾌활한 분위기가 일상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전 라틴아메리카 스타일로 가르쳐요. 솔직하게 자기를 표현하면서 외국어 실력을 늘리는 거죠. 스페인어에는 선/후배 개념도 없이 이름을 부르니까 더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어요.”

클라우디아 교수는 학생들에게 매 시간 다른 활동을 하게 하면서 외국어를 훈련시킨다. 어느 날은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고, 어떤 날은 요리사가 되어 5분씩 요리법을 설명하는 진행자들로 만든다.
“가만히 앉아서 문법을 반복시키는 수업은 해 본 적도 없어요. 지루한 건 라틴아메리카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녀의 노력 덕분에, 영어가 대세인 서울대에서도, 서어과 학생들은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을 갖추고 관련분야에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1년 초빙교수로 서울대에 처음 왔던 클라우디아 교수는 열정적인 강의와 방대한 실적을 인정받아 7년 만에 전임교수로 임용되었다.
“강사용 신분증 대신 ‘공무원증’을 보여주면 전엔 ‘안된다’던 행정업무를 너무 쉽게 처리해주셔서 좋더군요. 그것 말고 별로 다른 건 모르겠어요.”

중견 신임교수인 클라우디아 교수에게 미래 계획을 물었다.
“한국과 라틴아메리카가 소통하게 하는 겁니다”
그녀는 극장가에서 ‘언더더세임문’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한 멕시코 영화를 예로 들며, 여자들의 강한 모성애로 버텨온 두 문화권의 역사가 유사하다는 것을 설명했다. 실제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는 전후 세대 여성상을 예술적으로 그려낸 소설가 오정희의 작품이 크게 인기라고 한다. 그들은 오정혜 소설 속의 외유내강형 여주인공들에게서 자기네 여성의 뜨거운 생명력을 발견한다고 한다.

“번역해서 내기만 하면 중남미 사람들이 틀림없이 좋아할 만한 현대 문학작품들이 너무 많아요. 그게 다 저희 부부의 숙제지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잘 가르치려면
국어교육과 외국인 신임 교수 Robert Fouser

Robert Fouser 교수(국어교육과)
“정치사회 운동에 열심이던 한국 학생들의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15년 만에 한국 대학으로 돌아온 로버트 파우저 교수는 자유분방하고 다양해진 대학 분위기를 반갑게 받아들였다.

파우저 교수는 미시간 대학에서 일본어교육을 전공하고, 한국의 카이스트와 고려대, 일본 교토대 등에서 양국을 오가며 제2언어 교수법을 가르쳐 왔다. 그는 일본어, 한국어에 모두 능통하고 한국 문학사를 통째로 영어로 번역해 출간할 만큼 한국어에 대한 조예가 깊다. 일본 가고시마 대학에서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의 임용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궁금증은, 왜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느냐는 의문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제 2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그는 국어교육과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분야를 맡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늘고, 한국어교사를 지망하는 의욕적인 학생들도 많지만, 관련 교과목이 개설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임용된 파우저 교수는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저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배웠고, 또 외국에서(일본) 수년간 한국어를 가르쳐 보았습니다. 이런 2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어를 세계인들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르칠 지 연구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파우저 교수는 다른 언어를 가르친다고 해도, 그것을 배우는 인간의 인지능력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언어교수법이 있다고 믿는다. 그가 생각하는 효율적인 외국어 학습법은 무엇일까?

“Learning by doing, 생각하면서 배우는 겁니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파우저 교수는 바로 사회적 문젯거리인 영어교육에 대한 이슈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생각이 많습니다. 그런데, 영어로는 자기 생각을 말하질 못해요. 왜 그런지 아십니까?”
영어를 가르칠 때 언어 자체를 입력시키려고만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능력은 무한해서, 외국어 문장 하나를 들을 때 뇌 속에서는 엄청난 활동이 의식/무의식적으로 일어납니다. 그 때 머릿속에 타오르는 생각들을 바로 외국어로 표현해 낼 때, 그 언어는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파우저 교수는 아무 흥미 없는 주제에 대해 ‘프리토킹’하는 것은 영어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사고를 자극하는 내용을 영어로 듣고 말할 때 영어가 성큼 자라 오른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교수법이 수없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방식들을 한국어 교육에 접목시키는 게 제 연구과제입니다.”

파우저 교수는 서울대의 행정시스템과 분위기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교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건 일본에서의 경험 덕분입니다.” 실제로 일본 대학과 한국 대학은 회의방식이나 행정절차 등이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다른 점은, 일본인들은 많이 닫혀있고 인간관계에 소극적이어서 힘들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고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일본은 특유의 이국적 아름다움을 지닌 나라지만, 살아보면 한국에 감정적으로 더 끌릴 수 밖에 없지요. 학생들도 한국 학생들이 더 편합니다. 교수로서 한국을 선호할 수 밖에 없지요”

2008. 10. 11
서울대학교 홍보부